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9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에는 말레이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동남아 국가 중 하나이고 무슬림 국가라는 것, 뎅기모기와 무성한 나무들로 빼곡한 정글에 오랑우탄과 원숭이가 많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그려지는 나라였다.

여기에서 8년이라는 시간을 살면서 이 나라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한국과 닮은 부분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국화는 히비스커스(Bunga Raya)인데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와 같은 종류에 속하는 꽃이다. 많은 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한 역사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남다른 국가이다. 1957년 8월 31일에 말레이시아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다. 다른 나라는 보통 하루나 며칠만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데에 반해 말레이시아 국민은 독립기념일이 있는 달을 한 달 동안 기념하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7시에 조례를 하는데 조례가 끝날 때 매번 다른 독립기념일 노래를 부르며 국기를 흔든다. 국가에서 매년 독립기념일 기념 노래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부르게 하는데 독립 이후 지금까지 많은 독립기념일 노래가 있기에 매일 다른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학생들이 국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그 마음이 느껴져서 눈물이 차오르기도 한다. 많은 나라들로부터 받았던 침략의 역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되찾은 자유로 인한 기쁨을 온몸으로 노래하는 그들의 마음이 외국인인 나에게까지 전해져서 뭉클하다. 이렇게 독립기념일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의 독립에 대해서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국의 독립기념일인 광복절도 8월이니 학생들에게 더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광복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의 광복절은 언제인지, 어느 나라로부터 독립했는지 독립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독립운동을 이끈 인물들에 대해서도 소개하였다. 학생들은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연신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한국의 태극기의 뜻을 설명해 주며 각 모양과 색깔이 지닌 뜻을 설명하고 한국의 국화도 말레이시아 국화와 같은 무궁화과라는 것을 설명하였다. 수업 전에는 학생들이 한국의 역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자칫 너무 어려운 수업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몸을 앞으로 기울여 경청하며 질문까지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국에 나오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 말처럼 한국의 광복절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나도 모르게 벅찬 감정이 올라왔는데 학생들에게 그 감정이 전달되었는지 한국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며 감탄했다.

광복절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에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태극기와 무궁화, 대한 독립 만세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색칠하고 잘라 붙여 만드는 활동이다. 만들기 전에 태극기의 의미와 무궁화에 대해 소개하였기에 학생들은 그 의미를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색칠하였다. 이런 활동을 할 때마다 한국 노래를 틀어주곤 하는데 이번에는 학생들이 한국의 독립기념일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하였다. 생각해 보니 말레이시아 국민이 많은 독립기념일 노래를 아는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아는 광복절 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들려 주었지만 나에게도 생소한 노래였다. 전에는 광복절 노래가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었는데 이들의 문화를 배우며 그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게 되어 나 또한 새롭게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본인이 만든 작품을 보며 뿌듯해하고 기뻐하였다. 자신의 나라 국기를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한국의 국기도 행여나 구겨질까 조심조심 다루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배울 만하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색칠한 태극기와 무궁화, 그리고 대한 독립 만세라는 글귀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앞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하여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여 한국에 대한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진 학생들을 길러내는 교사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