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 현장 리포트・줌인: 세계 속 그 학교

11년, 나의 방콕한국국제학교

안녕하세요. 저는 방콕한국국제학교 11학년 학생회장 고경원입니다. 방콕한국국제학교는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해 온, 저의 성장과 꿈을 받쳐 준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해외 이민 생활을 하면서 방콕한국국제학교에 1학년부터 11년간 다닌다고 하면 주변의 많은 분들은 “왜?”라고 하십니다. IB, A level, AP 등의 교육과정, 영어를 사용하는 국제학교나 태국 현지 학교를 두고 “왜 굳이 태국까지 와서 한국국제학교에 다니니?”라고 물어보십니다. 저의 11년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3월, 방콕한국국제학교(Minburi 캠퍼스) 1학년 입학

2016년 3월, 방콕한국국제학교(Minburi 캠퍼스) 1학년 입학

처음 방콕에 왔을 때 부모님은 몇 군데 미국계 학교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학교를 둘러보았는데, 인터넷으로 알게 된 것보다 실제 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때 가이드분의 소개로 방콕한국국제학교 이야기를 듣고 그냥 한번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외지고 건물들도 오래되어 보였지만 우리를 맞이했던 것은 환히 웃으며 달려와 처음 보는 우리를 환영해 주던 해맑은 학생들이었습니다. 그 역사적인 날 민부리 방콕한국국제학교의 하늘은 너무나 눈부셨고, 환한 미소로 반겨 주었던 학생들의 모습은 밝고 강렬했습니다. 어머니는 그 순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 인생에 영어가 뭐라고… 그냥 내 딸들이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그렇게 민부리의 하늘과 영어를 바꾸신 부모님은 그날 바로 입학원서를 받아 오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학교생활에서 저를 가장 먼저 키운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거의 10년(코로나 기간 제외)에 걸친 방콕한국국제학교 봉사 프로젝트 원뮤직 활동의 시간은 저를 더욱더 단단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는 디딤돌이 되어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국 현지 병원 환우들을 위한 봉사 연주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아리랑 연주를 듣고 병원 구석 휠체어에 앉아 눈물 흘리시던 태국 할머니가 아직도 저의 가슴속에 소중한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후, 태국장애학교,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관, 주태국 한인회, 주태국 한국교육원, 주태국 코윈, 주태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토요한글학교 등 셀 수도 없는 봉사 연주를 통해 저의 시간을 나누며, 음악을 나누고, 서로 공감하며 감동을 전하는 소중함을 배우고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방콕한국국제학교 학생이기에 누릴 수 있었던 기회들이라는 생각에 저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 연주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평소 수많은 과학 실험과 심화 연구 작업이 진행되는 제2과학실입니다. 환자의 마음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의사를 꿈꾸는 저에게 삶의 에너지원이 되어 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너무나 훌륭하신 물리·화학 이주필 선생님과 생명과학 유주영 선생님의 열정적인 지도하에 「생명 시스템의 상호작용 탐구 – 음악(소리) 자극이 식물의 유전자 발현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심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뇌과학 탐구 – 음악과 스포츠가 청소년 시험에 주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울러 저희 학교의 가장 큰 매력은 신경과 의사를 꿈꾸고 있는 제가 배우고 연구하며 도전할 수 있는 가슴 설레는 수많은 기회가 있다는 점입니다. 해마다 열리는 4월 창의과학축전 생체모방설계대회, 5월 라이시움 강연회와 융합과학 아이디어발표회, 그리고 6월 과학 페임랩 등이 그것입니다. 최근에 저는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연구 분야에서 가장 손꼽히는 세계적인 전문가 데일 브레드손(Dale E. Bredesen)의 『늙지 않는 뇌』(The Ageless Brain)라는 책을 읽고 과학 페임랩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최신 신경과학이 밝힌 평생 또렷한 정신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읽고 배우며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의사의 꿈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6월, 원뮤직 리더로 연주하는 모습

2023년 6월, 원뮤직 리더로 연주하는 모습

얼마 전에는 방콕에 있는 동물병원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동물들의 체온을 체크하고 고양이의 귀 진드기를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던 중, 갑작스러운 응급 수술로 임신 중이던 중형견의 제왕절개 수술을 생애 처음으로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원인은 자궁 내막염이었습니다. 새끼 중 한 마리가 어미 뱃속에서 먼저 사망을 하여 뱃속에 가스가 차고 양수가 터져서 나머지 두 마리 새끼마저도 연쇄적으로 사망한 케이스였습니다. 마취되어 있는 어미 개와 수술을 통해 세상에 나온 죽은 새끼들에 측은지심이 들어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보았던 김사부 선생님의 손놀림처럼 메스를 든 수의사 선생님의 너무도 빠르고 망설임 없는 손놀림과 집도에 진심 어린 감동과 존경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얼마나 큰 노력과 연마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의사의 손길은 동작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현장에서 깨닫게 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왜 굳이 태국까지 와서 방콕한국국제학교에 다니느냐고요. 저는 이곳에서 음악으로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웠고, 실험실에서 그 음악을 탐구의 주제로 삼았으며, 꿈을 향해 도전할 무대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배움과 경험들을 쌓아가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방콕한국국제학교 11학년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졸업까지 남은 1년 반. 그 소중한 시간 속에서 방콕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잘할 수 있도록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자랑스러운 방콕한국국제학교 학생이 되고자 합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아티클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