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연 방콕한국국제학교 학부모
글로내컬 리포터 3기
해외에 살면서 내가 가장 불편을 느낀 부분은 바로 ‘한글로 된 책’을 마음껏 읽을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 지낼 때는 근처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서점 그리고 북카페 등 시간만 있고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주변 도서관을 가봐도 한글로 된 책을 찾을 수가 없고, 외국어 책이라고는 보통 영어로 책이 어느 정도 갖춰진 정도였다. 그래서 불편해진 마음에 한국에서 책을 구매해서 지인 등을 통해 EMS를 받으려고 하면 문제는 배송료가 비싸다는 점이다. 무게와 부피로 배송료가 올라가다 보니 원래의 책 가격에다 비싼 배송료까지 물어야 하기에 한국에서 보고 싶은 책을 많이 들여오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어떨 때는 E-BOOK으로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기도 하고, 가입해 있던 도서관의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어도 봤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있었다. 특히 아날로그적 감성이 큰 내겐, 화면이 작기도 했고 책을 직접 넘기며 읽을 때만큼 책 읽는 시간이 즐겁지가 않았다. 책의 질감을 느끼며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고 싶은데 전자책은 읽어야만 하는 ‘활자’로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많은 갈증을 느끼며 방콕에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던 도중 ‘유레카!’를 외친 곳이 있다. 먼저 소개할 곳은 유아나 초등학교 중학년까지의 어린이를 위한 ‘한글로 된 그림책’이 가득했던 방콕 시립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태국을 여행하러 오는 배낭 여행객들의 성지인 ‘카오산로드’에 자리 잡고 있다. 3층으로 된 곳으로 여행객들도 여권만 제시하면 ‘원데이 패스’을 발급받아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가 있다. 특히 내가 ‘유레카’를 외친 곳은 1층과 2층 사이에 위치한 ‘M층’이었는데 층 전체를 어린이들이 편히 책을 보고 쉴 수 있게 배치하고 꾸며놓았다. 유아부터 초등학교 중학년까지의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시원하고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수많은 한글로 된 그림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바로 위 2층에는 ‘외국어책 섹션’이 있는데 최근에 나온 책들은 아니지만 성인들을 위한 한글책들도 꽤 많이 갖추고 있어서 집이 근처라면 매일 오고 싶은 곳이었다.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방콕에 살고 있는 한인들과 특히 한국문화나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태국인들에게 익숙한, 한국문화원 2층에 자리한 KCC THAILAND LIBRARY이다. 이곳은 태국에 사는 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지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은 태국인만큼 한국어로 된 책을 태국어로 번역한 책들도 많이 있었다.
특히 두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속에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 문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많이 구비되어 있었고, 월간지나 전문잡지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코너도 따로 자리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아담했지만, 테이블이 있어서 책을 편하게 볼 수 있었고 도서 대출 서비스도 있었다. 다만 도서 대출을 위해서는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데, 태국에 거주지가 있어야 하고(단기 여행을 온 경우에는 대출이 안 됨) 여권과 함께 태국 돈 500밧(THB)을 이체해야 하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방콕한국학교의 자랑인 학교 도서관이다. 작은 학교지만 많은 장서를 보유한 초·중등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다달이 정말 다양하다. 세계 책의 날 행사, 전집 읽기 프로젝트, 어린이 도슨트 프로그램 활동, 반딧불이 책 읽기 활동, 책 여행 지도 완성 프로그램 등 여러 행사가 열리면서 늘 학교 도서관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방콕한국학교는 이런 학교 안 도서관에서 더 나아가, 학교 인근 BTS Wat Phra Sri Mahathat역 가까이에 있는 지역도서관인 Bang Khen Discovery Learning Library와 2025년 1월 안으로 협약을 체결해, 학교 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한글로 된 책을 기증할 계획이다. 이 도서관은 어린이실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보유하고 미팅룸이나 학습을 위한 테이블 등의 공간들도 잘 갖추고 있어서 가족 단위의 휴식이나 학습의 장으로 이용하기에 좋은 장소로 보인다. 그리하여 힘든 ‘숨은 한글책 찾기’가 아닌, 누구나 특히 방콕한국학교의 학생뿐 아니라 많은 국제학교나 태국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도 지역에 자리한 도서관에서 한글책을 더 쉽게, 더 편하게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