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은 미네소타 한국학교 교사
(Korean Institute of Minnesota)
“Now, shall we move on to ‘Culture of the Day? 준비됐나요?” 매 수업 끝자락 Culture of the Day 시간이 되면 성인 학생 분들 모두가 기대에 찬 눈을 반짝인다. 나는 재작년 가을 KIM (Korean Institute of Minnesota)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첫 날부터, 수업 마지막 20분 Culture of the Day를 통해 역사, 사회적 이슈, 에티켓, 관광과 같이 다양한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내 한국어 교육과정의 자랑이자 학생들이 가장 즐겨하는 부분이다. Culture of the Day가 더 특별한 이유는 매주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한 학생 분들의 의견으로 함께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특히 KIM 성인반 학생 분들은 어릴 적 미네소타로 입양 오신 분, 한국인 입양아 2세, 한국인 배우자를 두신 분부터 K-Pop과 한류를 통해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분까지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들이 공존해서 더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룰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그동안 수업을 빛내 준 Culture of the Day를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배움이 진가를 발휘할 때는 공부한 것을 실생활에 접목시킬 때가 아닐까. 해서 평소 최대한 당시 배웠던 한국어 주제나 문법을 활용해 Culture of the Day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공휴일에 대해 제안 받았을 때 마침 날짜와 시간 단원을 공부했고, 이에 명절과 국경일들을 소개하면서 몇 월 몇 일인지 함께 읽고 연습했다. 동요나 자장가 주제에서는 노래의 내용과 배경에 대해 소개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익혔던 명사, 문법을 찾으며 복습의 시간도 가졌다. “선생님, guess what I saw last week!” 한국의 여러 미신에 대해 배우고 난 후, 학생 한 분이 보고 있던 한국 드라마에서 집에 온 손님한테 소금을 뿌리며 쫓아내는 것을 봤다고, 지난 주 Culture of the Day 내용이 아니냐며 신나서 말했다. 식사 예절을 배운 후 괜히 밥에 젓가락을 세워 꽃아두는 게 신경 쓰인다던지, ‘저기요, 사장님’ 같이 식당 에티켓에서 다뤘던 구절이 드라마에서 들렸다던지, 학생 분들이 수업 밖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배웠던 한국어와 문화를 알아채고 행복해 하실 때 가장 뿌듯하다.
Culture of the Day는 폭넓은 소통의 장을 열기도 한다. 많은 학생 분들이 한국 현대사에 대해 궁금해 하기에 그 방대한 역사를 다루기보다 독립과 여러 민주화 항쟁 등 주요 현대사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소개하며 핵심적인 역사적 배경에 대해 설명 한 적이 있다. 얼마 후, 한국에서 입양되신 아버지를 둔 학생 분께서 소개 받은 영화 덕분에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 보다 더 알게 됐고, 당시 겪으셨던 전쟁과 독재에 대해 잘 얘기하지 않으시는 아버지와 대화의 물꼬를 틀 지식과 용기가 생겼다며 고맙다고 해 주셨다. 이 외에도 Culture of the Day 때 다룬 한국 역사와 사회문제를 주제로 학생 분들이 쉬는 시간이나 수업 후에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토론을 이어 나가는 것을 자주 본다. 미네소타는 미국 내 가장 큰 한국인 입양아 인구가 있는 곳인만큼 한국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고 싶을 때 큰 도움, 그동안 미국인과 한국인이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 겪었을 혼란과 성장의 이야기를 공유할 공동체가 절실하다. Culture of the Day를 통해 학생 분들이 보다 더 가까워지고,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것을 보며 나 역시 많이 배우고 있고, KIM이 그들에게 학교 이상의 큰 의미와 가치를 주는 것을 느낀다.
수업자료를 준비하는 것 만큼 Culture of the Day 역시 늘 주의를 기울여 자세히 조사하고 준비한다. 그러면서 나도 한국의 문화와 역사, 그 유래나 여러 한국어의 어원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점도 많다. 다채로운 한국에 대해서 알리며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학생 분들이 한국문화와 서로 다른 각자의 배경이나 정체성의 연결고리를 찾아가고 나 역시 한국 밖 여러 문화에 대해 알아갈 때이다. 12간지에 대한 주제로 12간지를 이루는 동물들과, 그것이 정오, 자정, 임인년, 계묘년과 같이 여러 시간과 관련한 단어에 녹아 들어 있는지 다뤘다. 그 때 인도에서 오신 학생 분께서 인도에서는 12간지 동물이 호랑이 대신 사자, 용 대신 뱀의 신 나가라고 알려주셨다. 덕분에 동아시아 3국 이외에도 12지신의 개념이 존재하며, 그 나라 환경과 역사에 따라 대표하는 동물 역시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이렇듯 교사와 학생 할 것 없이 모두가 배우고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혀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교실의 모습이 아닐까 새삼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민간 문화외교사절단 반크, 한국 국제협력단 코이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한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올바르게 알리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렇게 한국 토박이가 처음 미국 일리노이주에 유학생으로 왔을 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더 확고히 할 수 있었고, 여러 배경에서 온 사람들 속에서 한국 문화와 가치를 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 고민해왔다. 대학교를 다니던 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에게 한글로 친구들의 이름과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같이 예쁜 문장들을 한글로 써주고, 친구는 나에게 같은 문장을 그들의 모국어로 써주며 스스로 한글날을 알리고 기념한 적이 있다. 필라델피아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할 당시에는 매달 다양성 주간, 학교 학생 총회 등 여러 자리를 빌어 5월 가정의 달, 한복과 같이 여러 한국 문화를 학생들과 선생님들께 알리기도 했다. 한국어 교원자격시험을 준비를 할 당시 언어는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 가치를 알려 나가는 것 역시 한국어 교원 자질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배우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더더욱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어 교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 학생과 주민들이 거의 없었던 대학교 때와는 달리, 이제는 미네소타의 다양한 주민들과 교류하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만큼, 한국어와 더불어 문화의 아름다움을 함께 배워 나가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그리고 앞으로 그 시간을 더욱 더 학생 분들과 풍성하게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음에 설렌다.
[사진] Culture of the Day때 다룬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콩쥐 팥쥐’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구연동화를 모든 학교 학생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끝마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