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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우리 교육원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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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나는 올해 마흔다섯 살이다. 그리고 학생이다. 마흔다섯 살인데 학생이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그렇듯 여덟 살에 학교생활을 시작한 이래, 약 20여 년간의 학생 신분은 내 나이 서른 전에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공부를 하는 학생이 되어야만 했던 것은, 2년 전 브라질로 발령이 난 남편을 따라 상파울루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보통의 주재원 가정이 그렇듯, 남편과 아이가 각각 회사와 학교로 가고 나면 주부들은 어떻게든 혼자 생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영어도 아닌 포르투갈어라니. 능숙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할 줄 아는 외국어인 영어마저도 잘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서 포르투갈어를 익혀야만 했다. 한국에도 온라인 러닝 사이트가 있긴 하나, 포르투갈어 강좌를 갖춘 곳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대형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일방적인 전달식 강의만 들어서는 마켓에서 채소 하나 고르기도 쉽지 않았다. 당최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교육원의 포르투갈어 과정을 선택했다.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의 포르투갈어 강의는 기초와 중급, 총 2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약 20명 정도의 정원으로 교육원 강의실에서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졌었는데, 코로나 사태 발발 후에는 유튜브 비디오를 이용하여 주 3회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하여 강의가 업데이트되면, 학생들은 강의를 듣고 클래스룸에 질문하고 선생님께서 답변해준다. 또한, 이 문법 수업과는 별개로, 아무래도 대면 교육에 비해 실제로 말할 기회가 없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현재는 주 2회 화상통화를 이용한 그룹별 회화 수업도 개설되어 있다.

포르투갈어 강의를 듣기 시작했을 때 내가 감명받은 두 가지가 있다.
무엇인가를 처음 배우기엔 나도 이미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첫 수업을 시작하고 보니 내 이모뻘이신 분들이 부지기수였다. 브라질에서의 이민 생활이 10~20년이나 되신 분들이지만 생업에 종사하느라 체계적으로 언어를 배워보지 않아, 이제라도 제대로 언어를 구사하고자 마음먹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분들의 향학열은 또 어찌나 대단한지, 습득력이나 기억력이 훨씬 좋은 젊은 사람들은 감히 흉내도 못 낼 정도로 열심이시다. 한 자도 빼놓지 않고 필기를 하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꼭 질문해서 외우신다. 개인적으로도 동급생 어르신들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는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담당 선생님의 열정이다.
선생님 또한 환갑이 넘으셨는데도 유튜브, 구글클래스, 줌 등의 급변하는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열심히 공부해가시면서 매일 강의를 만들고 계신다. 포르투갈어 학습의 목적이 자격증이나 시험이 아니기에, 기존의 교과서나 책을 기반으로 한다면 머리에만 있는 죽은 언어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한국교육원의 포르투갈어 강좌는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쉽고 유용한 표현들을 배울 수 있는, 그야말로 브라질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완전한 맞춤형 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10대인 딸들은 종종 나의 어색한 발음을 지적하곤 한다. 그런데 어찌하랴. 같은 귀로 듣고 같은 입으로 말하는데도, 다르게 들리고 다르게 발음이 되는 것을.
하지만 나는 끝까지 뻔뻔하려고 한다. 브라질에서라면 누가 봐도 외국인처럼 생긴 내가 설사 발음을 조금 틀리고 단어를 잘못 말했다고 해서, 이 친절한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외려 어떻게든, 무엇이든 말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신기하게, 때론 기특하게 여기며, 다시 한번 천천히 얘기해주는 브라질 사람들과 지낼 앞날이 더욱더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의 이역만리 타향 생활을 더 재미나게 만들어주시는 포르투갈어 선생님과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에 감사드리며 옛 선현의 말씀 한 구절을 적어 본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강 조 아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