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함께 시작된 나의 이야기
한국어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작은 호기심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작은 호기심은 결국 제 인생을 변화시켰습니다. 제가 9학년이었을 때 한 친구가 유튜브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라고 추천해 주었습니다. 당시에는 유튜브에서 한국 드라마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오락거리로 시작했던 드라마 시청은 제가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언어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 들려오는 말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겨 영상과 웹사이트를 통해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표현을 배우고, 어휘를 외우고, 멀고도 신비롭게 느껴졌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저는 제 미래를 바꾸게 될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삽화
저는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신 한 선생님을 특별히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분은 자신이 제게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실 것입니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제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모습을 보신 선생님께서는 다음 날 저를 교무실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한국교육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적힌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네주셨습니다. 그저 작은 종이였지만, 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기회를 의미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제가 이루어 온 모든 것의 시작에는 바로 그 순간이 있었습니다.
2016년, 열다섯 살의 나이에 저는 한국교육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부터 수업에 참석하는 것은 단순한 방과 후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교육원은 점차 제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문법, 어휘, 문화를 배웠을 뿐만 아니라 꿈꾸는 법도 배웠습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를 한 소녀가 상상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2016년 한국교육원 학기말 행사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어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제 삶의 소명이 되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저를 만들어 준 가장 큰 요소가 한국교육원에서 보낸 시간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파라과이국립교원대학교(INAES) 한국어교육학 학사과정에 진학하기로 했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제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이상수 선생님을 특별히 기억합니다. 선생님은 단순히 언어만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열정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스페인어와 과라니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시며 파라과이의 문화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시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배움에는 끝이 없으며,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우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채춤 동아리 활동 역시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국 페스티벌(Hankuk Festival) 무대에 올라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더 큰 공동체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으며,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 온 한국 문화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늘 함께한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2016년 한국교육원에 입학한 이후 저는 오랫동안 배워 온 언어의 나라에서 직접 공부하는 것을 꿈꿔 왔습니다. 때로는 너무 먼 목표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도록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저는 결코 준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5년 2월, 서강대학교 한국어 과정 수료 후 한국국제교류재단 수료증 수여식
2023년, 서강대학교 한국어 집중과정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KF) 장학금에 지원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평가와 많은 노력 끝에 2024년 8월, 마침내 저는 그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한 번도 조국의 국경을 넘어 본 적 없던 젊은 학생이 갑자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가족을 떠나 생활하게 된 것입니다. 그 6개월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는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으며, 저와는 전혀 다른 사회 속에서 적응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우정과 독립심의 의미를 깨달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한국은 더 이상 화면 속에서만 보던 나라가 아니라 제 눈으로 직접 경험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2025년 3월 파라과이로 돌아왔을 때 저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 자신감이 생겼고, 더 성숙해졌으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도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해 안에 졸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결국 해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바로 대학원 진학을 위한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GKS) 장학금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2025년 12월, 논문 발표 당일 아버지와 함께
2026년 2월, 저는 파라과이 국립통계청(INE)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국가 통계 역량 강화를 위해 파라과이를 방문한 한국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통역사이자 부서 책임자로서 저는 수년간 배워 온 모든 것을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회의와 통역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오랜 시간 쏟아온 노력이 제 직업적 삶에 실질적인 결실을 맺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파라과이 국립통계청을 방문한 한국 전문가들
근무 중이던 어느 날, 저는 평생 잊지 못할 소식을 들었습니다. 바로 GKS 장학금을 받고 연세대학교 한국어문학 대학원 과정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고 느꼈습니다.
10년 전의 저는 인터넷을 통해 몇 마디 한국어를 배우려 노력하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학 가운데 한 곳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걸어온 모든 길, 겪었던 어려움, 저를 도와준 모든 사람들, 그리고 한국교육원에서 보낸 모든 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한국교육원이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면, 저는 단순히 한국어를 배운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곳을 제가 성장한 곳, 제 소명을 발견한 곳, 그리고 꿈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 법을 배운 곳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제 인생의 10년을 함께하며 오늘의 저를 만들어 준 특별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가장 가까운 목표는 연세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꿈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파라과이로 돌아와 배운 모든 것을 나누고, 파라과이의 발전과 한국-파라과이 양국 관계의 강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꿈은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노력과 끈기, 그리고 우리를 믿어 주는 사람들이 함께할 때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