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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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학부모 이야기

막막함으로 출발해서, 아름다움으로 채워가는 중국 상하이 라이프

홍진미 상해한국학교 학부모
글로내컬 리포터 3기

2019년 8월 낯선 나라 낯선 환경 상하이로 출발~

19년 8월. 상하이행 첫 날, 새로운 집에 입주해서 열심히 자기 방을 치우고 있는 쌍둥이

우리는 일반 가족과 달리 엄마인 내가 중국의 한 기업으로부터 취업 제안을 받고, 내가 취업자가 되어 상해에서 경제활동을 주도하는 케이스이다. 많은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나름대로 조사하고 알아봤지만 한국에서 중국의 취업 및 교육현황을 알아본다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6개월의 준비기간(아니, 망설임의 기간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을 끝으로 드디어 상하이행을 결정했다(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울렁… 모든 게 막연했던 상황에 그런 결정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1도 없고, 외국을 다닌 경험도 많지 않고, 영어 중국어 아무것도 안 되고 오로지 한국어만 가능했던 내가 그렇게 용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첫 번째, 아이들의 교육환경(상하이의 교육환경은 나쁘지 않다고 판단)
두 번째, 경제중심 도시인 상하이라는 것

이 두 가지 요건만으로도 우리가 외국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얻는 게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남편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우리의 상하이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시련 : 아이들의 학교 적응기간

상하이에 와서 처음 한두 달은 우리가 이사를 온 것인지 여행을 온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렘이랄까? 그냥 모든 게 새로웠고 길가다 우연히 듣게 되는 한국어는 노랫소리처럼 들려왔고, 마트에 진열된 한국 물건을 보면 이유없이 반가워서 혼자 인사할 정도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나 싶었다.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그 때 초등학교 5학년, 아직은 어린아이라 생각하고 엄마아빠의 결정에 특별한 이의 없이 잘 따라줄 것이라 생각했던 터라 아이들에게는 진지하게 많은 시간 상하이행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이 가장 후회되는 것 중에 하나)

딸아이가 상해학교로 전학온 지 몇 개월 되었을 때 아이의 표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대화를 해본 결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딸아이의 의견에… 정말 암담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너무 갑작스럽게 상해로 왔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이별할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로 헤어진 게 속상하고, 상해 와서 보니 한국친구들과 같은 그런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어려울 거라 생각이 들고 그냥 모든 게 한국이 너무 그립다. 먹는 것도, 옷도, 모든 물건도 사람들도 가족들도 그냥 한국이 그립다…라며 밤새 울던 아이, 그리고 아침에 축 쳐진 어깨에 가방 메고 학교 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스스로 많이 괴로워하며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를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반면에 아들은(아들과 딸 쌍둥이)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의 적응은 매우 빠르게 잘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서 학교생활을 매우 재밌어 했고, 주말에도 월요일 학교가는 날만 기다리는 상황인데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딸은 아들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언 세월이 흘러 이젠 꽉 채운 5년을 넘어서 곧 있으면 6년차에 접어든다. 딸 아이가 학교 적응문제로 속상하게 했던 건 약 1년 정도의 시간…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며 상하이의 아름다운 곳들을 보여주고, 쉬는 날은 항상 아이와 함께 예쁜 거리를 걸었다 (그때는 코로나로 모든 교류가 막혀있던 때라 한국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불가능한 때).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지나니까 아이도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법을 터득해서 지금은 예쁜 고등학생으로 잘 자라 나고 있다.

어른들보다 더 힘들었을 아이들, 우리 쌍둥이는 힘들었을 적응기를 잘 버티고 멋지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외국으로 이주를 생각한다면, 어른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의견도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충분한 여유시간을 주고 아이들이 주변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아야 할 도시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아이들에게 충분히 알려주고, 스스로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말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

여러 가지 매력을 담고 있는 도시, 상하이

상하이의 첫 번째 매력 : 도심 속 자연

상하이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1순위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도심 속 자연’ ‘도심 속 작은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는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다. 상하이에서 나고 자란 ‘상해인上海人’도 있지만, 외지에서 온 현지인들도 매우 많고 나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들도 매우 많은 곳이다.

동네 곳곳에 작은(여기서는 작다고 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고, 길거리마다 꽃나무들이 많이 있어 봄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꽃향기를 맘껏 느낄 수 있는 곳.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는데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을 갖고 동네를 구경하려고 하면 혼자서도 너무나 즐겁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상하이는 ‘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것처럼 각 동네마다 크고 작은 하천 혹은 냇가들이 있다. 물론 물이 맑지는 않아서 물에 들어가 놀 수는 없지만 노을 지는 시간에 그 하천을 거닐다 보면 하루의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녹아 없어진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상하이의 대표적인 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은 힐링 방법 중 하나이다. 상하이의 가로수길에는 크고 웅장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대부분이 오동나무이다.
굵은 나무 기둥이 기이하게 꺾여 있고 아이보리 컬러의 나무 색으로 참 운치 있는 모습이다. 오동나무 길가에 늘어선 작은 가게들은 예쁘고 작은 소품들을 파는 곳들이 많아서 걸어 다니며 구경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러다 손에 쥐고 싶은 소품이 있다면 현장에서 바로 겟(get)~ 할 수 하는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다.

