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선 대련한국국제학교 교사
우리 학급 학생들은 모두가 다른 모양과 색을 가진 꽃이다. 올해 3월 입학식에서 ‘모두모두 꽃이야’ 노래를 입을 모아 부르고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1학년 교실의 3월은 전혀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꽃밭의 꽃들은 각자의 색과 모양과 향기로 존재하기에 어떤 꽃은 화려하고 눈에 띄었다. 어떤 꽃은 구석에 자리해 크게 자라나지 못했다. 크게 자라지 못한 꽃들은 구석 자리에 스스로 모이기 시작했고 서로 갈라진 길은 점점 커지고 다시 만나지 못할 것처럼 꽃밭이 갈라졌다.
우리 학급 학생들은 중국 다문화 가정 학생 5명과 한국가정 학생 3명으로 이루어진 작지만 특별한 학급이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은 한국말과 한글을 전혀 모른 채로 입학하기 때문에 중국말을 모르는 담임 선생님은 참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다. 말이 통하는 한국 학생들을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으로 다듬기에도 고된 과정이 필요한데 말이 안 통하다니 .... 처음에는 걱정이 두 번째는 두려움이 세 번째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려움은 예상보다 더 컸다. 다문화 학급의 생활지도와 학습지도 그리고 학부모와의 관계 등 어려움은 한국학교 저학년 지도 경험이 많은 교사에게도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겪은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과정을 동료 교사들에게 다정한 조언의 형식으로 전해 보고자 한다.
다문화 학급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서랍에 넣어’ 였다. 매 시간 해야하는 일이지만 한국말이 처음인 아이들에게 ‘서랍’과 ‘넣어’ 라는 말은 너무 어려운 말이기 때문이다.
-입학 전 캠프 활용 : 우리 학급은 초등학교 입학생을 대상으로 한글 및 학교 적응 캠프를 1, 2월에 2차에 걸쳐 실시한다. 캠프의 목적은 한국말이 처음인 학생들에게 낯선 학교와 선생님을 소개하고 그들이 한국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은 선생님을 마치 외국인처럼 느끼고 쉽게 다가오지 못한다. 캠프에서 학교생활에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단어를 가르치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말을 서서히 떼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캠프를 통해 예비 학부모들의 입학에 대한 두려움도 덜어주고 학생들에게는 긍정적이고 편안한 학교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어 입학 이후에도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학부모 대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및 학급 간담회 실시 : 1학년은 학부모도 함께 입학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학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하고 외국어과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1:1로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에게 통역을 지원하여 학교 생활과 학급에 대해 정확하고 자세하게 전달한다. 또한 학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함께 해결해야 하는 갈등이 있다면 즉시 학부모 간담회를 소집하여 통역이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
다문화 학급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수업 시간 최대화 및 수업량 확보이다.
-국어 시간 순증 및 수업시수 조정 : 우리 학급은 한국보다 최대 30% 수업량을 늘려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타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학습자에게 한국어 발화를 계속해서 듣게 하는 것은 학교와 학업 적응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반년 동안 집중적으로 학습량을 늘려준 결과 유의미한 듣기가 시작되었으며 학생들은 급속도롤 성장했다.
-KLA(한국어 도움 과정)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업 지원 : 우리 학교에서는 1학년 국어 수업의 중요성과 후속 학습에 주는 영향을 인정하여 한국어 강사를 고용하고 활용하게 되었다. 처음 도입 단계에서는 강사가 담임 교사의 수업을 지원하여 부족한 학생을 도와주는 것에서 점차 개별화 학습의 단계로 발전하며 학생들의 성취도는 눈에 띄게 성장하게 되었다.
다문화 가정의 부모와 한국 가정의 부모들 사이에서는 오해와 갈등이 쉽게 발생한다. 학생들이 문제 상황이나 갈등 상황이 되면 급속도로 편이 나뉘며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화합되지 못한 채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학교와 담임교사는 학부모 간의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머니 공부방 활용 :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가 학생의 한글 과제를 도와주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 학급은 매주 수요일 방과 후 도서관에서 만나 과제를 함께 해결한 후 하교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을 알고 한국 가정의 학부모님이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민 것이다. 학생의 과제 수행 능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깊은 정을 쌓을 수 있었다.
-‘한글나래’ 어머니 한글 교실 운영 : 우리 학교는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이 한글과 한국말을 몰라 가정 학습 지도가 어렵고 고학년이 될수록 언어의 장벽으로 가정 내 소통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 문제로 인식되었다.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들에게 한글 수업을 제공하여 함께 만나 학교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자녀와 함께 공부하는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을 실현할 수 있었다.
- 학부모 상담 노하우 : 다문화 가정에서 제일 두려운 것은 내 아이만 낙오되는 것,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이다. 교사는 다문화 가정 학부모의 두려움과 답답함을 이해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자녀가 할 수 있다는 것, 교사가 열심히 지원하고 노력한다는 것을 계속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렇게 작은 학급에서 이렇게 많은 문제와 난관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실감이 되는 두 번째 해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더 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면서 학교와 교사의 노력으로 변화 된 학급을 바라 보는 것이 참으로 보람 있다. 재외 학교에서 근무 하시는 대부분의 교사들은 다문화 학급의 교사일 것이다. 다문화 학급에 각각의 향기와 아름다움을 가진 꽃들이 피어나고 서로 어울리며 화합되는 꽃밭이 자라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