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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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학부모 이야기

급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이은혜 천진한국국제학교 학부모
글로내컬 리포터 3기

나는 작년부터 천진한국국제학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학교 운영위원 중 한 분이 급식소위원장을 맡아야 해서 남자분인 학부모회장을 대신하여 떠밀리다시피 급식소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급식을 외부 업체에 위탁해서 운영하고 있고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함께 있는 학교여서 유·초·중·고 각 학년의 의견을 대표해서 반영할 어머니 한 분씩, 학교 운영위 학부모 위원 두 분 그리고 교사 위원 중 두 분을 더 초청해서 급식소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급식 모니터링 단톡방을 만들어 매주 한 번씩 각 학급 임원 어머니들이 암행어사 출두하듯이 사전 통보 없이 오전 8시까지 학교에 도착해서 식자재가 들어오면서부터 차량 운반 상태, 식자재의 신선도와 중량 확인 및 급식실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결과를 모니터링 단톡방에 공유한다. 그리고 유치원과 고3을 제외한 초등부터 고2까지 돌아가며 매주 각 반 어머니 두 분이 점심 배식 봉사에 참여해서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몇 년간 코로나로 인하여 급식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가 새로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좀 있었지만, 한국에서 급식업무를 많이 다루셨던 행정실장님 덕분에 일 진행이 순조로웠다.

특히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과 교사의 입맛까지 다 맞추려다 보니 유치부는 맵다 고등부는 싱겁다고 하는 맛의 문제부터, 예를 들면 중고등부에서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볼케이노 닭장각구이”가 초등 저학년생에겐 너무 커서 손을 댈 수 없는 크기 문제까지 학년별 호불호와 요구사항이 달랐다. 게다가 초등부는 최근 절반 이상이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어서 급식 배식 시 김치는 빼달라, 중국의 닭고기는 약품처리를 많이 하니 식단에서 빼달라 등 중국 현실을 반영한 얘기도 나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급식소위원회에서는 학기별로 두세 번 월말에 모여 급식 실장님과 조리장님을 모시고 식품비 집행 명세 확인과 다음 달 나갈 메뉴에 대한 논의(식단이 겹치는 것이 없는지 적당한지 확인)도 하고 학년별 의견을 듣고 반영하고 있다. 또한 학교 식단 작성 시 더욱 구체적인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실제로 급식을 먹는 학생회 임원들과 급식 실장님과의 회의를 통한 의견도 반영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자기주도 학습을 권장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천진에 대기업이 현지상황 및 인건비 등의 이유로 천진을 떠나고 있어 교민 수가 많이 줄면서 학생 수도 감소하고 있어, 고등부 학생을 위한 석식 운영의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석식에 맛있는 식단을 많이 준비해서 석식을 먹기 위해 남아있는 학생들이 많다. 언제까지 가능할지 그것 또한 숙제이다.

또한 작년 중반부터 톈진(천진)시 정부에서 모든 학교 급식실에 냉채 사용을 금지했는데, 김치라는 식문화를 갖는 한국학교에조차 생김치를 썰어서 사용을 못 하게 해서 하는 수 없이 볶은 김치를 내놓는 등 애로사항이 많았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냉채실을 조그맣게 따로 공사하여 마련해서 톈진시 정부에 허가를 받고 지금은 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좌)학교 급식 만족도 조사 응답 현황 (우) 우리학교 인기 메뉴 빠스작업

이런 모두의 노력 덕분에 한 학기에 한 번씩 진행하는 급식 만족도 조사에서 지난 1학기 급식 만족도는 79.56점으로 전년도 2학기 대비 3.84점이 상승하였고 전년도 1학기 대비 4.06점이 상승하였다. 특히 인터스쿨(국제학교)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 우리 학교 급식이 너무 맛있다고 얘기해주어 힘이 난다. 석식에 제공되는 ‘마라샹궈’와 ‘빠스’와 같은 메뉴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물론 우리 학교 급식실이 노후되어 다른 학교에 설치되어있는 컨베이어 퇴식구 벨트가 없어 잔반 처리가 미관상 좋지 않다는 둥 아쉬운 점이 아직 존재하지만, 뒤에서 숨은 봉사자와 학교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 학교 급식실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