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원에서 진행하는 문화수업강좌의 전통무용(부채춤)이 7월부터 시작되었다. 주 1회씩 총 10회, 9월에는 끝나야 했다. 하지만 시험 기간,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이 귀가하는 주간, 종교 휴일 등으로 인해 10월 말까지 기간이 늘어질 대로 늘어졌다. 더 심각한 것은 중등학교 4학년(Form 4) 학생들이 학교 스포츠 행사 때마다 현란한 K-POP 안무를 소화했던 아이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던 점이다. 양 무릎을 동시에 구부리지 못하고, 양손을 쭉 뻗지도 못하고, 사뿐사뿐 걷는 것을 어려워 한다. 연습하는 내내 나의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괜찮아, 좋아질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야, 이 ‘부자연스러운 60분의 연습시간’을 인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문화수업의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이대로 끝낸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학생들에게 기억에 남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고 싶었다. 결국 교환 수업으로 학교에 온 태국 학생들과의 <문화의 밤> 공연에 부채춤을 올리기로 했다.
학교 무대는 20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움직이기에는 너무 좁아 대형을 바꿔야만 했고, 동작도 수정해야만 했다. 낮 시간에는 야외 농구장 땡볕 아래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밤에는 자습시간을 활용해 연습했다. 처음 올리는 무대이기도 했지만, 말레이시아와 태국 양국의 학생과 교사들에게 한국의 전통 무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틀릴 때는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농구장과 교실에서 연습하기
저녁 8시에 시작하는 문화의 밤, BTS의 ‘아리랑’ 노래의 분량인 4분 30초만큼의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습을 반복했다. 아이들이 아리랑 가사를 다 외웠을 때, 마침내 무대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완성되었다. 한복이 없어 바주꾸롱(baju kurong) 교복을 입고 부채춤을 췄다.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불거졌다.
바주꾸롱 입고 부채춤 추기
부채춤은 한국의 전통춤으로 한복을 입고 부채를 이용한 춤(fan dance)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날 양국의 공연을 보니 더운 나라의 특성상 말레이시아와 태국에도 ‘부채’라는 것이 존재하고 이를 이용한 춤이 있었다. 다음 수업 시간부터 부채춤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해 줘야만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음식을 소개할 때 떡을 ‘rice cake’라고 하고, 부침개는 ‘Korean pizza’, 찌개는 ‘stew’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소셜미디어(SNS)가 활성화되어 있다 보니, ‘떡(tteok)’이라고 하면 온라인에서 봤던 한국의 가래떡, 송편, 꿀떡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먹어보고 싶다고 한다. 태권도를 ‘Korean martial art’라고 하지 않고 ‘taegwondo’라고 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도 미역국을 ‘Miyeok-guk’이라고 표기한다. 부채춤도 ‘Korean traditional fan dance’라는 식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덧붙일 수는 있지만, 부채춤(Buchaechum)이라고 그 이름을 정확하게 알려 주는 것이 맞다.
나와 부채춤 공연을 함께 준비한 학생들은 부채춤을 한국의 부채를 이용한 전통춤이 아니라 ‘부채춤(Buchaechum)’으로 기억할 것이다.
너무 기대되고 긴장되었지만 우리는 정말 잘했어요!!!
저희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시고 항상 믿어주시는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나이가 들면 꼭 부채춤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I felt so excited and nervous but we did great!!! I feel so thankful to the teachers for never giving up on us and always believing in us. thank you so much teachers. I will never forget this experience and when I’m older, I will definitely be interested in 부채춤. 아주 아주 재미있다!! (4C, 아잘리아 Azzalea)
김경민 국립국제교육원 파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