1.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미국의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소속 중개 과학 발전을 위한 국립센터(National Center for Advancing
Translational Sciences, NCATS)에서 postdoctoral fellow(박사후과정 연구원)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연구실은
줄기세포연구실(Stem Cell Translational Laboratory)로, 줄기세포 연구가 기초과학 연구에 그치지 않고,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임상 단계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들을 다루고 있는 연구실입니다.
2. 현재의 진로를 선택하게 되신 동기가 있으신가요?
막연히 어렸을 적부터 문과나 예체능계보다는 이과 수업들에 흥미를 느꼈고, 특히 생물학 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에, 자연과학 분야보다는 응용과학 쪽이 더
도전적이고 적성이 맞을 것 같아 “화학생물공학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학부 4년 동안 다양한 전공과목을 배웠지만, 더욱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껴 막연히 “한 번 사는 인생 실컷
공부해 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원 박사진학을 결정하게 되었고, 이후 “줄기세포 및 조직공학 연구실”에서 본격적인 연구 생활을 하며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학부 때
참여했던 연구 인턴 과정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근 10년 연구에 빠져 하루하루 새로운 배움을 통해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 업무 및 연구 분야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그로 인하여 가장 보람을 느끼셨을 때는?
실험과정은 대부분 혼자서 계획을 세우고 선례 연구들을 참고하여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응용하는 과정인데요. 이는 마치 불 꺼진 통로에서 앞서갔던 사람들이 놔두고 간 작은
전구들을 이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 번 실패 끝에 찾아낸 예상했던 결과가 실제로 일어나고 증명이 됐을 때의 짜릿함이 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내 및 국제 컨퍼런스에서 제 연구의 산물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어 돌아가는 다른 연구자들을 보면 제가 다른 이의 통로에 하나의 작은
전구가 되어준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또, 줄기세포학회에서 줄기세포 연구로 이식을 받아 병이 호전된 실제 환자들의 증언을 들었을 때 이 분야에 몸담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곤
합니다.
4. 하루 일과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연구는 대부분 혼자 하는 루틴으로 이루어지기에, 자신이 세운 장기 연구목표를 시작으로, 그 연구목표를 이루는 여러 가지 다른 단기목표들을 채워가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꾸준함이
요구되는 직종 중 하나입니다. 저희 분야 같은 경우는 세포를 먼저 수일에서 수개월 키운 뒤에 그 세포의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항상 당일의 성과는 몇 주에서 몇 달전
미리 정해진 일과가 바탕이 됩니다. 보통 아침에 연구실에 도착해, 먼저 현미경을 통해 세포들이 잘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오전에는 세포 배양 루틴(세포 해동, 배양접시에 부착,
또는 배지(세포밥) 갈아주기)로 스케줄을 수행하고, 오후에는 미리 계획한 다양한 방법을 바탕으로 한 세포 변화 관찰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 변화는 PCR 또는 Next
Generation Sequencing 방법, 단백질 변화는 면역염색 또는 Western blot 방법을 통한 발현을 주로 봅니다. 이런 방법들은 통한 결과 도출은 수일이 걸릴 수
있는 과정입니다. 즉, work-life balance를 침해하지 않은 상에서 스스로 시간 분배를 하여, phase를 유지하는 것이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외에 선례 연구 공부, 결과 도출값 정리, 논문 쓰기, 다른 연구자 논문 리뷰 및 연구비 지원을 위한 연구 제안서 작성 등이 업무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5. 현재 하고 있는 일의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선례 연구들을 공부하며, 그와 관련된 현상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예측하며 실제로 연구를 통해 이를 확인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일하는 과정 중 항상 기대되는 일이며
연구의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이런 연구 과정에서 직접 개발한 시스템이 실제 상처/질병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세포 또는 동물 모델을 통해 직접 수치로 확인할 때, 이
분야의 발전과 함께 저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 좋은 것 같습니다.
6.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10년 후에도 연구를 계속 이어갈 것 같습니다. 다만 지금보다는 많은 경험을 쌓아, 임상실험 단계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안전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면 합니다. 특히 아직
치료제가 없는 다양한 신경질환에 쓰일 수 있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해 많은 환자에게 희망과 건강을 되찾아줄 수 있으면 합니다. 또한, 연구 쪽뿐만 아니라 세포치료제 도입에 필요한 여러
정책을 확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정치과학자가 되길 희망합니다.
7. 재외한국학교(고등학교) 재학생 및 대학생 후배들에게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세계적인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가 소개한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서 많이 들 어보셨을 겁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며, 동시에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기도 합니다. 석박사 통합과정도 통상 5-6년이 걸리는데,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왜 5-6년이 걸릴까
하고 잡념에 잠겨있는 찰나, 실제 하루 실험실 근무 8시간, 평일 5일, 그리고 5년이라는 세월을 계산할 때, 연구하며 보낸 시간이 대략 1만 시간을 채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박사 졸업을 1년 앞두며, 과연 “박사”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지식을 갖고 있을까, 과연 졸업을 할 자격이 되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5년을 채우고 나니
비로소 조금이나마 독립적으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자신감과 경험이 쌓이며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1만 시간의 법칙에서, 절대적인 그 1만이라는 시간에 대한
“양”보다, “방법과 질”이 이 법칙의 핵심이 되며, 이는 기계적인 노력이 아닌 꾸준한 의식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현재 가슴속에 꿈을 갖고 계신 후배님들도
조급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몸과 정신을 혹사시키는 단기간 노력보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잃지 않고 여유 있게 노력해가는 지구력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럼
비로소 목표보다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루고자 하는 꿈은 최종결과가 아닌 노력을 통해 현재 변화하고 있는 스스로 만족해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훗날 느낄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 승 미 National Center for Advancing Translational Sciences,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USA/ Postdoctoral Fe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