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숙 말레이시아한국교육원 교사
(국립국제교육원 파견교사)
8월 3일 토요일 한국어 교실이 떠들썩해졌다. 바로 8월 21일에 있을 UPBA(Ujian Pencapaian Bahasa Antarabangsa: 외국어 능력시험)시험을 앞두고 가까운 여학교(Sekolah Seri Puteri)와 콜라보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최고 명문고 학생들이 모여 시험을 대비해서 문제도 풀어보고 각자의 한국어 지식을 뽐내기도 하며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여학생 34명과 남학생 28명이 모두 모둠을 만들고 UPBA모의고사를 풀어보았다.
처음에는 모둠에서 서로 한국어로 간단히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첫 만남에 기분이 설레기도 했겠지만 어색하고 수줍어해서 조용한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서 모의고사 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는 점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동안 서로 배운 한국어를 총동원해서 답을 찾고 모르는 단어나 문법 항목을 물어보는 등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평소와 달리 학생들이 질문도 많이 하고 적극적이어서 수업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UPBA시험은 두 부분으로 나워지는데 A파트는 읽기문제가 나온다. 알맞은 단어 고르기와, 조사 골라 쓰기, 주어진 단어를 이용하여 문장 완성하기, 지문 읽고 답 고르기 등이 나오고 B파트는 그림 묘사하기와 주어진 주제로 800자 정도의 글을 완성해야 한다.
<예시문제와 학생들이 쓴 답>
한국어 수업 시간에 국제한국어교육재단에서 나온 해외 초중등 한국어를 교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학교마다 한국어 교육과정이 달라서 각 학교마다 진도가 다르다. 우리 학교는 F5가 A2 단계도 못 끝냈는데 여학교는 B단계를 하는 수준이었다. 우리 학교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가지고 온 교재를 보면서 수준이 높다고 놀라기도 했는데 막상 시험문제를 같이 풀어보더니 실력은 비슷한 것 같다며 안심하는 듯 했다.
그림 묘사 하기를 모둠별로 상의해서 쓴 다음에는 모둠의 대표들이 나와 발표를 했다. 같은 그림이어도 학생들은 다양한 답을 써서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고 그만큼 모르는 단어나 표현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평소보다 훨씬 확장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실수를 하는 대목에서 - 조사를 제일 어려워하는데 가장 많이 틀리는 게 에/에서, 은/는, 을/를 등이다.- 서로 웃으며 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긴장을 많이 내려놓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문제를 풀 때 선생님들은 돌아다니며 질문에 답해주고 틀린 것을 교정해 주고 추가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 때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답을 확인하고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모두들 좋았다고 한다. 물론 여학생과 남학생들의 만남이라는 기대도 있었겠지만 평소 공부하던 학교와 교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를 해 보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 배운 것도 더 많았을 것 같았다. 소감을 말하던 학생이 처음에는 ‘shy’해서 말을 하기 어려웠다고 하면서 한국어로 뭐냐고 물어보았다. ‘수줍다’라고 알려줬더니 어느 학생이 ‘ㅂ 불규칙?’이라고 툭 말해서 와 우리 학생들 정말 열심히 공부했구나 싶었다. ‘수줍어서 말을 못했어요’라고 알려주니 더 활짝 웃었다.
이 두 학교의 콜라보 수업은 로컬 선생님의 공이 컸다. 이 행사를 위해서 두 학교의 로컬 한국어 선생님들께서 여러 가지 행정 업무를 해야 했고 수업 준비는 물론 학생들 간식까지 준비해줬다. 두 학교 간의 콜라보 수업이기도 했지만 로컬 선생님과 나와의 콜라보 수업이기도 했다. 내가 늘 대하던 학생들이 아닌 다른 학생들과 함께 해 보고 나와 늘 함께 하던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과 수업도 해 보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 되는 것 같았다. 함께 해 준 학생들과 두 로컬 한국어 선생님께 고맙고 이런 교류 수업이 다각도로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