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의 수로 위로 흐르는
우리 가족의 성장 일기
2025년 1월,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도착한 중국 쑤저우는 우리 가족에게 거대한 도전의 시작점이었다. 익숙하고 안정적이었던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잠시 내려놓고 ‘휴직’이라는 큰 결심을 내린 나와, 낯선 타지행을 함께해 준 아내, 그리고 중학교 졸업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길목에서 정든 친구들과 헤어져야 했던 아들. 우리는 각자의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이 아름답고도 낯선 도시에 첫발을 내디뎠다.
예상했던 대로 시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춘기의 정점에서 마주한 급격한 환경 변화는 아들에게 큰 성장통으로 다가왔다. 높은 언어 장벽, 낯선 학교와 문화 속에서 아이는 한동안 방향을 잡지 못했다. 한국에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외로움과 싸우는 아들의 처진 어깨를 볼 때면 가장으로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곤 했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아내의 마음은 타들어 갔고, 나 역시 이 선택이 아이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된 것은 아닐지 자책하며 밤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은 쑤저우의 고즈넉한 수로처럼 묵묵히 흘렀고, 마침내 우리에게 기적 같은 변화의 순간을 가져다주었다. 2026년 상반기,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은 눈부시게 달라져 있었다. 방황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학교와 교외 활동을 무대로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낯선 환경에 주눅 들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더니,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반전의 서사를 쓰기 시작했다. 10학년 시절 창작 글짓기 대회와 독서감상평 쓰기 대회, 독도의 날 기념 공모전, 한글날 UCC 대회 등에서 차근차근 역량을 다져가던 아이는, 올해 상반기에 그 잠재력을 마음껏 펼쳤다. 지난 4월에는 교내 모의 창업 대회에서 당당히 우수상(2위)을 거머쥐었고, 최근 6월에는 음악 경연 대회 중창 부문에서도 우수상을 받으며 다방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연이어 이루어냈다.
그러나 그 어떤 화려한 결과물보다 더 값진 것은, 시련을 스스로 이겨내는 사이 아이의 눈빛에 자리 잡은 ‘자신감’과 ‘성취감’이었다. 낯선 환경이라는 거친 풍파 속에서 단단히 다져진 회복탄력성이 아이를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올린 것이다.

생성형 AI로 만든 삽화
돌이켜보면 나의 휴직 기간 역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시간이었다. 아들의 성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함께 고민하고, 응원할 수 있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 만약 한국에서 바쁜 직장 생활과 일상에 묶여 있었다면, 사춘기 아들이 겪는 성장의 아픔을 이토록 깊이 공감하지도, 손을 잡아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타지라는 환경은 우리 가족에게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의지할 수 있는 단단한 유대를 선물해 주었다. 쑤저우에 온 지 어느덧 1년 반.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가득했던 불안은 이제 대견하게 성장한 아들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묶어준 이 도시를 향한 감사로 바뀌었다.
해외 생활과 재외한국학교에서의 경험은 우리 아이에게 단순한 학업 성취를 넘어, 앞으로 세상 어떤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뿌리를 심어주었다. 아빠를 믿고 이 거친 여정을 묵묵히 함께하며 멋지게 성장해 준 아들과 늘 곁에서 중심이 되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특별한 도시에서 이어갈 남은 시간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