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필리핀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5년이 되었습니다. 우연히 눈에 띈 원고 모집 글을 보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고, 해외에서 두 자녀를 키우며 느낀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싶어 고민 끝에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교육이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육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때는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도 끝나지 않은 시기였고,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건강은 괜찮을지, 새로운 음식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부모로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해외에서는 당연하지 않았고, 모든 것들이 새롭고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부모의 걱정보다 훨씬 강하고 유연하게 적응해 나갔습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며 조금씩 성장해 갔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 또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아이들이 필리핀한국국제학교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꾸준히 배우고 경험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교과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와 체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는 「청소년 평화통일 골든벨 대회」에 매년 꾸준히 참가해 왔습니다. 단순히 상을 받기 위한 참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통일, 평화의 의미를 배우는 소중한 시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며 스스로 공부하고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노력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아이는 해당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였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행사에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청소년 통일 어드벤처 참석 기념 사진
해외에서 생활하는 아이에게 한국 방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행사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이용한 지하철과 서울역의 풍경 모두 아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너무나 익숙한 일상들이 해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서울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고 행사장을 향하는 길 내내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자신이 배우고 익혀 온 한국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다양한 국가에서 초대받아 참석한 친구들과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행사에 참여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 노력해 온 결과가 인정받는 순간이었고, 아이 역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의 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는 점이 큰 수확이자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해외 생활은 분명 쉽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한국이 그립고,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글로벌 감각을 키우는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은 학교와 선생님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필리핀한국국제학교는 학생들이 건강한 인성과 넓은 시야를 가진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활동을 제공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발로 뛰며 헌신해 주신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그리고 모든 선생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해 애써 주시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사랑이 아이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고, 어디에서 살아가든 한국인으로서의 뿌리와 자긍심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해외 생활 동안 우리 가족 모두가 더 많은 경험과 배움을 쌓고, 두 자녀가 자신만의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큰 응원을 보냅니다. 낯선 땅에서 시작된 5년의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성장과 감사, 그리고 자부심으로 남아 인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 여정 속에서 필리핀한국국제학교가 지금처럼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더 멋지게 성장할 나의 아이들이 반짝반짝 빛나길 기대하고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