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 현장 리포트・줌인: 세계 속 그 학교

방콕의 교실에서 다시 생각한
‘좋은 교육’

방콕한국국제학교의 교실은 저에게 낯선 교육 현장이면서도, 오래 품어 온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한 배움의 공간이었습니다.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과 배움을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한국에서 교사로 지낼 때에도 있었고, 태국의 교실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 방콕에 올 때 저는 재외한국학교의 교실을 막연히 다르게 상상했습니다. 학생들이 한국어보다 태국어나 영어에 더 익숙하지 않을까, 한국의 교육과정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크지는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학생들은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웃고 떠들며, 한국의 교육과정 안에서 배우는 학생들이었습니다. 물론 한국어 표현이 조금 서툰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국의 중·고등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수업을 듣고 학교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방콕한국국제학교의 교실은 분명 태국에 있지만, 그 안에는 익숙한 한국의 학교문화와 한국어 수업의 풍경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처음 들어섰을 때부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곳에 한국의 교실과는 조금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학생으로 학교를 다닐 때에도, 교사로 학교에 있을 때에도 조금 조용한 학생, 발표를 어려워하는 학생, 취향이나 표현 방식이 다른 학생들이 자신의 모습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다수의 시선 속에서 ‘유별나다’, ‘특이하다’라는 말은 때로 한 학생의 개성을 작아지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자기다운 모습을 숨기고, 정해진 분위기에 맞추며 학교생활을 견뎌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방콕한국국제학교의 교실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을 보았습니다. 한국의 기준으로 보았다면 다소 눈에 띄는 개성으로 받아들여졌을 법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자신을 감추기보다 자기 방식대로 친구들을 웃게 했고, 친구들도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학급의 한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평소 말수가 많지 않은 학생도 발표 시간이 되면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생각을 전했습니다. 친구들은 그 모습을 재촉하거나 평가하기보다, 그 학생다운 표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농구 경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농구 경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이곳 학생들의 모습이 밝고 건강하게 느껴졌던 이유도 단순히 잘 웃고 활발해서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친구들과 웃으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입시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가 단지 성적과 경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생활의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차이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소수도 집단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문화가 이곳의 교실 안에 살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 하나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것은 수업과 평가의 관계였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오히려 국어 수업다운 국어 수업을 더 과감하게 시도해 볼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진짜 글을 쓰고, 문학 작품을 읽고 토론하며, 그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필을 쓰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문학 작품 속 인물의 마음을 따라가며, 읽고 난 생각을 영상이나 발표, 창작물로 확장해 보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국어를 단순한 교과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연결된 언어 활동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수업이 평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고민도 있었습니다. 활동이 많아질수록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실제 배움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또 그 배움을 타당한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업을 이어가며 저는 학생 중심의 활동 속에서도 분명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문학 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정리하고, 다시 영상이나 발표, 창작물로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이해와 사고는 지필평가의 문항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 중심 수업은 평가와 멀어지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로 읽고 쓰고 말하고 생각한 내용을 바탕으로 할 때 오히려 더 타당한 평가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방콕한국국제학교의 교실에도 중요한 과제는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학생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곳의 학생들은 한국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고,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익숙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태국입니다.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태국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 한국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한국의 또래들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감각은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기는 듯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태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태국 문화에 온전히 스며들기 어렵다는 혼란도 있어 보였습니다. 학생들은 아침에 한국학교에 와서 한국어로 한국 교육과정을 배우고, 학교가 끝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갑니다. 아직 어린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태국 사회와 깊이 교류하거나 태국 문화를 충분히 자기 삶으로 받아들일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한국과 태국 사이에 있으면서도, 때로는 어느 한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세계 지도에 담은 학생들의 정체성

세계 지도에 담은 학생들의 정체성

국어 시간에 수필을 쓰고, 교내 문예대전(KISB 문예대전)에서 ‘정체성: 여러 세계가 만난 자리, 나’를 주제로 글을 쓰게 했을 때, 많은 학생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꺼내 놓았습니다. 제가 곁에서 짐작했던 그 감각들이 학생들의 문장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글은 그 혼란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글의 끝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비슷한 결론에 닿아 있었습니다. 정체성은 어느 한 곳에 고정된 점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과 경험 속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자신을 이루는 여러 언어와 문화, 익숙함과 낯섦의 경험은 결핍이 아니라 자신을 더 넓고 다채롭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은 이미 자기 언어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이 점에서 정체성의 문제는 단순히 해결해야 할 어려움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관점에 따라 학생들의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문화와 언어 사이에서 자란 경험은 때로 혼란을 만들지만, 동시에 타인의 삶을 더 넓게 이해하고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성찰하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결핍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이루는 고유한 자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방콕한국국제학교에서의 경험은 재외한국학교 교육의 실제를 이해하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한국 교육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교실, 학생들이 직접 읽고 쓰고 말하며 배움을 만들어 가는 수업, 그 배움을 타당하게 확인할 수 있는 평가, 그리고 여러 문화와 언어의 경험을 결핍이 아니라 자양분으로 바라보게 하는 교육. 이 모두가 제가 이곳에서 다시 확인한 ‘좋은 교육’의 조건이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방콕한국국제학교의 학생들과 교실은 오히려 저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교사는 학생들이 자기답게 자랄 수 있도록 어떤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가. 방콕한국국제학교에서 시작된 이 질문은 앞으로의 교직 생활에서도 오래 마음에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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