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은 교토국제학교에 새로운 기념일이 만들어졌다. 일본야구의 성지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일본 전국을 향해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라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2번이나 울려 퍼졌다. 야구부 창설 22년 만에 재일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일본에서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일본 선발고교야구대회(고시엔)에서 90여 년 역사상 첫 외국계 학교 진출이라는 신기록을 썼고,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극적인 승리를 했다. 고시엔 첫 진출과 첫 승을 동시에 거뒀다. 한국계 학교의 고시엔 출전은 재일 동포사회의 사기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한일 우호 협력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되었다.
1월 29일 출전교 선발 발표일부터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의 출전은 외국계 학교 최초이기에 재일 동포사회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그 이유는 교토국제학교의 교가가 한국어로 되어 있고, 고시엔 전 경기를 NHK로 생중계하는 관례에 따라 일본 전역에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지기 때문이었다. 이는 시합이 멈춘 뒤에도 일본과 한국 매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동해바다~"한국어 교가, 일본 전역에 울려 퍼졌다(조선)」, 「일본고교야구 "고시엔" 처음 울린 한국어 교가(경향)」, 「교토국제고의 쾌거(동아)」, 「일본한국계 학교 교토국제 고교야구대회에서 짜릿한 첫 승 한국어 교가 두 번, 전국 생중계, 응원동포들 "가슴벅차" 눈물(한국)」, 「일본고교야구성지 고시엔에 한국어 교가 울려 퍼졌다(서울)」, 「"동해바다~"한국어 교가, 고시엔서 두 번 울려 퍼졌다(세계).」
부임하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졸업생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에게“아리랑”과 같은 것으로, 일본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정신적 힘이 되어 왔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 보자면, 1999년 학생 수가 줄고 재정난이 겹쳐 학교가 폐교 위기가 처하였었다. 한국학교로 한국인 국적자만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는데, 재일 한국인 2세들의 출산율이 심각하게 줄어들면서 정원 충원이 어렵게 된 것이다. 그 타개책이 일본인 학생 입교가 가능한 1조교로 전환을 결정하는 것이었고, 정원 충원을 위한 야구부 팀을 만드는 것이었다. 1999년 외국계 학교로는 처음으로 교토부 야구 연맹에 가입하였다.
2015년까지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2016년 교토부 지역대회(21기준, 82개교)에서 4강의 벽에 부딪쳤다. 나름대로 원인을 찾아보았다. 한계는 선수보다 환경에 있었다. 20년도 더 된 버스, 빵으로 지급하는 기숙사의 아침 식사, 부모의 기숙사 출입통제, 개인 전화 통제, 샤워기 등이 반파 상태인 목욕탕, 스며든 오줌 등으로 지린내가 진동하는 화장실 바닥,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변기 등. 우천시의 훈련장소 부족을 해결하는 것도 숙제였다. 진단결과를 토대로, 개선 목표를 환경개선과 선별 인재선발에 두었다. 내가 부임한 2017년, 가장 먼저 학교 버스를 교체하였다. 10인승 승합차를 시작으로 25인승 중형까지 4대를 모두 교체 완료했다. 기숙사 아침 식사도 밥으로 제공되도록 시간당 단가를 높여 실력 있는 요리사를 고용했다. 맛도 질도 좋아졌다. 기숙사 수칙을 바꾸어 학부모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함께 청소하는 날을 정해 1년 중 1회 자녀의 방을 직접 보고 정리할 기회를 허용했다. 수리가 곤란한, 20년이 지난 식당용 냉장고, 냉동고, 세척기, 제빙기 등을 전면 교체하였고, 식당 내부 환경과 에어컨을 교체하고, 세탁물 건조대, LED 등, 개별 금품보관 금고 설치, 출입구 주변 세콤 설치 등 대대적으로 학교를 수리하였다. 우천 시 훈련이 가능한 연습장을 확보하고, 근육훈련이 가능한 기구와 장소를 마련했다. 아울러 부상 방지를 위한 신체 안전관리 교육도 병행했다.
두 번째는 인재선발이었다. 본교 야구부원 입학을 희망하는 선수는 #1, #2가 아닌 #3 이후의 선수가 대부분이다. 본교 희망자는 교토부보다 인접 지방에서 입학하는 자가 더 많다. 개별로 입학 예정 선수의 훈련 상황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난 후, 학교 지도 교사와 학생소속 지도자 그리고 부모의 면담을 거쳐 입학을 결정했다. 본교를 지망하는 선수 중에는 프로구단을 목표하는 학생이 많다. 고등학교 팀으로 2008년부터 일본 프로구단에 계속 선수를 입단시키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2019학년도 신입생 선발은 기술과 야구 재능에만 국한하지 않고 기본적인 학습이 준비된 자로 하였다. ‘성적 반영’이라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야구부 지도자들을 설득하였다. 학교가 우수선수 확보를 위해 간청하는 것으로부터 학생이 학교에 입학을 간청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3년이 지나 모두가 이 결정에 동의하게 되었다. 학년당 20명 전후 60명 가까이 되는 선수들을 3명의 지도자가 지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포지션별 지도를 위해 2020년 전국대회 경험을 갖춘 지도자 1명을 보강하였다. 결국, 투자는 결과를 만들었다. 2020년 1명에 이어, 2021년에도 2명이 일본 프로구단 입단이 결정되었다. 신성현 선수를 시작으로 한일 양국을 통틀어 총 10명을 배출하였다. 하지만 가장 큰 실적은 고시엔 진출과 첫 승이다. 2020년 교토부 3위로 긴키지역대회에 출전하여 베스트 4에 진입하였고, 이로써 2021년 3월에 개최되는 제93회 선발고교야구대회 출전교로 선발되었다. 고시엔 첫 출전이었다. 결과는 3월 24일 첫 시합에서 승리함으로 전국 16강에 진입하였다.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첫 출전과 첫 승을 동시에 달성했다. 고교야구의 목표를 이룬 결정적인 날이 되었다.
모두의 고시엔을 목표로 한 협력과 노력이 결과를 낳았다. 고시엔은 고교야구 부원들에게 예루살렘 같은 성지라 할 수 있다. 전국 4,000개교에 달하는 고교 팀 중 봄은 32교, 여름은 49교가 출전해 전국 1위를 가린다. 고시엔에 출전한 사람은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인생에서 최고의 영예로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고시엔 구장의 흙을 담아 퍼오는 전통이 있고, 이 흙을 평생 지니다가 무덤까지 가져간다. 감독, 부장 그리고 코치는 변화된 것이 없다. 하지만 학생과 환경, 훈련방식이 크게 변화되었다.
미국 경영학자 제임스 C. 콜린스는 "아무리 탁월한 비전을 가진 기업도 영원히 성장하는 것은 어렵고, 그것은 마치 아무리 큰 나무도 우주에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어떤 기업이라도 쇠퇴기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감한다. 이를 마음에 새기되 교토국제학교의 계속된 발전과 영광을 위해 마음의 끈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솔로몬 성전의 두 기둥인 야긴과 보아스의 역할은 학교교육에서 인재와 지도로 대체하고, AI와 코로나 시대 변화에 대응하고 안주하지 않는 자세로 임해 고시엔과 국제사회의 영광된 자리에 본교 재학생들이 서는 것을 끝없이 재현해가고 싶다.
박 경 수 교토국제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