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한국국제학교에서는 매년 6월 고등학교 3학년 선배님들의 지필 고사가 끝난 후 선배님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행사인 출정식을 한다. 이 출정식은 3년 만에 하는 대면 행사였기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나에게는 우리 학교로 전학 와서 처음으로 하는 대면 행사이기 때문에 더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러나 딱 한 가지의 걱정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고등학교 2학년이 이번 출정식을 기획해야 하는 학년이라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학년마다 적게는 10명 많게는 15명 정도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학교이다. 우리 고등학교 2학년은 인원수가 적다 보니 의견을 모으고, 전교 회장, 부회장과 학생회 부장들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적은 인원으로 학생회를 꾸려야 하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담당해야 해서 힘든 점도 있었다.
우리는 장기간의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대면으로 진행해야 할 출정식을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였다. 이에 선생님들께서 covid-19 발생 전의 출정식 활동을 보여주셨고 우리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들도 주시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하지만 이번 출정식은 학생회가 주도하여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이고, 선생님들의 도움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학생회에서 일치된 의견이었다. 우리는 회의를 통하여 고3 선배들의 이동 경로, 이동 과정에서의 이벤트, 이동 과정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소품 및 응원 선물 준비 등과 같은 아이디어를 나누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우리 학생회의 계획은 이러하였다.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부터 1층에 있는 AV룸까지 레드카펫을 깔아 길을 만들고 레드카펫 좌우에 후배들을 배치시켜 박수를 치며 응원함과 동시에 우리 선배님들이 꽃길만 걸으라는 의미를 담아 꽃잎을 뿌리는 것이다. 그 후 선배님들이 AV룸에 도착한 후에는 각 학년 후배들이 모여서 찍은 응원 영상과 고등학교 3학년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응원 편지, 과거에 우리 학교에 근무하셨던 선생님들의 영상 편지를 상영한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차례대로 출정식 진행자,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중학교 전교 회장과 부회장, 고등학교 전교 회장, 전교 부회장이 단상으로 나와 응원 메시지를 낭독할 계획을 세웠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에는 선배님들이 지원하는 대학교 6군데를 모두 합격하라는 마음을 담아 꽃 6송이를 증정하고, 고3 선배들이 케이크를 좋아한다는 제보를 받아 케이크도 준비하기로 했다.
유명한 복싱 선수 마이크 타이슨은 옛날에 이런 말을 하였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맞기 전까지는’. 우리 학생회가 긴 시간을 들여 빈틈없는 계획을 세웠다고 자부하였으나 막상 당일이 되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보였다. 우리는 주문 제작한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에만 엄청난 시간을 쏟게 되었고, 3층부터 1층까지 바닥에 깔 생각이었던 레드 카펫은 각각의 길이가 달라 배치할 장소를 재구성하게 되었다. 또한, 각 학년의 인원 파악이 잘 되지 않아 꽃잎을 뿌려야 하는 후배들의 위치도 다시 바꾸었다. 하지만 작년에 온라인이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기 말 프로젝트와 체육대회, 출정식을 멋진 모습으로 보여준 고등학교 3학년 선배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모두 다 같이 협력한 결과 우리가 계획하였던 일들을 모두 진행할 수 있었다.
이번 출정식 활동이 다 끝난 뒤, 우리가 다음 학생회 활동을 준비할 때 개선해야 할 점들을 생각해 보았다. 이번 출정식 활동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비록 출정식이 계획대로 진행되긴 했으나, 우리는 당일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혔고 다음부터는 더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지만, 선생님들께서 가장 멋있었던 출정식이라고 말해주셨고, 우리가 준비한 행사와 선물들을 좋아하는 선배들을 보니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느껴졌다. 이번 글로내컬 리포터 기자 활동을 통하여 학생회에 가입되어 있거나 내년이나 내후년에 참여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의 경험담을 통하여 여러 가지 출정식 계획 및 운영에 관련한 소소한 팁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정욱 필리핀한국국제학교 22년 글로내컬 학생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