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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학생들과의 첫 만남

11월 23일, 오늘은 동경한국교육원 온라인 한국어 수업 중급 3-2반의 한국문화 체험의 날. 4월 4일에 첫 수업을 시작하고, 7개월간 매주 온라인상으로만 만나 온 네 명의 학생들을 처음 대면하는 날이라 조금 설레고 긴장되었다. 직장 생활로 바쁠 텐데도 지각이나 결석 없이 늘 열심히 수업에 참가해 주는 학생들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할 텐데……. 다행히 원장님께서 수업마다 자유롭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주셨고, 예산도 넉넉히 지원해 주셔서 학생들과 상의하며 나름대로 알찬 계획을 짤 수 있었다.

오후 2시 30분 우리는 첫 모임을 구단시타 생애학습관에서 시작했다. 대면 수업을 체험해 보고 싶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있었는데, 다행히 구단시타 주민인 학생 S씨를 통해 생애학습관의 교실을 빌릴 수 있었다. 교실에서의 첫 번째 활동은 작문 발표였다. 온라인 수업에서 격주로 10분 정도 설날 음식, 행운의 아이템, 생일 등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한글 작문 발표 시간이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각자 첨삭 받은 작문을 읽기만 하고 끝내야 해서 아쉬웠던 차였다. 오늘은 서로의 작문에 대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거나 일본 문화를 한국 문화와 비교하는 등 활발히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언젠가 학생들이 한국 친구들에게 일본 문화를 직접 한국어로 소개하는 날이 오겠지. 상상만 해도 뿌듯했다. 옥수수차와 찰떡파이와 같은 한국 간식을 먹으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화기애애함이 가득해졌다. 두 번째 활동은 한국 요리 빙고 게임.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우리 학생들은 역시나 요리 이름도 많이 알고 있었다. 평소 집에서 닭갈비나 순두부찌개를 자주 만들어 먹는 학생도 있고,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 학생도 있으니, 나보다 한국 요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한국 김을 상품으로 제시하자 빙고 게임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나는 학생들이 한글을 쓰는 것을 보며 획순이나 맞춤법 실수를 고쳐주었다.

오후 4시경 우리는 교실 활동을 마무리하고, 한글책 서점 <책거리>를 방문하기 위해 진보쵸로 향했다. <책거리>는 작고 아담한 서점이었는데, 다양한 종류의 한글책과 번역본, 한국 소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점장님께서는 궁금한 것 많은 학생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변해주셨고, 천천히 책을 살펴볼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해 주셨다. 구온 출판사 책 중 한글 단편 소설 번역본이 있는데, 한글과 일어로 되어 있고 낭독 오디오 파일도 제공하여 학생들에게 좋은 학습 자료가 될 것 같았다. 학생들에게 이 단편 소설을 한 권씩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학생들은 상의하며 4권의 책을 골랐다. 방현석의 ‘사파에서’, 김연수의 ‘뉴욕 제과점’, 정용준의 ‘선릉산책’, 이장욱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 학생들은 한 권씩 나누어 가졌고, 책을 돌려가며 4권 모두 읽기로 약속했다.

서점에서 나오니 어느덧 어둑어둑 5시 30분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책거리>의 점장님이 추천해 준 한식당에서 한국 요리를 먹으며 모임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처음 행사를 계획할 때는 학생들 모두 첫 만남이라 부끄러울 것 같다고, 식사는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했었는데, 그새 친해진 덕분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고파요”, “밥 먹으러 가요”를 외쳤고, 자연스럽게 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다. 휴일 저녁이라 식당이 한산해서 여유가 있었고, 30여 가지 이상의 메뉴를 제공하고 있어,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노릇노릇 구워진 파전을 시작으로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 매콤달콤한 라볶이, 부드러운 계란탕, 담백하고 고소한 삼색나물과 새콤한 초래기 샐러드까지 모두 맛있었다. 양도 푸짐해서 처음엔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학생들 모두 위대(胃大)했다.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니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었다. 나이, 직업, 주거지 모두 다르지만, 한국과 한국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을 함께 하며 친해진 우리는 다음 주 온라인 수업에서의 만남을 기억하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 한국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이렇게 한국과 한국어를 사랑하는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 온라인의 편리함도 좋지만 역시 대면과 교류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은 기회를 마련하고 지원해 주신 교육원장님과 과장님, 실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부족한 글을 마치겠다.

최재완 동경한국교육원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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