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 현장 리포트・에세이∙칼럼

한 사람을 더 초대하는 식탁

그림책 『할머니의 식탁』에서 나이지리아 출신의 오무 할머니가 미국 대도시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스튜를 나누는 모습에서, 나는 우리의 국밥을 함께 나누는 한국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 할머니들은 사람을 만나면 “밥 한 끼 먹고 가라.”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우리 민족에게 식탁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삶의 공간이다. 『할머니의 식탁』은 비록 외국 작가의 작품이지만, 이러한 우리의 따뜻한 정서, 나눔의 마음과 많이 닮아 내가 가장 아끼는 그림책 중 하나이다.

해외에서 학교를 운영하다 보면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다.

“한국학교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왜 한국학교 교장으로 지원하였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한국학교의 역할이 한국어와 한국 역사,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학교가 길러내야 하는 사람은 단순히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인의 따뜻한 정신을 품은 사람이다.

교육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의 주인공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마지막에는 꽃씨를 뿌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나는 재외한국학교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대학 진학 실적을 쌓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 말이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

내가 프놈펜한국국제학교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쉽고 편안한 길보다 도전적인 길을 택한 것은 해외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학교는 성공을 향해 가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가치와 정신을 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재외한국학교가 추구해야 할 교육의 본질, 한국인의 가치와 정신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한 해답을 나는 그림책 『할머니의 식탁』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할머니의 식탁에는 특별한 음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식탁은 늘 넉넉하다. 누군가 찾아오면 함께 먹을 자리를 만들고, 숟가락, 젓가락을 보태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기꺼이 나눌 음식이 있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한 사람을 더 품어내는 따뜻함이 있다. 생각해 보면 이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지켜온 힘이었다. 어려운 시절에도 서로를 돌보고,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 말이다.

오늘날 해외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살아간다. 다양한 언어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뿌리를 아는 것이다. 그 뿌리는 단순히 한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이다.

나는 학교가 하나의 큰 식탁과 같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친구가 전학 왔을 때 먼저 다가가 자리를 내어주는 학생,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도와주는 학생, 몸과 마음이 힘든 친구 곁을 지켜 주는 학생,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교는 이미 아름다운 식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재외한국학교는 학생들에게 경쟁만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가르쳐야 한다. 더 높이 올라가는 방법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끌어주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세상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길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다.

나는 학생들이 훗날 의사, 과학자, 교사, 기업가가 되는 것만큼이나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자신의 성공을 나눌 줄 알고,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다하며, 세계 어디에서 살아도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식탁 앞에서 나 혼자만을 생각하기보다 “한 사람을 더 초대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사람” 말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품고, 그들이 또 다른 누군가를 품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 그것이 재외한국학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일 것이다. 오늘도 학교라는 식탁 위에 아이들의 꿈을 차려 놓는다. 그리고 그 꿈이 자신만을 위한 성공이 아니라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나눔과 배려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한 사람을 더 초대하는 식탁. 그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아름다운 한국인의 모습일 것이다.

◆ 이 글에 나온 그림책 ◆
오게 모라 글·그림, 김영선 옮김, 『할머니의 식탁』, 위즈덤하우스, 2019.
바버러 쿠니 글·그림, 우미경 옮김, 『미스 럼피우스』, 시공주니어, 2017.

이 아티클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