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베, 반짝 유행 뒤 숨겨진
보랏빛 역사와 문화
최근 미국과 한국에선 우베가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로 급부상해 유행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우베가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한국인들도 이를 찾아 먹어보고 있다. 본고장인 필리핀에서는 미국과 한국과는 다르게 그저 유행이 아닌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소울 푸드의 역할을 한다. 이에 최신 트렌드와 필리핀 현지의 뿌리 깊은 문화를 연결하여 양국 모두가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교류 콘텐츠를 계획해보았다.
국경을 넘어, 한국 디저트 시장에 상륙한 ‘우베’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우베는 마의 한 종류로, 필리핀의 구황작물이기도 하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강렬한 보라색을 띤다. 이 때문일까? 우베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우베 열풍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 던킨, 스타벅스 등 대기업들이 유행을 선도하며 급부상해 말차와 같은 위상을 갖게 되었다. 현지인들은 익숙한 라떼에 우베를 섞어 마시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우베 도넛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각종 디저트와 음식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베는 어쩌다 한국에서 유행하게 되었을까? 우베의 강렬한 보라색은 MZ세대의 인증샷 욕구를 자극하며 시각적 소비로 이어진다. 또, 자색고구마를 닮은 친숙한 비주얼에 은은한 바닐라 향이 더해져 익숙함과 새로움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우베만의 독특한 매력이 유행의 주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신메뉴를 쏟아내며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 녹차가 말차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되어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착했듯, 우베 역시 반짝 유행을 넘어 새로운 디저트 주류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인공 색소가 아닌 천연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만들어낸 건강한 보랏빛이라는 점은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추구하는 젊은 층의 가치 소비와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흑임자, 고구마와 감자빵 등 구황작물 디저트에 열광해 온 한국인 특유의 입맛도 우베의 연착륙을 도왔다.
대기근의 역사와 필리핀의 소울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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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본고장인 필리핀에선 왜 수백 년간 함께해 온 소울푸드가 되었을까?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들여다보자. 우베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 이전부터 필리핀 땅을 지켜온 토착 작물이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 이전 시대, 필리핀 중부 보홀 섬에 대재앙에 가까운 극심한 가뭄과 대기근이 찾아왔다. 모든 식물이 바싹 말라 죽어 사람들이 굶주리던 절체절명의 순간, 척박하게 갈라진 땅속 깊은 곳에서 유일하게 버텨낸 작물이 바로 우베다. 우리 역사의 감자와 고구마가 보릿고개를 넘기게 해 준 것과 같이, 필리핀 사람들에게 우베는 생명줄 역할을 했던 셈이다. 이후 스페인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전쟁을 거치며 피난길에 오른 현지인들을 먹여 살린 것 역시 우베였다. 이런 배경은 나중에 현대로 와 보홀 지역에서 실수로 우베를 떨어뜨리면 주워 올리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조심스레 입을 맞추는 독특한 전통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대기근 속에서 민족을 살려낸 작물에 대한 존경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하나의 일상 예절로 남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진 역사와 역경을 같이 버텨낸 우베는 오늘날 현지인들의 삶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기쁜 날을 축하하고 평범한 일상을 지탱하는 소울푸드로 정착했다.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명절이나 마을 축제 때 온 가족이 함께 만드는 전통 디저트 ‘우베 할라야’이다. 단단한 우베를 으깨어 몇 시간 동안 가마솥을 저어야 완성되는 이 음식은, 고단한 역사 속에서도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축제를 지켜내 온 역사적 전통 그 자체이다.
비단 특별한 날뿐만은 아니다. 잦은 태풍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내어 필리핀 사람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우리나라의 감자 같은 역할을 일상에서도 잘 해내고 있다. 매일 아침 골목길을 채우는 전통 빵 판데살의 따뜻한 속재료가 되어주고, 푹푹 찌는 필리핀의 더위를 식혀주는 빙수인 할로할로의 중심을 차지하는 등, 현지인들의 매일매일의 삶에 함께 숨 쉬고 있다.
우베를 통해 바라본 양국의 문화 이해
지금까지 한국의 최신 디저트 트렌드로 떠오른 우베의 유행 원인과 필리핀 현지에서 소울푸드로 사랑받는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았다. 반짝이는 유행 뒤 감춰진 현지의 깊은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다. 하나의 식재료가 국경을 넘어 유행하는 현상 이면에는 그 땅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촘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타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와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편견의 벽을 허무는 진정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이번 콘텐츠가 재외한국학교 학생들에게 현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흥미로운 창구가 되고, 나아가 그저 맛의 소비만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따뜻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