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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학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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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현장 체험학습

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고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쬐던 금요일은 대망의 현장체험학습 날이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무려 3년만에 가는 소풍인지라 다들 안면에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1학년부터 입시를 앞둔 몇몇 12학년 학생들까지 다 같이 여러 대의 버스를 타고 한자리에 모였는데, 우리의 목적지는 연태시 펑라이구(烟台市蓬莱区)에 위치한 유로파크(欧乐堡梦幻世界)였다. 이곳은 연대한국학교를 오래 다닌 학생이라면 익숙하다 못해 질릴 수 있는 현장체험학습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익숙함보다는 설렘과 새로움이 더 컸다.

안전 수칙을 지키고 유로파크에 입성한 뒤 제일 먼저 할 일은 단체 사진 촬영이다. 교칙이 풀리는 몇 안 되는 날이라 다들 예쁘게 단장한 채로 삼삼오오 포즈를 취했다. 이후 중고등학생은 오후에 집합하기까지 자유롭게 놀이기구를 즐길 시간이 주어진다. 그렇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나와 친구들은 유로파크를 마스터한 몇몇 연대한국학교 "고인물" 친구들의 통솔에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어린아이처럼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다. 가끔은 회오리 감자나 생과일주스를 사서 먹고 마시면서 말이다. 스릴 있는 놀이기구들만 쏙쏙 골라 세 번 이상 탔었는데 아마 나와 내 친구들이 유로파크를 가장 제대로 즐겼을 거라 생각된다. 그 정도로 우리는 점심으로 싸 온 도시락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논스톱으로 놀이기구를 휩쓸고 다녔다. 그중 나의 최애 놀이기구는 '우주선'이라고 불리는 실내 롤러코스터인데 (인공이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출발할 때의 이야기고 그 뒤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지만, 맨 처음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의 황홀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대낮에 바라보는 별들의 찬란한 행렬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하였는데, 이어 비명을 지르느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는지 우주선에서 내려왔을 때 입가에 침이 흥건했다는 이야기도 다수 들려왔다.

당일 유로파크는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없고 조용해 말 그대로 연대한국학교 학생의 세상이었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지만 줄도 거의 설 필요가 없었다. 타지의 학생들도 기회가 되어 이곳 연태 펑라이구 유로파크에 방문한다면 분명 원 없이 실컷 놀고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번외로 꼭 유로파크가 아니더라도 가끔 지겨운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감을 누릴 계기가 모두에게 다가왔으면 한다. 즐거웠던 만큼 이런 시간이 고달팠고 그동안 내가 많이 지쳐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눈 깜빡할 새에 바삐 지나가는 시간 속에도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미소 짓게 해주는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본 하루였다.

정지현 연대한국학교 22년 글로내컬 학생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