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 현장 리포트・줌인: 세계 속 그 학교

함께 키우는 학교, 함께 자라는 아이들
방콕한국국제학교, 세계 속에서 한국교육의 길을 묻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으면 방콕한국국제학교 앞은 하루를 맞이하는 학생들로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스쿨버스가 도착하고, 학부모의 차량이 하나둘 멈춰 선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와 “사와디 캅”이라는 태국어 인사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집에서는 태국어가 더 익숙한 학생도 있고, 한국에서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도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지만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두 같은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

방콕한국국제학교 ‘2019 가족사진’

방콕한국국제학교 ‘2019 가족사진’

해외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단순히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한국과 가장 가까이 연결되는 공동체이며,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갈 힘을 배우는 삶의 공간이다. 방콕한국국제학교는 이러한 필요 속에서 2001년 초등학생 19명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성장하였으며, 2026년 7월 현재 180여 명의 학생과 36명의 교직원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지금까지 18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태국에서 한국 교육의 가치를 이어가는 교육공동체로 자리 잡아 왔다.

방콕은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도시이다. 많은 국제학교와 대학, 세계 각국의 문화가 공존하고, 한국 기업과 재외동포 사회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학생들의 배경 또한 다양하다. 기업 주재원의 자녀뿐 아니라 장기 거주 가정, 국제결혼 가정, 제3국을 거쳐 태국에 정착한 학생들까지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배우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방콕한국국제학교는 한국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넘어,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공동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교무실을 찾아와 교사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학업에 관한 상담도 있지만, 자신의 고민이나 진로를 이야기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러한 만남은 특별한 상담 시간이 아니라 학교의 일상이다. 학생들은 교사를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여기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작은 변화까지 함께 살핀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쌓여 온 신뢰는 우리 학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학교문화이자 학생들이 학교를 안전한 공동체로 느끼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점을 교육의 강점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학습과 생활,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교육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규모의 경쟁보다 교육의 깊이를 선택해 왔다. 규모는 작지만 학생을 이해하는 깊이는 결코 작지 않다는 것, 그것이 방콕한국국제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모습이다.

이러한 철학은 교육과정 속에서도 이어진다. 우리는 행사를 많이 하는 학교가 아니라 하나의 행사도 교육과정으로 만들어 가는 학교를 지향한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행사의 횟수가 아니라 그 경험이 배움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이시움(Lyceum) 강연회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연구하여 발표하고, 서로 경청하며 진로진학 역량을 기르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 나간다. 하나의 강연이 학생들의 진로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것이다.

영어 교육도 같은 방향에서 운영된다. English Oratory Challenge를 비롯한 다양한 영어 발표 프로그램은 영어 실력을 겨루기 위한 대회가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고 질문하며 서로 소통하는 경험을 쌓는 교육과정이다. 영어를 시험 과목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 연결되는 언어로 익히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기르는 교육 역시 교실 안에 머물지 않는다. 독도교육주간과 나라사랑주간은 교과 수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학생들은 삼일절·광복절 기념행사, 평화통일 골든벨 등에 참여하며 교민사회와 함께 우리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지역사회와 만나고, 학생들은 자신이 재외동포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워 간다.

방콕이라는 도시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배움의 공간이 된다. 학생들은 교실을 벗어나 대학과 문화기관, 지역사회를 찾아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삶과 연결한다. 쭐랄롱꼰대학교와의 교류, 방켄도서관 문화교류, 아이콘시암 진로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현장체험학습은 도시를 견학하는 활동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시야를 넓혀 가고, 한국인의 정체성과 글로벌 역량이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길러져야 할 역량임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연말이 되면 학교는 또 하나의 특별한 배움을 맞이한다. 학교 축제인 별솔제는 단순한 공연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1년 동안 교과와 동아리, 프로젝트 활동, 학생자치 활동을 통해 배우고 익힌 내용을 발표하고 나누는 교육과정의 마무리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발표하는 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다. 친구들과 협력하고, 어려움을 해결하며,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완성해 가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잘했다”라는 칭찬보다 더 큰 자신감과 성취감을 남긴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도 바로 이러한 배움의 경험이다.

최근 우리 학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학생들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배우고 생활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다. 현재 학교는 임대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기반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제는 학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교민사회와 함께 학교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후원의 집’ 사업과 ‘학교발전기금 마련 골프 대회’는 단순한 기금 조성 행사가 아니다. 학생들이 앞으로도 안정적인 교육환경에서 배우고 꿈을 키워 갈 수 있도록 학교와 교민사회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약속이자 연대의 표현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만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학부모와 졸업생, 교민사회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공동체가 학교를 지키고, 학교가 다시 다음 세대를 키워 가는 선순환의 문화, 그것이 우리 학교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또 하나의 교육이다.

재외한국학교는 저마다 역사도, 규모도, 지역도 다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질문은 같다.

“해외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한국학교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방콕한국국제학교는 그 질문에 거창한 프로그램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교육으로 답하고자 한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신뢰하고, 학교와 교민사회가 함께 미래를 준비하며, 한국인의 정체성과 글로벌 역량을 함께 길러내는 교육. 학교 안에서 시작된 배움이 지역사회와 삶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교육.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재외한국학교의 모습이다.

재외한국학교는 한국을 해외에 그대로 옮겨 놓은 학교가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공존하며,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는 힘을 배우는 공간이다. 방콕한국국제학교는 학생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교육에서 출발해, 공동체와 함께 학교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공동체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재외한국학교의 역할이며, 방콕한국국제학교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켜가고자 하는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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