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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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원 교원 이야기

그 섬이 왜 중요해요?

이은숙 말레이시아한국교육원 교사
(국립국제교육원 파견교사)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작년까지도 학생들에게 독도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파견이 끝나기 전에 해보고 싶었다. 마침 10월 26일에 학교 카니발 축제가 있었다. 카니발 축제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행사로 학생들이 학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재미있는 게임이나 작은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외부인들도 많이 찾는 큰 행사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날 독도 플래시몹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행사 담당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하셨다. 유튜브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참여한 독도 플래시몹을 보여드리면서도 혹시나 정치적인 문제로 오해할까 봐 조금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승인되었다.

한국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춤을 연습했다. F4 학생 중에는 이미 독도에 대해서 아는 학생들이 있어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활발한 성격의 학생들이 많아서 춤도 즐겁게 연습할 수 있었다.

F1 학생들에게는 독도의 날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고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나는 10.25km를 달릴 거라고 했는데 학생들이 너도나도 같이 달리고 싶다고 손을 드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하우스별로 학교 안을 경주하는 house relay 경기가 있는데 그것처럼 하면 될 것 같다며 10km면 10바퀴니까 자기들이 돌아가면서 달리면 된다며 어른처럼 말하는데 얼마나 든든하고 기쁘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이제 14살의 1학년 학생들이 나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동참해 준다니 정말 감동적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달리기는 다음 날 행사 때문에 학교 곳곳에 부스가 설치될 거라 하지 못했지만, 학생들의 동참 의지는 지금 생각해도 뭉클하다. 그때 1학년 학생 나쉬가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런데 그 섬이 왜 중요해서 기념하는 날이 되었어요?” 라고.

그래서 교실에 있는 한국 지도에서 독도를 찾아보게 하고 어떻게 가는지,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이 섬을 사랑하는지를 말해주었다.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독도 플래시몹 영상이 많이 있어서 우리 학생들도 그걸 보면서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저 이 아름다운 독도가 한국의 섬이라는 걸 말해주었고 우리는 신나게 ‘독도는 우리 땅’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학생들에게 이 플래시몹 행사는 의무는 아니니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하면 좋겠다고 해 놓고서는 행사 당일 참여가 저조하면 어떡하나 살짝 고민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자기 부스에서 맡은 역할이 있기도 하고, 다른 게임에 참여하거나 해서 한두 명씩 못 나온다는 얘기에 실망도 했기 때문이다. 10시가 되어 학생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사전에 리허설을 한 것도 아니라서 처음엔 학생들도 우왕좌왕하고, 더구나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굉장히 쑥스러워 했다. 그래서 4학년을 앞에 세우고 1학년이 따라서 할 수 있게 하고서는 시작하였다.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술탄 알람 샤 학교에 ‘독도는 우리 땅’ 노래가 울려 퍼졌다. 춤을 출 때는 오로지 신났다. 신나게 뛰고 돌고 틀리기도 하면서 3분이 흥겹게 지나갔다. 춤이 끝나자 선생님 몇 분이 오셔서 너무 짧았다고 더 보고 싶다고 하시기도 하고, 엄지 척을 해 주시는 분도 계셔서 굉장히 흐뭇했다. 무엇보다 이 3분을 위해서 하던 일 잠시 멈추고 와서 참여해 준 우리 학생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걱정하던 나를 안심시키며 밝게 분위기를 이끌어갔던 4학년 아담 사프완, 몸치에 박치라면서 아직도 독도! 독도! 팔다리를 움직이며 춤을 추는 1학년 해맑은 하이칼, 고개 숙이며 수줍어하면서도 끝까지 춤을 춘 암말, 내가 까먹은 동작을 알려주던 리프키 등 우리 멋진 학생들과 함께 웃으며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렇게 뿌듯한 날이 또 있었을까. 이 행사는 나에게만 의미가 큰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그저 한국인 선생님과 뭔가를 했다는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3년 남짓 동안의 파견 기간 동안 최고의 날로 기억될 것만큼 감격스러웠다.
행사가 끝나고 찍은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봐도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독도는 우리 땅!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란다. 그래서 중요하고 소중한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