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베트남 호치민에도 들이닥쳤다. 그나마 우리 학교는 작년 2020년 5월부터 정상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베트남은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일상생활에서는 별 지장을 겪지 않았다. 물론 생활 속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은 철저히 지켰다. 우리 학교는 아침에 스쿨버스를 탈 때, 차량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열을 재시는데,
미열이라도 있으면 등교를 할 수 없다. 열이 없어도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면 보건 도우미 학생들이 2차 발열체크를 한다. 점심을 먹을 때는 당연히 칸막이가 있는 급식실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식사를 한다. 오후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3차 발열 체크를 또 하게 된다. 학교에 있을 때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 처음에 여기 베트남은 더운 동남아 나라라서 하루종일
마스크를 끼는 것이 여간 답답하고 덥지 않았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이 2년째인 지금은 마스크를 끼는 것에 완벽하게 적응하게 되었다. 그래서 안전한 우리 학교는, 정말 운 좋게도
오케스트라 공연도 하고, 스포츠데이 활동도 했으며, 졸업식 등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다. 학교를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딱 1년 만에 2021년 5월 11일부터 베트남의 코로나 사정이 심각해지면서 온라인수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작년에 이미 경험해 보았기에 온라인수업은 별로 어려운 것도
없었고, 혼란 없이 너무나 잘 진행되었다. 구글 클래스룸으로 선생님과 아침마다 인사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실시간 교과수업 후에 과제를 하고 업로드하는 것도 한결 수월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라, 우리 반 친구들은 이를 맞아 담임 선생님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할 생각이었는데, 온라인수업이 시작되어 학교를 가지
못하니,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우리 반은 긴급하게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모니터에 조그맣게 보이는 아이들의 얼굴은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잠옷을 입고 있는 친구도 있고, 햄버거를 먹는 친구도
있었고, 심지어 누워서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런 편안한 친구들의 일상을 보는 것도 참으로 흥미로웠다. 편안한 분위기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우리는 각자 자기가 현재
있는 곳에서 선생님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하나의 영상으로 엮기로 했다. 우리 반만의 특색 있는 감사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평소에 무엇 하나 걷으려고 하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귀찮아하며 비협조적인 친구도 더러 있는데, 이번에는 누구 하나 반대하는 친구도 없었고, 다들 하루만에 촬영을 해서 도와주었다. 결론은 대박이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당연히 우리가 만날 수 없으니, 스승의 날 아침인데도 눈치채지 못하시고 평범한 인사를 하셨다. 그런데 우리의 영상을 짜~~잔하고 보내드리니, 완전히 감동하시며 눈물을
글썽거리셨다. 우리 반은 물리반이다. 물리를 선택한 친구들이 많이 모였는데, 전부 공대생같이 무뚝뚝하고 살가운 표현도 잘 없고 단순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터였다. 그런 우리 반이
이렇게 떨어져서 얼굴을 못 봐도 시간을 내 회의도 하고, 이런 것을 만들었냐며 담임 선생님께서는 너무나 행복해하셨다.
코로나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로 학교를 가지는 못하지만 코로나였기에 가능한 것도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만의 전통적인 행사가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사제나눔독서’라는 것을 한다. 평소 좋아하는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서 읽고, 학생은 독후감을 쓰고 선생님은 그것을 보고 소감을 적어 주시는 것이다. 그런데 이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온라인수업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과 서로 책을 추천하기는 했었지만, 독서를 시작하기도 전에 학교를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다행히 카톡이나
이메일로 독후감을 받는 식으로 ‘사제나눔독서’의 제출방식이 조금 변경되었다. 참 신기하게도, 집에 있으면서 온라인수업을 많이 하다보면 컴퓨터를 가까이하니까 게임도 많이 할 것
같은데, 수업 시간에 컴퓨터를 많이 봐서 그런지 수업이 끝나면 컴퓨터를 보기 싫었다. 눈도 피곤하고 허리도 아프고 그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을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고, 독후감도 더 열심히 쓸 수 있었다.
학교를 갈 수 없으니, 선생님과 함께 하는 온라인상의 모든 활동이 소중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감사했다. 아직도 온라인수업이라 계속 집에 있지만, 그 가운데서 새로운
방법으로 선생님과의 추억도 만들고, 평범한 일상과 건강의 소중함도 알게 되는 고마운 시간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다. 친구들과 땀 흘리며 도담관에서 운동을 하지
못해 몸은 근질근질하지만, 실시간 화상으로 각자 자기 방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깔깔거리며 웃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오늘 수업을 마치고 나는 나의 취미인
트럼본을 불고, 다른 친구는 기타를 치며 화음을 넣었는데, 그 친구네 집에서 기르는 개가 옆에서 계속 짖는 바람에 우리 둘은, 아니 우리 셋은 잊지 못할 공연을 하였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학원에 있을 시간이었을 텐데, 이것 역시 코로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힘들고 마음은 지쳐 있다. 하지만 긍정의 힘으로 잘 지내다 보면,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까지 우리 한국학교 학생들이여! 지금 코로나 시국이기에, 그동안 안 해봤던, 새롭게 가능한 일들을 생각해 보자.
실제 영상 속, 나의 촬영 모습
정유태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11학년 1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