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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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학부모 이야기

밥은 먹고 다니니?

조영미 광저우한국학교 학부모
글로내컬 리포터 3기

작년 23년 코로나로 방문하지 못한 이후 오랜만에 방문한 한국에서 내 두 눈을 가장 크게 했던 것 중 하나는 대형 마트의 냉장코너였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떡볶이의 간편조리식품이 대형냉장고의 제법 많은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 짧은 체류기간으로는 다 맛보기 힘들 정도로 참으로 다양했다. 떡볶이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간편조리식품이 벽면냉장고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24년 큰 아이의 입시를 위해 한동안 머물게 된 한국에서 간편조리식품의 편리함에 감사했다. 새벽배송으로 오는 간편식품은 나의 수고를 덜어주었고,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전국각지의 맛집 음식을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호사도 누리게 해주었다.

중국생활 11년차. 해외생활 16년차 주부인 나에게 가족들의 끼니를 챙기는 것은 때로는 전쟁과도 같다. 유럽지역의 주재원시절에는 식재료도 낯설었지만, 살림실력도 지금과 비교하자면 참으로 형편없었기에,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었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중국은 모든 것이 풍부하다. 재료도 풍부하지만, 저렴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간편조리식품은 어떨까? 거의 매일 드나드는 슈퍼마켓에서 간편조리식품을 자세히 살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중국생활 초창기 음식점에서 먹어본 음식을 몇 번 흉내 내 본적은 있지만, 그 맛을 낼 수 있다 생각한 것 자체가 터무니 없다 생각하여 포기한지 오래되었는데, 혹시 간편조리식품으로는 가능할까? 소멸해 버린 중국음식 도전의식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1] 현재 생활하고 있는 광동 지역은 딤섬이 유명하다. 차와 함께 먹는 다양한 종류의 딤섬이 모두 냉동식품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간편하게 쪄서 먹을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왼쪽은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우리가 흔히 ‘완탕’ 으로 알고 있는 ‘云吞’(yuntun, 윈툰) 코너. 고기와 새우가 대부분인데, 만듯국처럼 조리하면 담백하게 먹을만하다.

[사진 2] 탕에 넣을 재료들이 바로 조리 가능하게 담겨져 있다.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샐러드도 보인다. 조금 큰 마트에는 한끼로 충분한 각종 샐러드들도 판매하고 있다.

[사진 3] 사진 오른쪽은 한국인들도 비교적 좋아하는 돼지고기와 고추볶음으로 식당에 갈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시키는 중국음식 중 하나이다.

[사진 4] 사진처럼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사진과 실물은 다를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두 가지 모두 식당의 메뉴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제대로 마주한 적은 없는 음식이다. 간편조리식품으로 있는 걸 보면 집에서도 즐겨먹는 음식임을 예상할 뿐이다.

[사진 5] 냉동식품으로 해동해서 끓이면 되는 탕종류. 코코넛육수 닭요리?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椰子鸡(yeziji 예즈지) 또한 전문음식점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역시나 부족한 나의 도전의식 때문에 접할 기회가 없었다. 코코넛도 좋아하고 닭고기도 좋아하지만 그것을 탕으로 함께 먹는다는 게 조금 낯설다. 오른쪽 사진은 한식감자탕으로 예상되는데, 이름만 ‘한식’이 아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사진 6] 한국기업의 냉동만두와 면류의 간편조리식품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맛도 거의 비슷하여 애용하는 편이다.

[사진 7] 김치도 당당히 냉장코너의 한자리를 꿰차고 있다. 맵기가 아무래도 아쉽지만, ‘한식’이라 이름 붙인 정체불명의 김치와 비교불가하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 길 한달전부터 한창 판매중인 두리안이 마트 입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 사람들 두리안을 참 좋아한다. 두리안 피자도 정말 흔하고 두리안빵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나 또한 피자와 빵으로 두리안의 묘한 매력을 알아버렸다. 조만간 두리안 과육에 도전해 보리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간편조리식품이 한국보다 다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그리고 외식과의 가격 차이가 별로 없어서 일 것이라는 작은 결론에 도달한다. 이곳 중국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의 음식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보다 저렴한 음식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굳이 집에서 조리하는 노력을 들일 필요없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간편조리식품이 다양해진 이면에는 비싼 외식비도 한 몫 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 진다.

여행과 생활은 다르다. 색다른 음식에 도전해 보고 경험하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면, 생활은 시행착오의 연속으로 엮어나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먹는 것에만 집중하기에는 다른 해결해야 할 것들이 존재한다. 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 익숙하고 실패가 적은 현지 음식을 먹고, 자주가는 식당과 항상 시키는 메뉴가 생긴다. 그래서 떄로는 여행자로부터 새로운 음식점과 낯선 메뉴를 알게 되기도 한다. 해외에서의 생활 어느 하나도 녹록하지 않았지만, 주부인 나에게 끼니를 챙겨야 하는 것은 막 중국 생활을 시작했던 그때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쉽지 않은 일이다. 편의점이나 마트의 냉장코너에서 아직도 사전을 찾아 식재료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험이 어떤 때는 여행하는 것 같이 신선하고 흥분되지만, 어떤 때는 몹시 피곤하다. 그래서 항상 사는 것만 사게 되고, 주문하던 것만 주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달간의 한국 체류를 마치고 돌아와 뜨거운 광저우에서 날씨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저녁 끼니를 준비한다. 내일은 따뜻한 보이차와 샤오롱바오로 중국에 돌아왔다는 신고식을 해야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干炒牛河 (소고기 볶음 쌀국수) 주문도 빼놓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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