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령 소주한국학교 교사
중국에서의 새 학기 첫날, 새로운 아이들을 만났다. 나는 궁금했다. 낯선 이곳, 낯선 이 공간에 있는 아이들은 각자 어떤 역사를 가지고 함께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교직 생활 중 모든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호기심을 느껴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같은 호기심으로 아이들과의 대화가 시작되었고, 각자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였다. 역사는 왜 학습해야 할까?
역사 학습의 이유는 과거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와 연결시켜 삶의 철학을 정립하는 데 있다.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이 선택한 삶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해보며 삶의 기준을 알게 된다. 교직 생활 초기에는 역사교육론의 총론과 같은 지루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하였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한결 여유롭게, 그리고 간단하게 학습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설명과 함께 평가 계획과 목적을 제시한 한 학기의 학습 노트를 배부하였다. 아이들은 학습 노트를 훝어보며 앞으로 학습할 내용에 호기심을 보였다. 아이들은 역사 학습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듯했고, 그만큼 역사 학습에 대한 태도도 진지해져갔다.
역사 학습 노트는 ‘거꾸로 교실’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디자인하여 제작한 한 학기 역사 교재이다. 역사 학습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친숙한 수업으로 다가갈까? 고민하던 중 ‘거꾸로 교실’ 모델을 만났다. 학생들이 사전에 온라인 강의를 듣고 학습 내용을 이해했다는 전제 아래 교실 내에서 게임, 토론,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지는 학습 모델이다. 그러나 사전 온라인 학습이 전제되어야 하는 ‘거꾸로 교실’ 모델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또 다른 과제가 될 터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학습 내용을 축소하여 교실 내에서 학습과 모둠 활동이 이루어지는 모둠을 기반으로 한 협력학습과 게임 학습을 디자인하였다. 토론 활동과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은 사고력을 키우고 친구들의 주장을 듣고 이해하며 생각하는 힘이 자라났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 차이도 이해하고 친구들의 사고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였다. 카드 게임, 릴레이 게임, 롤리팝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게임활동은 학생들의 집중과 웃음을 끌어냈고, 특히 카훗 게임이 가져온 힘은 놀랍도록 아이들을 학습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서두에서처럼 역사교육의 목적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고 내 삶 속에서 가치관을 정립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역사적 사실들보다는 한 인물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디자인한 ‘온책읽기 프로젝트’.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들이 독서 수준은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책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난이도가 높은 책부터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까지 다섯 종류의 책을 선정하고 자유롭게 책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책을 수준에 맞게 골라 모둠별로 온책읽기를 시작하였다. 수업 시간을 할애하여 책을 읽을 시간을 부여하니 아이들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독후 활동으로 인상적인 문장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였으며 삶과 연계한 질문을 뽑아내어 토의 활동을 이어갔다. 발표를 공유하며 독서를 통해 알게 된 인물의 삶 또는 그들의 선택에 대해 알아가고, 친구들의 각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성장해갔다.
<‘온책읽기’ 목록과 차시별 수업 계획>
제목 | 주제 |
---|---|
마지막 무관생도들 | 일제 강점기 무관 생도들의 삶 |
하얼빈 | 안중근 |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일제 강점기 해외 이주 |
소년이 온다 | 5.18 민주화운동 |
꽃할머니 | 일본군 위안부 |
1-3차시 | 독서하기 및 독서활동지 정리 |
4차시 | 모둠 내 질문 공유 및 모둠 토의 |
5차시 | 발표하기(주요 내용 및 토의 내용) |
6차시 | 논술평가 |
<평가 기준 및 생기부 입력 예시>
'마지막 무관생도들'을 읽고 친일과 독립 운동의 갈림길에 서 있던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봄.
-'하얼빈'을 읽고 안중근의 삶을 깊이 이해하였으며 독서를 통해 느낀 감동을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통해 공유하며 자신의 삶을 정립하는 기회를 가짐. 토론과 토의를 통해 다양한 관점이 존재함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는 폭을 넓혔으며 글쓰기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함.
중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수줍게 만났던 첫 만남은 이제 기분 좋은 떨림으로 남았다. 찬반 토론, 게임 활동, 보물찾기, 문서 공유 활동, UCC 제작 활동, 주제 탐구 발표 등을 즐기며 열정을 보여주었다. 어느 누구 한 명 졸거나 자는 학생없이 수업을 열정으로 채워준 아이들이기에 우리 아이들에 대한 애정은 더욱 남다르다. 어쩌면 아이들과 친숙해지고 싶었고, 더 친근한 수업으로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디자인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역사 수업을 통해 내가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아이들이 써 낸 ‘한 학기를 돌아보는 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고 했고, 모둠 활동을 통해 협력의 태도를 배워갔다고 하였다. 나는 아직도 역사다운 수업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매일 고민을 한다. 역사 수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어가고 따뜻한 마음을 갖기를, 그리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역사 학습 노트와 ‘온책읽기’ 수행 보고서
비주얼 연표 만들기와 카훗으로 복습하기
전체 토론 활동 “인공지능과 미래전망”
역사 단어 카드 게임과 미션 보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