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0

본문 바로가기

한국교육원 행사 스케치

부모 자녀가 함께하는 한일 역사 문화 탐방 연수

박경희 센다이한국교육원 원장

제1회 ‘부모 자녀가 함께하는 일본 동북지역 한일 역사 문화 탐방 연수’가 센다이한국교육원(원장 박경희) 주관으로 지난 9월 7일(토) 실시되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과 부모님, 그리고 재일동포 관계자 등 33명이 참가하였다. 이번 연수는 ‘동북지역의 재일 한국인 대상으로 한일 역사 문화 탐방 기회를 제공하여 한일 간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미래지향적인 교류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역사 탐방 및 체험활동을 하면서 한글학교 등에서 한국어를 학습하는 초중고 학생들과 보호자에게 한국어 학습 및 모국 사랑에 대한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오전 8시 30분에 미야기미단 한국회관 앞에 집결하여 대형 버스에 탑승한 후 1시간 30분 걸려서 미야기현 가미마치(加美町)에 위치한 ‘고향 도예관(ふるさと陶芸館)’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메이지 시대 초기부터 폐번에 이르는 시대에 구운 도자기인 ‘키리고메야끼(切込焼)’ 도예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전시관 바로 옆에는 공방 체험장이 있다. 연수단 일행은 도예관에서 추상 형태의 ‘키리고메야끼’의 대표 작품들을 관람하면서 일본 도자기의 변천사를 설명하는 게시물 등을 통해 예전 조선의 도공(陶工)이 일본에 건너와 도자기 기술을 전수한 과정을 이해하였다. 도예관 관람을 마치고 10시 30분부터는 공방(工房)에서 도예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접시나 머그잔 등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하였다. 차가운 한 덩어리 점토 흙을 받아 멋진 작품을 상상하면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작품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웠지만, 손에 느껴지는 점토의 감촉과 도공이 된 듯한 황홀감에 2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났다.

점심은 가미마치 출신의 미타쿠미(三田久美) 씨가 주민회와 협력하여 모찌정식(もち定食)과 닭튀김, 돼지고기찜, 굴 요리, 샐러드, 카레, 사과주스 등 푸짐한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 가미마치는 쌀이 주산지로 쌀떡으로 유명하다. 점심 준비와 더불어 10명의 청년회 일행이 북(太鼓) 연주와 미야자키 유치원 9명의 아이들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스즈메오도리’로 연수단 일행을 환영해 주었다. 이시야마촌장(石山村長)은 ‘가미마치를 찾아주신 미야기의 재일동포(민단) 모든 분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역사 문화의 교류 기회를 지속적으로 갖고 싶다.’라고 환영 인사의 말씀을 전하였고, 이번 이벤트를 준비하는 데 열정을 쏟아 주신 미타쿠미(三田久美) 씨는 ‘역사를 소중히 하는 마음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이번 이벤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점심을 먹으면서 가미마치 도예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사 토미야마(富山) 씨가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도예의 역사와 ‘키리고메야끼’에 대한 설명을 알기 쉽게 해주어 도자기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연수단은 오후 2시를 넘겨 다시 버스로 와쿠야(涌谷万葉の里)로 이동하였다. 텐표로만관(天平ろまん館)은 금 생산의 역사와 당시 금 기술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고 직접 사금 채취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와쿠야는 나라 시대에 최초로 금을 채취하였던 곳으로 알려져 있고, 당시 백제계의 사금 채취 기술과 금세공 기술이 큰 역할을 하였다. 나라 시대인 성무천황(聖武天皇) 때인 749년 백제계의 경복왕이 백제계의 기술자들과 함께 와쿠야쵸에서 황금 900량(약 13Kg)을 나라의 도읍지에 헌상하여 동대사(東大寺) 대불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백제계의 후손이 동북지역의 와쿠야까지 와서 사금 채취 및 금세공 기술을 전수하였다고 하니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잠시나마 한국인의 발자취를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 사금 채취 체험장에서는 바가지에 모래흙을 담아서 흐르는 물로 모래흙을 밀어내고 눈에 보일 듯 말 듯 사금 파편 조각을 찾느라 온 정성을 쏟았다. 20분 동안 허리를 굽혀가며 팔에 힘을 잔뜩 주면서 금을 찾으려 해도 파편 한 조각을 못 찾았는데, 당시 기술자들이 900량의 황금을 채취했다니 얼마나 땀 흘려 공을 들였을까. 사금 채취 체험을 마지막으로 오후 4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 다시 출발 지점인 미야기민단 한국회관에 6시에 도착하였다.

일본 동북지역에서 한국과 사연이 있는 곳을 직접 탐방하는 ‘부모 자녀가 함께하는 한일 역사 문화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한 분 한 분이 한일 간의 역사 문화 공부와 더불어 한일 교류 활동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제2회 한일 역사 문화 탐방 연수는 안중근 의사 유묵비가 세워져 있는 쿠려라 시(栗原市)와 세계문화유산인 츄손지(中尊寺)가 있는 히라이즈미(平泉)를 찾아갈 계획이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3월 26일 여순 옥중에서 순국 직전 공판정 왕래에 경호를 맡았던 일본 헌병 지바도시치 교도관에게 유묵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을 건네주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쿠리하라시로 돌아와 소중하게 안중근의 유묵을 간직하였고, 그가 죽은 후에는 그의 부인과 조카딸이 보관하다가 1980년 8월 23일 안중근 의사 숭모회에 기증되어 현재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다. 2025년도 역사 탐방 연수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