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특별전형:
국경 밖에서 성장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정한 평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걸어온 길을 기준으로 타인의 길을 바라본다. 한국 입시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수시’, ‘정시’, ‘학생부종합전형’은 익숙한 용어일지 모르지만,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다소 낯설다. 이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수능을 치르지 않았고, 내신 평가 방식도 다르다. 그렇기에 일부 사람들에게 재외국민 학생들은 마치 더 쉬운 길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길의 어려움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해외에서 일정한 재학·체류 요건을 충족한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 입학 특별전형이다. 재외국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은 일반적으로 ‘중·고교 과정 해외 이수자 전형(3년 특례)’과 ‘전 교육과정 해외 이수자 전형(12년 특례)’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3년 특례는 대학 입학정원의 2% 이내에서 정원 외로 선발하며, 전 교육과정 해외 이수자 전형은 정원 외로 입학정원의 제한 없이 선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학마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의 국외 이수기간 등 지원자격이 달랐으나, 2021학년도부터 관련 공통 지원자격이 표준화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사실은 이 제도가 해외 체류 자체에 대한 보상이나 특혜가 아니라는 점이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해외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국내 입시 체계에 그대로 편입되기 어렵다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다수의 해외 거주 학생들은 한국 교육과정 대신 IB(국제 바칼로레아), A-Level(영국계 대학 입학 자격 과정), AP(미국 대학 수준의 고교 심화 과정)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GPA(평균 학점)와 같은 서로 다른 성적 평가 체계를 적용받는다. 이러한 학생들을 국내 내신이나 수능 기준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선 학생들에게 같은 잣대를 강요하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일반고에서 3년 내내 1등급을 유지한 학생과 IB에서 만점인 45점을 받은 학생 가운데 누가 더 우수한 학생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두 학생은 전혀 다른 교육과정과 평가 체계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학생들의 역량을 더 적절하게 평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대한민국 교육과정을 그대로 운영하는 재외한국학교 학생들까지 특례 전형의 혜택을 받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재외한국학교에서 한국 교육과정을 이수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해외에서 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현지 사회와 문화에도 적응해야 하며, 국내 학생들이 경험하지 않는 다양한 문화적 장벽을 마주한다.
필자는 현재 베트남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학생인데, 2021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베트남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약 6개월 동안 사실상 외출이 제한되는 경험을 했다. 또한 학교에서 지리 교과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는 베트남 정부가 남중국해 표기를 문제 삼아 교사들이 교과서의 관련 내용을 일일이 수정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재외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은 위와 같은 생활 속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재외국민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불편함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다. 베트남 현지인들은 필자를 만나면 한국어로 한마디 해 보라고 하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오히려 베트남어를 해 보라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필자를 항상 ‘다른 곳에서 온 사람’으로 바라본다. 한국에서는 베트남 사람처럼, 베트남에서는 한국 사람처럼 여겨지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런 어려움들은 한국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많은 재외국민 학생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다.
입시 환경 역시 다르다. 해외 거주 학생들은 국내 학생들에 비해 사교육이나 입시 컨설팅, 입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대학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평가 기준이 일반 수시 전형보다 광범위하여 입시를 준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필자는 재외한국학교에서 한국 교육과정을 밟고 있지만 재외국민 입시에서 요구되는 TOEIC, TOEFL, SAT, AP, 베트남어능력시험 등의 부가적인 시험과 활동까지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대목은 재외국민 학생들이 해외에서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유리한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형태의 입시 부담과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재외한국학교 학생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시각을 갖춘 인재로 성장한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얻은 경험, 여러 언어와 가치관을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국제 환경 속에서 형성된 넓은 시야는 국내 교육 환경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자산이다. 이러한 역량은 대학의 국제화와 국가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오늘날 더욱 큰 가치를 가진다. 또한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해외에서 성장한 우수 인재들이 외국 대학으로만 진학하는 현상을 완화하고, 이들이 한국 사회와 지속해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따라서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특정 학생들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교육 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을 더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 전형은 다양한 경험과 국제적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한국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국내 학생과 재외국민 학생은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의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해 왔다. 필자는 재외국민 학생과 국내 학생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갈등 대신 존중과 응원의 문화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 이 글에 담긴 의견은 글쓴이 개인의 견해이며, 재외교육기관포털의 공식 입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