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교토한국교육원 한국어 교실에 다닌 지 벌써 10년 차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간 4명의 원장님으로부터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즐겁게 배워왔다. 그뿐 아니라 한국어 말하기대회, 영화 상영회, 자연보호 봉사와 같은 과외활동을 통해서 한국어를 꾸준히 연습하고 실습해왔다. 이 덕분에 동포 3세로서 기본적인 한국어 회화나 글쓰기는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원에서 지내온 일들을 하나하나 돌이켜 보면, 한국교육원이 재일교포들의 배움의 전당으로서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교육원은 한국어 교실을 통하여 교포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도 한일 교류의 문을 열어주고 한일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공헌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작년 9월에 새로 오신 원장님께서는 한국어교실에서 제주도의 역사를 비롯한 문화와 풍습 그리고 미래 국제도시인 제주도의 모습까지 다양한 주제로 자세히 강의해주셨다. 재일교포들 가운데는 고향이 제주도인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제주도 강의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관심이 쏠릴만한 주제였다.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제주도는 내게 매력적인 섬으로 다가왔다. 여신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 전설을 비롯해,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기 위해서 중국에서 서불이 제주도를 지나 일본까지 갔다는 '서불과지'의 유래, 한라산 영실의 오백장군의 전설 등 제주도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을 과거의 낭만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었다.
또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기적의 숲-곶자왈에 대해서 아주 감명 깊게 들었다. 그 숲을 통해서 아프고 병이 있는 사람들이 자연치유를 한 적도 있다고 하니, 몸이 아파서 걷지 못하시는 우리 부친을 모시고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강의에서는 제주도의 아프고 쓰린 흑역사도 듣게 되었다. 특히 해방 직후에 일어난 4·3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지금은 제주도가 관광 도시인 것과 더불어 급속히 국제교육도시, 특히 영어 교육의 전당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사람들과 공생하며 언제까지나 훼손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으로 남았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또 언젠가는 꼭 제주도를 방문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가능하다면 몸이 불편한 부친을 모시고…….
이렇듯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배우는 데 있어서 한국교육원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이 한국어 교실은 수년 동안 내 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여러 가지 활동에 제약이 많아 전보다 교육원에서 함께 모이는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앞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한 미래 지향형 한국어 교실이 이루어져 다른 방식의 수업이 더 활발히 이루어지길 빌며, 한국교육원이 한일 양국 간의 친선교류에도 더욱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수강생의 조졸한 파티
제주 곶자왈 수업자료
안 병 주 교토한국교육원 수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