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부터 에세이까지’
로스앤젤레스한국교육원 여름 학기 에세이반 수업 사례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무엇일까?’라는 화두가 이번 로스앤젤레스한국교육원 여름 학기 수업에서 제가 가장 많이 고민한 문제였습니다. 선생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 학생들이 나의 수업에서 좀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저도 이번 에세이 수업을 시작하면서 이 수업이 끝날 때는 우리 에세이반 학생들이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배우고 더 한국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어는 우리 학생들의 모국의 언어이고 우리 학생들이 한국과 연결이 되어 있는 한, 언제나 사용해야 할 언어인데, 선생님의 욕심으로 학생들이 4주 동안 어쩔 수 없이 수업에 들어와 무작정 쓰기에만 매달리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 학기의 에세이 수업의 콘셉트를 ‘즐거운 수업, 재미있는 쓰기’라는 것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로스앤젤레스한국교육원에서 주로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 학기에는 주 4일 하루 3시간씩 대면으로 한국어 에세이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대면으로는 참으로 오랜만에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에, 이번 여름 학기 수업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도 많이 설레고 많이 긴장되는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교육원에 도착하면 반드시 한국어로 이야기를 해야 하고 수업을 마칠 때까지 한국어로 수업을 들으며 에세이 쓰기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문화 수업까지 듣게 되어 거의 하루 종일 집중적으로 한국어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첫날은 학생들의 진단평가를 통해 ‘읽기 수업 교실’과 ‘쓰기 수업 교실’로 분반하여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정확한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수준을 나누어 수업을 하였기 때문에, 미국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며 느꼈던, ‘학생 수준 차이’에서 오는 수업 진행의 어려움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에세이반에서 학생들은 정말 많은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에세이 쓰기 수업과 함께 한국 역사도 공부하였습니다. 그중 학생들이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여러 가지 챌린지였습니다. ‘역사 노래 부르기 챌린지’를 통해 한국의 역사를 한 번에 외울 수 있었고, 한국 역사에 나오는 다양한 사건과 관련된 역사물 만들기도 수업에서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통일신라 시대에 나오는 다보탑과 석가탑을 공부하면서 팝업 카드를 만들어 카드에 자기의 소원을 적는다든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공부하면서 3D 거북선을 만들어 보는 등의 활동은 학생들이 수업을 지루하게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다양한 글쓰기는 여러 활동과 연계하여 진행하였습니다. 손가락 인형(가족 인형 등)을 만들고 4명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의 학생들이 짧은 이야기를 만들고 대본을 작성한 후 함께 역할극 인형 놀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두 명씩 그룹을 만들어 다시 한번 역할극을 진행하였는데,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채워졌습니다.

역할극 쓰기 활동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이순신 장군과 왜군 병사’를 만들어 시연했을 때입니다. 지금까지 배운 역사의 한 장면을 손가락 인형과 필통을 거북선으로 꾸며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놀랄 만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학생들의 상상력이 배움을 통해 날개를 단 것 같아 정말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글쓰기 수업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기 인형 자랑 시간’이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하나씩 집에서 가져와서 친구들에게 육하원칙에 따라 설명을 해 보고, 그 인형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보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학생이 재미있게 참여한 수업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하나하나의 마음 상태를 Suno AI를 이용해 노래로 만들고 학생들이 그리고 쓴 그림과 글을 취합하여 마음 사전 동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또 ‘나는 누구일까요?’ 게임을 응용하여 자기의 이름을 적지 않고 나를 설명하고, 나의 특징을 그려서 다른 학생들이 맞혀 보는 게임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자기가 받고 싶은 상장의 이름을 정하여 그 이름대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상장을 수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의 에세이반 수업 소감을 읽다 보니, 쓰기 수업이 아직도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노력한 것을 우리 학생들도 느꼈기를 바라봅니다. 어른들도 힘들었을 4주간의 한국어 집중 쓰기 수업을 통과한 우리 학생들.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모든 수업을 함께한 미래의 ‘한국 문화 대사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서 교사로서 한국어 글쓰기와 한국 문화 이해에 제가 작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로스앤젤레스한국교육원에서는 이렇게 작은 한국 문화 대사들을 열심히 키워내고 있고, 한국어로 쓰인 소설이 노벨상을 받는 이때에, “언젠가 우리 교육원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노벨상의 영광을 누리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