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이륙하여 1시간 20분 남짓 비행 후 착륙하는, 한국과 아주 가까운 곳. 그러나 한국과의 시차는 이곳이 1시간 빠르다. 우리 가족이 사는 이곳은 중국 烟台라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느끼는 초보 아빠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스쿨버스로 40~50분이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하고있다. 정상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고려하여 아이들의 하루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또래 아이들의 아침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에 시작된다.
기상 알람 소리가 울리는 것도 잠시, 한국보다는 조금 이른 아침을 준비하는 아이엄마의 분주함에 나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의 등교준비를 돕는다. 첫째 딸아이는 어느덧 욕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등교 준비를 서두른다. 이제 4학년인 첫째 딸아이의 몸에 배인 등교 준비를 보고 있자면 대견함과 측은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것도 잠시 이제 갓 입학한 둘째 아들녀석을 어르고 달래며 욕실로 데리고 들어간다. 그렇게 한바탕 등교 전쟁을 마치는 시간이 아침 6시 35분이다. 아이들은 6시 45분이 되면 학교로 출발하는 스쿨버스에 서둘러 몸을 싣는다. 해가 길어지는 시기는 그나마 측은함이 덜하지만 해가 짧은 시기엔…
해외에 있다보니 아이들의 학교를 선택할 때 여러 가지 고민들이 있었다. 한국학교, 중국 로컬학교, 외국인 국제학교 등 몇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외국인 국제학교는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고, 중국 로컬학교와 한국학교 중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각 학교에 보내고 있는 부모님들의 조언도 듣고 학교도 방문해 보고 여러 가지 사정들을 고려한 끝에 연대한국학교를 선택했다. 처음 하는 부모 역할에서 이런 큰 결정을 하려다 보니 여러 가지 걱정과 불안감과 초조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 모두 만족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 이곳이 해외라는 점이었다. 해외에 살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 현지학교에 진학을 시키고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외국어를 받아들이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랄까? 하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은 유학을 온 것도, 이민을 온 것도 아니었다. 부모의 사정 때문에 외국에 살고 있지만 언제든지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 이 생각이 들고 나니 해답은 오히려 간단하게 나왔다. 한국 아이들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이곳의 교육열도 한국 못지않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을 피해 외국으로 유학을 온 것이 아니기에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주재 기간이 끝나면 돌아가야 한다. 정해진 기간이 있지는 않더라도 언제든지 회사의 사정에 의해 변수들이 발생하다 보니, 부모들의 마음속에는 한국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교육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한국의 또래 아이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들도 부모들도 열심이다.
아이들과 부모의 교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부모들의 교육열을 꺾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학원과 과외에 바쁘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 수에 비해 선생님 수가 적다 보니, 인기 있는 학원과 과외 교사의 클래스에 들어가려면 부모들의 정보력과 인맥이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방학을 하면 한국에 다녀오며 그간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였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그것도 여의치 않다. 아이들도 상황에 익숙해져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 내 나이의 동년배들이 모두 같지는 않겠지만, 어릴 적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책 앞에 있던 시간보다 운동장에서 놀고 친구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극성스럽게 헤매고 다니던 기억이 더 강하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걱정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의 고민과 걱정에는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막연히 나의 상황과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 속의 외국 생활을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또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도 바뀌고, 여기서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막연한 불안감 그리고 부모들이 가진 아이들에 대한 막연하고 높은 기대감이 어느덧 부모가 된 우리를 더욱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하게 만들어 줄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이따금 하게 된다.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상황에 맞게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다. 그곳이 한국이건 외국이건 어느 곳이던 부모라면 모두 같을 것이다. 다만 해외이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약간의 핸디캡이 있을 뿐이다.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의 많은 고민과 불안감과 초조함은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우리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강하고 부모의 기대보다 더욱 잘해줄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꽃들이 존재한다. 모두 저마다 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르고 향기가 다르고 피어나는 시기도 다르다. 우리의 아이들이 그러하다, 모두 저마다의 색이 있고 저마다의 생각이 있고 저마다의 장기가 있다. 조금의 여유를 갖고 아이들을 기다려 준다면 아이들은 그 어떤 꽃보다 이쁜 모습으로 저마다의 향기를 풍기며 성장해 나갈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자라난 대한민국 엄마 아빠이지만 아이들을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리는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가 되기를 바라본다. 대한민국 엄마 아빠 화이팅!!
김 태 균 연대한국한교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