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교 현장 리포트・수업 사례

VPN 너머의 교실:
광저우한국학교 생성형 AI 교육 도전기

2025년 3월, 광저우한국학교에 부임했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생성형 AI 교육이었다. 이미 한국에서는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생성형 AI인 챗지피티(ChatGPT)를 활용한 수업과 교원 연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고, 학생들 역시 생성형 AI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었다. 정보 교사인 나 역시 생성형 AI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 활동을 계획하며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중국에서는 챗지피티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웠고, 한국에서 수업에 사용하던 여러 교육 사이트 역시 정상적으로 접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생성형 AI 교육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었지만 우리 학교는 정작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정보 교사로서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꼈다. 한국에서라면 당연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도구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이 환경에서 과연 생성형 AI 교육이 가능할까?’라는 고민을 반복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현재의 환경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AI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된 것이 중국에서 개발된 생성형 AI인 딥시크(DeepSeek)였다. 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학교 현장에서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자료가 필요했다.

생성형 AI 교재 예시

생성형 AI 교재 예시

이에 직접 학생용 워크북을 제작하였다. 워크북에는 AI와 생성형 AI의 개념, 대규모 언어모델의 원리, 딥시크와 챗지피티의 특징 비교, 생성형 AI 활용 사례 등을 담았다. 학생들은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AI가 가진 특징을 비교하고 결과를 분석하며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현재 이러한 수업은 7학년부터 11학년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학습과 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수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AI 활용 능력과 AI 윤리 교육을 함께 다루는 일이었다. 생성형 AI가 제시하는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저작권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고민하며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도록 지도하였다.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뿐 아니라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 목표였기 때문이다.

학생 교육과 함께 교사들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노력도 이어졌다. 중등교원 11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 연수를 운영하며 프롬프트 설계 방법과 다양한 생성형 AI의 특징을 공유하였다. 특히 딥시크와 챗지피티를 비교하며 각각의 장점과 활용 가능성을 함께 탐색하였다. 학생들에게 AI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이 AI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작은 시도였다. 연수 이후 여러 교과에서 생성형 AI를 수업 준비와 자료 제작에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성형 AI 활용 교원 연수
생성형 AI 활용 교원 연수
생성형 AI 활용 해커톤 대회 포스터
생성형 AI 활용 해커톤 대회 포스터

이러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학교 전체의 교육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2025년에는 정해진 시간 안에 생성형 AI로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대회인 해커톤을 처음 운영하였다. 첫해에는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전교생이 일과 중 참여하였다.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제작하며 기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험을 하였다.

해커톤 이후 학생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2026년에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운영하였음에도 중학생 9명과 고등학생 26명, 모두 35명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을 경험하였다. 이는 생성형 AI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과 탐구 활동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돌이켜보면 광저우한국학교에서의 생성형 AI 교육은 완벽한 환경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러 제약 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AI 교육의 핵심은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배우고 적응하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광저우한국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배우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나갈 것이다. VPN 너머의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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