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부터 COVID-19로 인해 언어 수업은 모두 대면 활동이 불가능해졌다. 교과서 위주로 교사가 앞에 서서 일방적으로 수업을 주도하는 한편 학생들은 조용히 받아쓰고
이해하는, 오래 전의 수업 방식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이렇게 일 년 정도를 답답해하며 그 안에서도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가운데 한국어로 대화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도중에 일본 지바한국교육원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받게 되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국제협력팀에서 보낸 「상대국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온라인 프로그램 제안」 메일을 지바한국교육원으로부터 전해 받았다. 곧바로 학생들의 의향을 타진한 뒤
서울특별시교육청 담당자에게 우리 학교의 한국어 수업 시간과 온라인 교류회에 참여 가능한 인원 등에 관한 정보를 보냈다. 교류회를 할 수 있는 서울 지역 고등학교와의 매칭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여러 조건이 비슷하게 맞는 학교를 찾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드디어 교육청 담당자로부터 서울관악고등학교와 매칭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받았고, 담당
선생님의 성함과 메일 주소도 소개받았다. 담당자 선생님과 카카오톡을 통해 자기 학교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먼저 연락을 주고받았다. 가능하다면 수업시간을 통해 교류회를 가지고
싶었지만, 수업시간의 차이와 여러 제반 조건이 코로나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방과후 활동으로 하기로 했다. 한 학기에 4번씩, 1년간 8번에 걸친 활동을 하자고 담당
선생님과 의견을 조율했다. 우리 마츠도 고등학교에서는 1학기에 3학년이 4번에 걸쳐 활동을 하고, 2학기에는 2학년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우선 첫 회는 자기소개와 간단한 학교 소개 등을 상대국의 언어로 준비해서 교류회를 가졌다. 2, 3회는 각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앙케이트 조사를 한 결과 선정된 테마로 교류회를
가졌다. 마지막 4회는 지난 6월 11일 금요일에 프리토킹과 작별 인사를 내용으로, 3학년의 온라인 교류회는 4회에 걸쳐서 무사히 끝났다.
국가는 달라도 같은 연령대 학생들의 생각에는 비슷한 점도 있다는 것을 이번 교류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두 학교 모두 정해진 테마가 각국 고등학교
학생의 생활과 맛있는 음식 소개 및 추천이었다. 그리고 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선택과목으로 공부하게 되었는지가 두 학교 학생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였다.
마츠도 국제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2학년 때에도 선택과목으로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이지만, 교류회를 하기 전까지는 총 한국어 학습 시간이 50시간 정도라서 어느 정도까지 대화가
가능할지 기대와 걱정을 함께 안고 있었다. 그래서 조별 활동으로 마인드맵을 작성하는 등 방향만 조금 잡아주었는데, 교류회에서는 걱정이 들었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였다. 학생들은
한국어, 영어, 일어, 바디랭귀지, 스마트폰 화면을 서치해서 보여주기 등 본인들이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팀원들과 협력해 가며, 1시간 30분의 교류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론 학생들 중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끝까지 귀를 귀울이고 상대방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고 싶어서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 학생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교류회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각 회별로 학생들의 소감을 글로 받아 정리해 보았다. 공통적인 부분은 수업 시간에 배운 단어들로만 가지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에 놀랐다는 점, 곧장 대답을 한국어로 할 수
없었을 때 느꼈던 속상함 때문에 더욱더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싶어진 점,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대해 더욱더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 한국인 친구가 생겨서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기쁘다는 점 등이었다. 교류회가 끝났다고 학생들 간의 교류가 끝난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라인 등을 주고받아 계속 친분을 유지하며 코로나가 수습이
되면 한국에 가서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이 교류회를 추진하면서 기대했던 온라인 교류를 통한 한국어 능력 향상 및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 증진이라는 활동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2학기에 진행될 2학년 학생들의 교류회도 무척 기대가 된다.
코로나로 인해 생명의 위협과 경제적 손실 등 지금 세계는 전시와도 같은 상황이다. 모두들 코로나가 빨리 수습되기를 희망하며 2년 가까이 지쳐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한국 학생들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기대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만, COVID-19가 우리에게 준 순기능이라 생각된다. 학생들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한국의 동년배 학생들과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나는 학생들 간의 교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을 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뜻하지 않은
일들이 발생했을 때 주위의 많은 동료들로부터 협조를 받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학생들과 내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던 셈이다. 끝으로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서울특별시교육청 국제협력팀과 일본 지바한국교육원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최 효 영 지바현립마츠도국제고등학교 한국어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