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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원 교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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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슬라맛 빠기(Selamat pagi)

드디어 오늘이구나
학생들이 한국어 교실로 하나둘 들어오자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다 곧 한숨이 터져 나온다.

“선생님, what is this? How can I read this?”
“선생님, Is this right? 조넌 밷민턴을 좋아해요.”
“네, 저는 배드민턴을 좋아해요. 여러분, 떨리죠? You are nervous, right? 걱정하지 마세요. No worries.”

그렇게 10분이 흐르고 드디어 만나는 시간

“안녕하세요. 슬라맛 빠기 (Selamat Pagi)”

7월 18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에 있는 술탄 알람 샤 F1 학생 16명과 전남 신의중학교 1학년 학생 10명이 처음으로 만났다. 자기 이름과 좋아하는 것을 말하며 자기소개를 했는데 1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우리 학생들은 처음에는 많이 어색해하고 어려워했지만, 신의중학교 학생들의 밝은 목소리와 활기찬 대답으로 점점 웃음이 많아졌고 맞장구도 치기 시작했다.

나는 3월에 국제국립교육원을 통해 말레이시아 한국어 교사로 파견되어 남자 기숙 중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전라남도 신의중학교 교사인 친구와 SNS로 여기의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화상수업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사회 교사인 친구와 한국어 교사인 나는 한국문화와 다문화를 주제로 더 나아가 세계시민을 주제로 온라인 국제 교류 수업을 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시차가 1시간이라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한국 교육원의 도움을 받아 화상 수업에 필요한 카메라와 스피커를 구입하고, 학교의 허가를 받아 양쪽 학교에 맞는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줌과 네이버 웨이즈로 서로 연결해 보았는데 오디오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아서 구글 미트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서로의 언어가 다르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도 사용하니 영어와 한국어로 시작하기로 했고, 원활한 수업을 위해 수업하기 전에 발표할 슬라이드를 만들어 주고받았다.

우리 학생들은 직접 자기소개 슬라이드를 한 페이지씩 만들었다. 이제 막 한글을 배운 터라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1학년이 하기에는 어려운 수업일 수 있었지만 우리는 멀리 보고 시작하기로 했다. 이 수업이 내년, 내후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그래서 정말 이 아이들이 우정을 쌓고 왕래도 하고 그러길 바라는 마음에서 천천히 진행하기로 했다.

화상수업을 하면서 인터넷 연결이 잘 안 되어 오디오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잘 기다려 주었고, 특히 우리 학생들이 소개할 때, 한국에서 우리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수하일, 반가워요”라고 말해줘서 우리 학생들이 정말 좋아했다. 한국 학생들은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 한국어로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둘 다 알아듣기가 쉽지는 않았다. 영어를 하더라도 서로의 발음이 다르고 빠르게 말하다 보니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런 것은 차차 수업을 하다 보면 나아지리라 확신한다.

F3 학생들도 서로 자기소개를 했었는데 좀 더 쾌활하고 재미있었다. 한국의 학생들이 ‘누가 제일 잘생겼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번쩍 손을 들던 우리 3학년 남학생들. 우리 F3 학생들은 K-pop과 K-drama에 관심이 많아서 더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3학년과의 화상수업은 금요일에 진행이 됐는데 금요일은 말레이시아에서 기도를 하는 중요한 날이라 학생들이 종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입는 복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과 추천하는 여행지 등 정말 활발하게 묻고 답하면서 즐거워했다. 한국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는 게 처음이라며 즐거워하던 말레이시아 학생들. 화상수업이 끝나고도 밝게 웃으며 더 할 말이 있는 듯 서로 계속 이야기꽃을 피우던 학생들. 더 멋지게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할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

말레이시아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때마다 사전에 담당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일주일에 두 번 오는 학생들과 온라인 교류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지만, 또래와 서로 직접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첫 발걸음이고 시행착오도 겪게 되겠지만, 실제적이고 좀 더 의미 있는 그리고 지속 가능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도전해보고 연구해볼 것이다. 언젠가 우리 학생들이 서로 만나는 날을 상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말레이시아 학생들 자기소개 슬라이드

전남 신의중 학생들 자기소개 슬라이드

F1(중1) 화상수업장면 F3(중3) 화상수업장면
온라인 국제 교류 수업 개요
(말레이시아 Sekolah Sultan Alam Shah - 전남 신의중)
수업주제 학교생활, 음식, 언어, 음악, 명절, 스포츠 등
사용언어 한국어, 영어
수업도구 구글미트, 구글슬라이드
수업시간 50분, 발표 슬라이드 교환하기, 각각 20분 발표 후 질의 응답하기 월 1회
학년 중학교 1학년(말레이시아 18명, 한국 10명)
중학교 3학년(말레이시아 19, 한국 10명)

이은숙 말레이시아 한국교육원 파견한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