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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안녕하세요. 교토국제고등학교 사회과 교사 김태학입니다. 2020년도 하반기에 본교는 역사적인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바로 본교 야구부가 제88회 전국 선발 고시엔 대회에 출장한 일입니다. 이는 한일 양국에서 많이 보도되어 아시는 분도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선발대회 출장이 결정된 날로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몇 개월이나 되는 시간이 한순간에 지나간 듯한 느낌으로 아직도 실감이 없는 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민족학교인 본교가 고시엔 대회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출장하기를 바라는 염원은 항상 있었습니다만, 본교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장벽이 너무나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교는 해방 직후인 1946년에 창립된 교토조선인교육회에서 이듬해인 1947년에 본교의 전신인 교토조선중학교를 개교하며 출발했습니다. 1956년에 교토한국중학교로 개칭한 후(1961년 한국 문교부 인가), 1963년에는 교토한국고등학교를 병설·개교(1965년 한국 문교부 인가)하여 중・고등학교의 형식으로 시작했습니다. 2004년에 현재의 교토국제중・고등학교로 학교명을 변경하여 일본학교교육기본법 1조에 준하여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받아들이는 학교가 되어 현재에 이릅니다. 우리 교토국제중・고등학교는 우리의 선조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해방 후 힘든 여건 속에서도 십시일반으로 지혜와 돈을 모아 지은 학교라는 점을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당시 그분들의 숭고한 뜻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 학교도 존재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감사하게도 1954년부터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오늘날까지 학교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5년에는 야구부 연습을 위한 우천 연습장 건설도 가능하였습니다.
개교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내적, 외적 어려움이 있었음은 여러분도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고시엔 출장은 본교에 사랑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의 협력에 보답하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쾌거를 달성한 본교 야구부는 본교의 교명이 ‘교토한국학교’였던 199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부원수는 야구 미경험자를 포함해야 겨우 시합에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그해 처음으로 참가한 여름 교토 대회에서는 교토세이쇼고교를 상대로 34-0이라는 믿을 수 없는 점수로 대패했습니다. 그러한 기록적인 패배를 경험하면서도 착실하게 부원을 모아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연습 환경 속에서 노력을 거듭하여 꾸준히 성과를 내왔습니다.

・2001년 공식전 첫 승리
・2003년 8강(여름 대회)
・2008년 신성현 선수가 히로시마 카프로부터 드래프트 지명
・2018년 4강(여름 대회)
・2019년 준우승(여름 대회)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학생들의 노력과 지도해 오신 선생님들 그리고 야구부 후원회의 지원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출장한 고시엔 대회 당일에는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전교생, 졸업생, 야구부OB,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오사카 영사관 그리고 민단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재일동포들이 응원석을 가득 채워 주셨습니다. 1회전을 승리하고 본교 교가가 흐를 때에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참고로 이번 고시엔 구장에는 우리 학교의 한국어 교가가 세 번이나 울려퍼졌으며, 이는 텔레비전 전파를 타고 일본 전국으로 방송되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학교 운영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신 선배 세대들 그리고 오늘까지 지원해 주신 한국 정부에 대한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대회 기간 중 우리 학교 교무실에는 지역주민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으로부터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는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야구를 통해서 본교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도 많이 계시는 것에 놀라기도 하였고 기쁨에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본교가 고시엔에 출장하여 학교의 이름을 전국에 떨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열심히 야구에 매진하는 학생들 덕분입니다. 동시에 저는 학생들이 이러한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학교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기쁨을 느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저는 사회과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학교의 역사와 관계되는 사실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수업을 통해 가르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본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쁨을 전해 가고 싶습니다.

김 태 학 교토국제고등학교/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