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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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원 교원 이야기

130년 만에 만난 시카고의 조선

고은경 시카고 한글학교 교감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는 미국 역사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시작된 만국박람회는 근대화된 산업 물품들을 전시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산업 기술력이나 문화력을 자랑하는 자리였습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에펠탑의 위용에 시카고에서는 움직이는 구조물인 Ferris Wheel(대관람차)을 선보이고, 시카고 만국박람회장을 밤에도 밝게 밝히기 위해 전류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려는 테슬라와 에디슨의 전기전쟁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시카고 만국박람회에 처음으로 조선은 문화사절단을 보내 조선이라는 나라를 자주독립 국가로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합니다.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겨졌던 조선의 유물들은 시카고 필드 박물관(Chicago Field Museum) 수장고에 보관이 되어 있다가 “Symbolism in Korean Art and Culture”라는 특별 전시로 시카고 한인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of Chicago) 박물관에 전시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시카고 문화원에 있는 시카고 한글학교에서는 특별 전시를 중심으로 미국 역사 속에 남겨진 조선의 흔적, 그리고 한국 예술과 문화 속에 깃든 상징에 대해 배워보는 프로젝트를 한 학기 동안 진행했습니다.

표 1. 한국 예술과 문화 속 상징 단원의 학습 내용 편성
수업 주수 주제 활동
1 상징이란? 일상 속 상징 찾아보기
2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Ferris Wheel 만들기
3 1893년의 신제품 나는 발명왕!
4 Tesla vs. Edison 전기회로 만들기
5 활짝 핀 활윗 (박물관 현장학습) 활윗 속에 숨겨진 상징 배우기
6 무병장수의 꿈 (십장생도) 십장생도 병풍 만들기
7 오방색 속의 숨은 그림
(시카고한인문화회관 부산정 현장학습)
단청 색칠하기, 사신도 만들기
8 한국 문화 속 상징들 자개 손거울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한 학생들이 Junior Docent로 임명되어, 자신이 맡은 전시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 한글과 영문으로 설명을 쓰고 매주 한글을 익혔습니다.
아이들은 시카고 만국박람회에 소개된 대관람차를 직접 만들어 보고 그 당시 획기적인 상품과 기술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자신이 발명을 하게 된다면 어떤 걸 발명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았는데, 재밌는 발명품이 많이 나왔으며 발명품에 재미있는 제목을 만들면서 한글을 활용했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배운 다음,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직접 찾아 전시된 130년 전의 조선 유물들을 보고 그 안에 담긴 상징에 대해 하나둘씩 형사가 된 기분으로 박물관 전시품 속에 숨겨진 상징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보물찾기하듯 나비, 박쥐, 복숭아, 모란 등 상징이 담겨있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대구국립박물관의 전시 “활짝 핀 활옷” 학습자료 나눔으로 아이들은 나비 상징을 같이 만들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참여한 학생들은 한국 문화, 예술 속 상징을 계속해서 배워나가면서 관련된 단어들을 한글로 익히고 자신이 설명할 전시에 대한 이해도도 높였습니다. 단청과 오방색에 대해 배우고 색칠한 전통 문양으로 교실 창문을 꾸몄습니다. 단원의 마지막으로 자개 손거울을 직접 만들어 자신이 고른 상징들을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12월 겨울방학 전, 학부모님들과 관심 있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초대해 아이들이 준비한 전시 안내를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