상하이의 두 번째 매력 : 저렴한 생활물가(집세, 교육비, 학비 제외)

상하이는 집세(월세 형식)와 사교육비는 다소 비싼 편이다. 보통 방3개인 집의 한달 임대료는 대략 15,000위안(한국 돈 280만원정도, 지역에 따라 매우 다르지만 현재 한인타운 기준 금액)으로 헉~ 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비용은 집세, 학비, 생활비 이 세 가지는 이곳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비용이고, 그 외에 사교육비, 차량 이용비, 외식비 등은 선택적으로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이런 필수 비용은 사악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 외 대중교통비용(지하철, 버스, 택시, 공유자전거 등)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약 20키로 거리 이동시 택시비는 50위안(한국 돈 1만 원 정도), 지하철은 30분거리 4위안(한국 돈800원 정도)정도면 이용할 수 있고, 아이들은 공유 자전거 한 달권 짜리를 등록하여(한달 12원 한국 돈 2천원 정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열대과일의 성지-망고, 두리안, 리츠 등 그 외 다양한 열과 과일이 많이 있지만 내가 이름을 아는 열대 과일이라곤 요 정도ㅠㅠ. 보지도 못한 다양한 열대과일도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고 곳곳에 과일가게들이 있는데 보통 과일을 깎아서 팩에 담아서 파는 곳들도 있기때문에 갈증이 날 때에는 바로 사서 그 자리에서 먹어버리는 즐거움 또한 있다.

또 과일 뿐 아니라 야채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생전 보지 못한 야채도 매우 많음) 가격 또한 저렴하여,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경우 식비를 많이 절감할 수 있다.

한 끼 식사를 위해서 장을 볼 때 보통 야채는 파, 마늘, 양파, 호박, 오이, 시금치 정도 구매하는데 한국 돈 4천 원을 넘지 않는다. 어쩌다 야채를 많이 사서 한국 돈 1만원 정도를 구매한 경우, 이런 경우는 내가 혼자 들고 갈 수가 없어서 보조자가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상하이 생활에 조금 익숙해지는 이 시점이 되어서야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야채를 하나씩 먹어볼 요량으로 낯선 야채들을 하나씩 사서 조리해 보는 중인데, 결과는 성공적이다.

상하이의 세 번째 매력 : 외국인에 대한 친절 & 안전한 치안

내가 상하이행을 결정했을 때 가족들이 가장 우려하던 것이 바로 “치안”부분이었다. “막 거기 가면 밤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하면 ~~~하고 위험해서 걱정이야”라고 말한 부분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직접 와서 5년간을 살아보니, 이런 위험의 말들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인 것을 실감했다.

중국인들은 실제로 친절한 사람들이 많고, 외국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매우 진지하고 어떻게든 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잘 알아 듣기 위해 노력해주고, 심지어는 작은 가게의 상인이어도 핸드폰으로 통역기를 돌려서 말을 알아 들으려고 노력해주는 현지인들도 많다. 그들의 친절과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하고, 중국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비단 1선 대도시에서만 경험한 것이 아니라 작은 시골마을에서도 경험했던 것이기에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마다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는 길거리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 정말 희안한 건 청소담당자들을 많이 보지도 못했는데 길거리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외국인들의 어눌한 중국어 솜씨에 환하게 웃으며 더 친절하게 손짓 발짓 해가며 알려주는 중국인들을 대하면 정말 “씨에씨에 谢谢”라는 감사의 말이 절로 나온다.

또한 밤거리를 늦게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불안감 또한 없다. 상해는 치안이 잘 되어 있는 도시로 유명하고, 많은 유튜버 혹은 커뮤니티공간에 상해의 치안은 매우 안전하다고 언급한 분들이 많다. 5년간 살아 본 나도 같은 생각이다. 오히려 한국에서 밤 거리 돌아다니는것보다 상해에서 밤 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더 안 무섭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치안이 잘 되어 있어서 무엇보다 아이들이 생활하기에는 참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단지마다 안에 놀이터, 산책 길, 공원 등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단지 안에서 만나서 단지 안에서 먹고 놀고 걷고 뛰고 운동하며 아이들끼리의 시간을 보낸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단지 안의 강가에서 아이들이 노을을 보면서 사발면을 먹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에게는 참 좋은 경험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남편이 늘 내게 하는 말이 있다. 약간의 두려움에 차서 남편에게 “~~~이런 건 어떻게 하지?”라고 물으면 세계 각국을 많이 다녀본 남편은 내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같아” 곧, 어떤 나라든 문제는 발생할 수 있고, 어떤 문제든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 사람 사는 곳은 다 같은 곳이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킨다.

중국어는 1도 모르고 무작정 와서, 꽉 채운 5년을 살아낸 우리에게, 다른 누군가가 상해에 와서 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오세요”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적응해가면서 살아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훈련하며 스스로 단단해져 가는 과정이 된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나처럼 시련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와서 살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우리 재외국민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힘든 과정도 있었으나, 지금은 상하이의 매력에 적응하며 우리 삶 자체를 아름답게 살아내고 있고 쌍둥이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고등학생으로 바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수확이 아니던가!

자신의 꿈을 위해 낯선 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열심히 도전하며 살아가는 재외국민 학생들과 그 학생들의 앞에서 끝까지 손잡아 주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등 뒤에 서서 말없이 우리 아이들의 든든한 지원을 해주시는 학부모님들~~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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