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다
파라과이한국교육원과의 인연은 2015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교육원의 채택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며 처음 한국어교육 현장에 들어섰다. 사회인이 되면서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질문은 “파라과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였다. 그때 한국어를 가르쳐 보라는 제안을 받았고, 망설임 없이 그 길을 선택했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선택은 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파라과이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교원 양성은 2013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파라과이한국교육원 오성환 원장은 한국어교육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한국어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업의 비전은 단순히 한국어 학습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파할 전문 교사를 길러 한국과 파라과이를 연결하는 문화적 가교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파라과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파라과이국립교원대학교(INAES)에 한국어교육학과가 개설되었다. 첫 학기는 단 아홉 명의 학생으로 시작되었고,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교원을 확보하며 학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어졌다. 또한 ‘루나재단’ 정완준 사장의 장학금 지원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었고,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도왔다.
2017년에는 한국어교육학과 첫 졸업생이 배출되었다. 졸업생은 두 명뿐이었지만, 그중 한 명은 현재 INAES에서 근무하며 학과 발전과 후배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어교육학과는 꾸준히 성장하였고, 현재까지 63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졸업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12명은 파라과이한국교육원의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 다수의 졸업생은 온라인 한국어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여섯 명은 대한민국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GKS)으로 선발되어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쳤거나 현재 유학 중이며, 두 명은 유학 합격 발표를 받아 한국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한국어교육학과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한국어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교원대(INAES) 한국어교육학과 출신 파라과이한국교육원 강사들과 함께
현재 학과에는 나를 포함하여 다섯 명의 한국어교원이 근무하고 있다. 네 명은 국립국어원 파견교원이며, 나는 2018년부터 현지 채용 교원으로 학과장을 맡아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교생실습을 지도하며 예비 한국어 교사들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파라과이에서 한국어교육학과를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온라인 교육의 확산과 교직 기피 현상으로 학생 모집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학생 상담과 학업 문제를 해결하는 일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그래서 직접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학과를 소개하고, 라디오와 SNS를 통해 한국어교육의 가치와 진로를 알리며 학생 모집에 힘쓰고 있지만, 노력만큼 학생 수가 쉽게 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학교와 행사장에서 만난 학생들이 한국 드라마와 K-팝을 계기로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한국어교육학과에 꼭 진학하고 싶다고 말할 때면 그동안의 어려움은 잊은 채 다시 힘을 얻게 된다.
학생이 상을 받는 순간만큼 교사로서 행복한 때도 없다. 매년 개최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나에게도 특별한 행사이다. 대회를 앞둔 몇 주 동안 학생들은 발표문을 작성하고, 나는 그것을 수정한다. 그리고 다시 발표를 듣고 수정하고, 또 연습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물론 동료 교사들도 발음과 표현을 세심하게 지도하며 학생들을 응원한다. 그 기간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준비한 끝에 대회 당일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긴장하게 된다.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발표하는 모습을 보며 두 손 모아 좋은 결과를 기원하고, 우리 학생의 이름이 수상자로 호명되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그것은 단순히 상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로 당당하게 표현하기까지, 그동안의 노력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감격스럽다.

2026년 말하기대회 수상자 및 파견교원들
학과를 운영하다 보면 자랑스러운 일이 많지만, 특히 한국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더욱 그렇다.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GKS) 유학 서류를 준비할 때, 추천서를 부탁할 때, 면접을 앞두고 함께 연습할 때, 대학원과 전공을 선택하고 결과를 기다릴 때까지 그 모든 순간을 학생들과 함께한다. 그래서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치 나의 일처럼 기쁘고 행복하다. 기특하게도 학생들은 한국이라는 지구 반대편의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SNS를 통해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꿈을 키워 가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들이 한국에서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한 배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언제나 파라과이한국교육원이 있었다. 교육원은 한국어교원 파견과 장학사업,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한국 대학과의 협력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파라과이 한국어교육 발전을 이끌어 왔다. 특히 현 문찬배 교육원장은 한국어를 파라과이 교육부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등록하는 데 힘썼고, 한국어교육학과 졸업생들이 정식 한국어 교사로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연수와 문화행사, 교육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교육원 행사에 도우미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실제 한국어를 사용하며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매년 졸업생을 교육원 강사로 채용하는 것도 예비 교사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교육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을 상징하는 다양한 전시물과 문화 공간은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며, 한국어교육학과 학생들에게는 한국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배움터가 되고 있다.
얼마 전 교육원장은 모든 교사에게 “왜 한국어 교사를 하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사실 이 질문은 내가 매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언제나 같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알리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열어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파라과이한국교육원과 한국어교육학과는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현지 한국어교원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학생들이 한국과 파라과이를 잇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동료 교사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며, 오늘의 학생들이 훗날 또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어 새로운 꿈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 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내가 한국어 교사를 양성하는 이유이며, 교육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