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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과 한시 프로젝트 수업 – 원어로 읽어 보는 중국 한시의 이해

중국 소재의 한국 학교 아이들 중에는 중국어에 능통한 아이들이 제법 많다. 중국 학교를 거쳐 온 아이들도 많고, 중국에 거주한 기간도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어나 중국 생활의 경험에 비해 중국 현지에 대한 이해도와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동시에 우리 아이들은 한국과의 심리적 거리감, 문화적인 소외감 등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중국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미처 보지 못하는 경향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오고 성장한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인식과 자극이 필요할까? 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고민은 중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교사로서 가장 커다란 교육적 과제였고, 한국 아이들이 갖지 못하는 현재의 교육적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장점들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학급별, 교과별 교육 프로그램의 구안이 가장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중국의 문학 작품들은, 특히 그 중에서도 한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한국 문학에 끼친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크며 두보나 이백의 시 등은 예전 국어 시간에는 번역된 글을 배웠을 뿐 아니라, 한국 아이들이 한문 시간을 통해서 여전히 배우고 있는 작품들이다. 또한, 한시에 드러나는 여러 가지 문학적 정서들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였다. 더구나 이 아이들은 원어로 (중국어 특유의 성조와 느낌을 살려서) 낭송할 줄 알고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이 아닌가. 연대한국학교에서는 2018년부터 국어과 프로젝트 수업을 계속 진행해 오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2018년 동주 프로젝트, 2019년 말모이 프로젝트에 이어 2020년 한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었다.

먼저 중국 당시와 송시들을 원어로 읽어 보고 이해하기, 한시의 표현과 느낌을 살려 우리말로 번역하기, 한시와 현대시를 연결하여 정서적 유사성 탐구하기 등의 활동 목표를 세우고 추진하였다. 아무리 중국어에 능통하다고 해도 한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했기에 한어과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하였다. 한어과 선생님들은 흔쾌히 협조해 주셨고 중등, 고등별로 수준을 나누어 주요 한시 작품 10개씩을 선정하여 1주일간 한어과에서 먼저 수업 시간에 다루어 주셨다.

그리고 EBS 세계테마기행 ‘중국 한시 기행’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다룬 몇몇의 유명한 한시들을 가려 뽑아 동영상을 만들었고, 활동지를 작성하게 했다. 모둠별로 중복되지 않도록 작품을 하나씩 선정하게 하였으며 ‘원어 낭송, 한시 해석, 중심 정서, 유사한 현대시 찾기’ 등의 활동을 PPT를 통해 발표하도록 하였다. 덧붙여 개별 활동으로는 한시에서 찾은 인상적인 구절을 통한 캘리그라피, 사진이나 그림, 동영상 등을 활용하도록 하였다. 미술 활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는 배경 음악을 동반한 원어 낭송 녹음 파일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일주일의 한어 수업, 일주일의 국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물 중 우수 작품들은 중앙 현관에 전시하였다. 낭송 파일 역시 정리하여 중앙 현관에 영상 작품들과 함께 송출하였다. 국어 시간에 중국어를 활용한 수업을 하는 것이 신기하고 흥미롭다는 의견, 미처 몰랐던 한시를 읽어 보는 새로움, 중국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들을 회상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평소 다른 과목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중국어 하나는 능통한 학생들은 이 활동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멋진 배경 음악과 운율감 있는 성조에 얹혀 학생들의 낭창낭창한 낭송이 일주일간 중앙 현관을 한시의 분위기로 온통 채웠다. 활동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뿐 아니라, 초등 선생님들, 초등 한어과 선생님들, 행정실 직원 분들께서는 원어로 퍼져 나오는 시 낭송들을 유심히 들어 보시고 즐거워하셨다.

이번 한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본교 학생들은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넘어선, 문학 전반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 신 연대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