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신 동경한국학교 교사
2024년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던 날, 그 감격스러움은 정말로 놀랍고도 뿌듯한 감정이었다. 노벨문학상 작품을 번역본이 아닌 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자부심, 한강 작가의 깊은 감수성과 통찰 등을 다시 한번 새겨 보면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알리고 그 의미들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강 작품 읽기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작품의 깊이나 내용을 고려하여 중등부보다는 고등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학습지와 활동지, 영상 자료들을 활용하여 고1 국어 시간과 고2 문학 시간에 진행하였다.
* 수업 진행 : 2회 고사 직후 10월 넷째 주, 3차시 구성
* 영상 자료 : “JTBC 앵커 브리핑”(2016.05.18.)과 “TV, 책을 보다”(2016.5.17.)
학습지 일부
도입 부분에 “앵커 브리핑”을 보여주면 한강 작품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폭력’의 양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일부를 발췌하여 본문을 제시하고 몇 개의 질문들을 생각해 보게 하였다. (시간이 촉박하여 「작별하지 않는다」는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TV, 책을 보다”라는 영상은 중간중간 보여주면서 한강의 육성과 작가의 깊은 이야기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소설의 무게감이 좀 있기에 다른 글도 보여주고 싶어서 한강 작가의 감성이 드러나는 시 한 편도 선정하였고(「서울의 겨울 12」), 일본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학생들을 고려하여 일본 언론에서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국민일보 기사도 같이 수록하였다.
2차시 정도 같이 글을 읽고 생각할 거리에 대해 짚어 나갔고 마지막 3차시에는 몇 가지 질문들을 담은 학습지를 나눠 주고 자기 생각을 쓰게 했다. 그다음 시간에는 깊이 있는 답변, 독특한 시각이 드러나는 학생들의 답변을 읽어 주었다.
학생 활동지 일부
이렇게 글쓰기로만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한강의 ‘시적인 산문’의 글맛을 좀 더 느낄 수 있는 활동으로 캘리그래피 활동을 이어서 진행하였다. 인상적인 문구를 선정하고 문구의 분위기가 잘 드러나도록 캘리그래피를 제작하도록 했는데 학생들이 주로 많이 선택한 글귀는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다만 가슴속에 구멍이 뚫린다.”,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등의 글귀였다. 학생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본교 선생님들께서도 같이 참여해 주셔서 학생들 작품과 선생님들의 작품을 1층 현관에 1주일간 전시하였다. 한강 작가님의 글과 그 언어에 얹혀 있는 깊은 감정들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스며들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