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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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원 교원 이야기

말레이시아 수험생들에게 한국어로 전하는 응원

조수연 말레이시아한국교육원 교사

말레이시아에도 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시험이 있다. 바로 SPM(Sijil Pelajaran Malaysia, Malaysian Certificate of Education)이라는 시험인데, 외국어 과목 시험에 해당하는 UPBA(Ujian Pencapaian Bahasa Antarabangsa, International Language Achievement Test)도 있다. 2022년부터 UPBA에 한국어가 선택과목으로 포함되었고, 그 이후로 우리 학교의 한국어 반 학생들도 꾸준히 한국어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능은 모든 과목을 하루에 시험 보는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여러 달에 걸쳐 시험이 진행된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과학 실험 등 다양한 형식으로 시험을 봐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긴 시간 동안 시험에 매진하게 된다. 중요한 시험인 만큼 시험 전에 모의고사도 오랜 기간 치러진다. 그래서 최고 학년인 5학년 학생들은 거의 1년 내내 시험을 준비하고, 보느라 대부분의 학교 행사에서 제외되곤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곳에는 시험을 앞둔 학생들을 위한 응원 문화가 별로 없다. 장구나 북을 두드리며 요란하게 응원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한국어 반만의 특색을 살려 응원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먼저 선배들을 응원하고 싶다는 학년을 골라 우리나라 수능과 응원 문화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시험 응원 문구 몇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그 다음 학생들이 원하는 문구를 선택해 연습장에 몇 번 써보게 하고 어떻게 꾸밀지 구상하도록 했다. 준비가 되면 학생들은 연습한 대로 엽서를 꾸몄다. 그리고 응원하고 싶은,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이름을 적었다.

시험 당일이 되었다. 엽서를 준비한 학생들은 수업 중이어서 내가 대신 엽서를 전달했다. 처음에는 부채라도 들고 가서 시험장 입구에서 흔들며 응원할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냥 하지 않기로 했다. 도착해보니 현장은 예상보다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조용히 엽서만 한 명 한 명 건네주었는데, 학생들이 이런 응원은 처음 받아본다고 너무나 기뻐했다. 엽서 한 장일 뿐이지만, 그 작은 정성이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시험장 규칙 상 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엽서를 거둬야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심 어린 응원이 전달된 것 같아 나도 기뻤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를 함께 배우는 것이다. 말에는 마음이 담겨 있고, 한국어반 아이들은 한국어를 매개로 우리의 문화와 함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들이 배운 한국어가 단순한 언어 이상의 의미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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