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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학부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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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苏州)의 홍반장님들

중국에서의 갑작스러운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인해 지난 몇 달간 중국 곳곳 지역이 봉쇄되었고, 많은 교민 또한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이곳 소주 역시 코로나 방역 강화로 타 지역 간 출입제한, 영업장 정지, 모든 학교의 온라인 수업 전환, 연일 계속되는 핵산검사, 식자재 수급 문제까지… 불안감과 밀려오는 피로감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나 한 사람의 확진은 거주 아파트 단지. 아이들 학교, 회사, 교민사회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타 아파트 출입도 제한되어 전화나 문자를 통해 이웃끼리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최대한 외출을 삼가며 소주 교민 단톡방에 올라오는 소식 하나하나에 눈과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 상황 이전에도 사소한 것부터 큰일까지 소주 교민분들께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던 자원봉사자님들은 이번에도 저희가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드라마 혹은 영화 속 ‘홍반장’처럼 모두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17년차 소주생활을 이어 나가고 계시는 유선엽 님은 생업으로 바쁘심에도 소주 교민 단톡방을 운영하시며 교민분들에게 생활편의에서부터 코로나 방역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도움 요청도 외면하지 않으시고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응급 상황에 도움을 드려 생명을 건진 분이 있을 정도로 소주 이곳저곳을 누비시며 교민들을 돕고 계십니다. 코로나 발생 시기 해외입국 격리자 통역 일을 계기로 시 정부와 인연이 되어 교민 봉사자들과 함께 핵산검사소. 백신접종소 등 현장에서 직접 지원봉사도 하시고, 시 정부 요청에 의한 한글 및 음성녹음 지원 활동도 하시는 등 시 정부와 교민 간의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계십니다, 투철한 봉사정신을 인정받아 2021년도엔 소주시 최우수자원봉사대 및 우수시민에 선정되셔서 소주교민의 위상을 드높이셨습니다. 앞에 나서서 일을 하다 보니 개인적인 일에도 다들 관심을 보이고 자신을 둘러싼 이상한 소문 때문에 속상할 때도 많았지만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고 누군가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봉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희가 꼭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늘 함께 해주시는 소주 대표 홍반장님이십니다.

역시 17년째 소주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김한중 님은 개인사업 외 소주한국상(인)회 회장직을 맡고 계시면서 상인회와 교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힘쓰고 계십니다. 또한, 주상하이 대한민국 영사관 사건사고 협력원으로도 활동하시면서 사건사고 시 교민들의 피해 상황을 돕고, 교민들의 편의를 위해 순회 영사 업무도 진행하고 계십니다. 상인회가 주축이 된 소주사랑봉사단을 이끄시며 상인회 사무실 무료개방, 휴지 줍기 공익활동, 마스크 배포, 격리자 물품 전달 등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봉사자에게 상처는 필수인 것 같다고 하시면서도, 봉사는 반드시 내가 땀 흘린 만큼 축복으로 돌아온다는 소신을 갖고 계시는 소주 교민의 울타리같은 홍반장님이십니다.

두 분 외에도, 자신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이름은 밝히지 않으셨지만, 식품유통사업을 하고 계시면서 코로나로 인한 봉쇄 시기에 어려움에 처한 유학생들과 교민분들께 생필품을 무료로 전달해주신 소주 쿤산 지역 봉사자님, 매번 바뀌는 방역 소식과 코로나 관련 다양한 뉴스들을 교민 단톡방에 올려주어 교민들의 혼선을 줄여 주신 봉사자님, 소주 교민 전체 단톡방에 질문이 올라오면 세세하게 답변을 달아 주시는 수백여 명의 교민분들, 이웃의 위급한 상황에 앞다투어 도움을 주시는 교민분들… 모두가 마음 따뜻한 소주의 홍반장님들이십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탈하게 잘 버티고 웃으면서 만나자고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 소주 교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소주의 홍반장님들은 교민들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에 항상 힘을 얻고 계시지만, 때론 호의가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여져 생채기도 나고, 돕고자 했던 마음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져 책망을 듣기도 합니다.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라는 말들이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많은 자원봉사자님들은 도움이 필요한 일에 자기 일처럼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것을 소신으로 삼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관심을 받고자 하는 분들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관심을 주시는 분들입니다. 주는 만큼 되돌려 받고자 하는 분들이 아니라 그 받음만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다시 뿌려주기를 바라는 분들입니다.

소주 지역 한국 유학생들이 코로나 방역 봉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소주 교민들은 의견을 모아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으로 십시일반 지원금을 모았고 한인상회에서도 격리물품 등을 지원하여 타국에서 막막하고 외로웠을 어린 친구들을 보듬어 주었습니다. 받은 만큼 아니 더 많이 베푸는 사회 일원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이 친구들의 감사편지에 가슴이 참 뭉클했습니다. 좋은 마음들이 전해지고 퍼지고 심어져서 살만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계신 소주의 홍반장님들, 존경하고 항상 감사합니다.

최희정 소주한국학교 22년 글로내컬 학부모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