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 현장 리포트・수업 사례

We Are Korea! 함께 외친 대한민국, 마음으로 느낀 우리
국제 스포츠 행사 활용 나라사랑교육 실천 사례

재외한국학교에서의 나라사랑교육은 단순히 대한민국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한국을 마음으로 느끼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며, 자신의 삶과 연결해 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복합적인 교육과제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은 사계절의 변화, 명절의 풍경, 거리의 모습, 일상의 생활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삶의 배경일 수 있다. 그러나 주재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재외한국학교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은 조국이면서도 때로는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나라일 수 있다. 이들에게 한국은 매일 살아가는 공간이라기보다 가정과 학교, 미디어와 교과서 속에서 만나는 대상인 경우가 많다. 한국의 계절과 생활문화를 직접 경험하기보다 지식으로 먼저 접하고, 오늘날의 한국을 떠올릴 때 전통문화보다 K-콘텐츠, K-푸드와 같은 대중문화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재외한국학교 학생들에게 민족 정체성은 처음부터 주어진 정답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인물과 이야기, 그리고 공동체적 경험을 반복하며 스스로 발견하고 형성해 가는 살아 있는 감각이다. 따라서 이러한 학생들에게 나라 사랑과 정체성, 소속감을 단지 ‘느껴야 한다’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험하지 못한 대상을 마음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적 이해와 정서적 연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재외한국학교의 나라사랑교육은 학생들이 지닌 경험의 부재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 부재가 정체성의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적으로 채워 가는 과정임을 고려해야 한다. 즉, 재외한국학교의 나라사랑교육에서는 설명보다 공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싹트고 깊어지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자카르타한국학교에서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국제 스포츠 행사를 수업 활동으로 재구성하여 나라사랑교육과 친구사랑교육, 스포츠맨십교육으로 연결되는 교육활동을 설계하였다.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도록 사전 교육, 공동 응원, 사후 성찰의 세 단계로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생활하는 한국 학생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대한민국을 함께 응원하는 경험은 교실 안 설명으로만 대체할 수 없는 ‘정서적 공감’과 ‘공동체 의식’을 함께 익히는 의미 있는 교육적 장면이 되었다.

이번 월드컵 교육은 세 가지 방향으로 운영하였다. 첫째, 학생들이 월드컵이라는 국제 스포츠 행사와 대한민국 대표팀의 의미를 이해하고, 조국을 대표해 경기장에 선 선수들을 응원하는 일이 지금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나라사랑의 한 모습임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둘째, 친구들과 같은 경기를 함께 관람하며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기르도록 하였다. 셋째, 경기 규칙과 관람 예절을 지키고 상대 팀의 노력과 승리도 존중하는 스포츠맨십을 익히도록 지도하였다.

이를 위해 사전 교육에서는 월드컵이라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나라 대표팀의 구성과 한국 축구의 역사, 2002년 한일 월드컵 관련 자료를 함께 살펴보며 학생들의 정서적 몰입을 끌어내고자 하였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2002년 월드컵 당시의 거리 응원, 국민적 열기, 대한민국 대표팀의 도전 과정을 사진과 영상 자료로 접하도록 하여, 월드컵이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한 나라의 기억과 정서를 함께 나누는 문화적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나라 사랑의 마음을 담은 문구를 생각해 보고, 이를 활용하여 직접 응원 도구를 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이 조국을 대표해 경기장에 선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고, 자신들이 보내는 응원 역시 나라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사전 교육은 학생들이 경기를 단순히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표 선수들과 자신을 연결 지으며 더 깊이 몰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사전 교육에서는 경기 관람 예절과 안전 수칙, 스포츠맨십을 중점적으로 지도하였다. 학생들이 한 공간에 모여 경기를 관람하는 만큼 질서 있는 이동, 안전한 자리 배치, 응원 도구 사용 시 유의점 등을 안내하였다. 또한,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각자의 나라를 응원하며 승리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다는 점을 함께 나누며,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마음이 상대 팀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도하였다. 학생들은 응원이 우리 팀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는 동시에 모든 선수와 나라를 존중하는 태도임을 이해하였다. 이는 공동체 안에서 지켜야 할 질서와 책임, 세계시민적 존중의 태도에 대한 교육적 기회였다.

한국-멕시코전을 함께 응원하는 학생들

한국-멕시코전을 함께 응원하는 학생들

관람 당일 학생들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각자 준비한 응원 도구를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평소 각자의 일상 속에 흩어져 있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같은 색의 옷, 같은 언어, 같은 응원 구호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였다. 골 장면에서는 함께 환호하였고, 아쉬운 장면에서는 함께 탄식하였다. 교실에서 말로 설명하던 공동체 의식이 실제 장면 속에서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세 차례의 경기에서 결과가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바로 그 지점에서 중요한 배움이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모습을 보며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다. 경기 전후에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함께 나누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다음 경기를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나아가 모두가 같은 경기를 바라보며 같은 감정을 나누는 경험은 학생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자연스럽게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국-멕시코전을 함께 응원하는 학생들

한국-멕시코전을 함께 응원하는 학생들

경기 후에는 활동의 의미를 되짚는 성찰 시간을 운영하였다. 월드컵 관람 소감을 나누며 대한민국을 응원하면서 느낀 감정, 친구들과 함께 응원해서 좋았던 점, 경기 결과를 통해 배운 점 등을 발표하였다. 어떤 학생은 “혼자 볼 때보다 친구들과 같이 응원하니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라고 말하였고, 또 다른 학생은 “졌을 때도 끝까지 열심히 한 선수들이 멋있었다”라고 표현하였다. 이 외에도 상대 팀이 승리했을 때에도 그 노력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 우리 팀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는 서로를 위로하고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이야기하였다. 또한 학생들은 월드컵 경기에서 보았던 선수들의 용기와 끈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자신의 생활 속에서도 실천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학생들이 월드컵 관람을 단순한 즐거움이나 승패의 경험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함께 응원해도 결과가 언제나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마음으로 모여 응원하고 감정을 나눈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는 점을 이해하였다. 나아가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 ‘함께’의 의미를 느꼈고, 경기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는 상대의 성취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스포츠맨십의 의미를 배워 갔다.

경기 후 성찰 활동 결과물

결과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수업은 재외한국학교에서 나라사랑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하나의 실천 사례가 되었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은 매일 눈앞에 보이는 공간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수들을 함께 응원하고, 같은 언어로 마음을 나누며,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경험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대한민국과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하였다. 이 연결감은 강요된 애국심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고 함께 느끼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정체성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교직원과 월드컵을 주제로 소통하고, 주간 영어 미션(Weekly English Mission)을 통해 관련 표현을 익히는 등 한 학기 동안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면서 학교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퍼졌다.

앞으로도 재외한국학교의 나라사랑교육은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실제 경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직접 느끼고, 말하고, 함께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은 더 단단해지고 교육은 더 오래 남는다. 2026년 월드컵 공동 관람 수업 활동은 해외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이 대한민국과 연결되고, 친구들과 하나 되며, 세계를 존중하는 시민으로 자라나는 살아 있는 배움의 장이 되었다. 작은 응원에서 시작된 이 경험이 학생들의 마음속에 한국인의 뿌리와 세계시민의 시야를 함께 심어 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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