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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 삼성과 우리 역사 이야기

연변자치주 연길에서의 생활
연변자지주 연길에 있는 연변한국국제학교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연변에서 생활하면서 그동안 동북 삼성의 여러 장소를 가보았다. 동북 삼성은 중국 동북부에 있는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 세 군데를 같이 묶어 부르는 표현이다. 우리 역사서에 나오는 만주, 요동, 요서 지방이 모두 이 지역을 가리킨다. 동북 삼성에 있는 유적지나 장소 중에는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곳이 많이 있었다. 연변에서 다닌 여행지 중 많은 사람이 잘 모르지만 우리 민족과 관련된 장소들을 몇 군데 소개해보려 한다.

고구려 역사를 볼 수 있는 길림성 집안(集安)
연변에 와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길림성 집안(集安)이다. 이곳에는 유명한 광개토태왕비와 장수왕릉 등의 고구려 유적이 있다. 유명한 곳이지만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라 한국인 방문객이 많지는 않은 곳이다. 연변 연길에서도 야간 침대열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10시간 남짓, 직행 버스를 타도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라, 단체 관광객이 아니면 개인적으로는 가기 힘든 곳이다. 집안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광개토태왕비를 보러 갔다. 비석 보호를 위해 광개토태왕비는 건물 내부에 있다. 내부 견학은 가능하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건물 밖에서나마 사진을 담아보았다. 가족 단위의 중국 여행객이 많았고, 여행객에게 한 명 한 명 가이드가 붙어 안내를 해주었다. 중국어 설명 중에는 고구려를 본인들의 소수 민족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장수왕릉이다. 광개토태왕비 유적지에서 가깝고 버스도 운행하고 있지만, 버스 배차 시간이 길어 찬찬히 30분 정도 걸어서 방문하였다. 광개토태왕비가 있던 태왕릉은 다소 허물어지고 초라하였으나, 장수왕릉은 보존이 잘 되어 있고 관광지처럼 편의 시설도 잘 되어있었다. 동양의 피라미드라 불리는 장수왕릉은 과연 웅장하고 멋졌다. 주변에서 다양한 고구려 유적지를 함께 볼 수 있었다. 버스 시간 때문에 고구려 고분군과 박물관을 들른 후 바로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역사에 관심 있는 한국인이라면 방문하는 길이 어려울 수 있지만 많이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광개토태왕비

광개토태왕비

윤동주와 독립 의사들의 땅 용정(龙井)
용정은 연길에서 30분만 가면 되는 가까운 곳이다. 수시로 버스가 운행하며, 택시로도 쉽게 방문 가능한 곳이다. 용정은 윤동주 시인의 고향으로도 유명한데, 윤동주 생가와 윤동주가 살았던 명동촌이 잘 보존되어 있다. 윤동주 시인과 관련된 행사를 많이 하는 우리 연변한국국제학교에서 자주 방문하는 곳이나, 안타깝게도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22년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방문이 제한되었고, 올해는 한중관계 악화로 인하여 윤동주 생가가 폐쇄되어 있어 용정에 갔을 때 문 닫힌 생가만 보고 돌아와야 했었다.

하지만 명동촌 외에도 우리의 역사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비암산이다. 비암산이라고 하면 대부분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곳이지만, 여기에는 일송정이라고 하는 유명한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은 가곡 선구자에서 일송정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것이다. 작은 언덕에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일송정, 그 옆에 있는 간단한 소개문에 따르면, 독립운동가들이 일송정을 보며 독립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독립운동의 상징 같은 곳을 일본에서 없애버렸으나, 다시 복원하여 지금의 일송정이 있게 되었다. 비암산 공원은 일송정이 아니더라도 예쁜 꽃밭과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어 연길에 오시는 분들은 방문해 보시기를 권한다.

일송정

일송정과 정자

일송정 기념비

그 밖에 숨겨진 우리 민족의 이야기들
용정과 집안 외에도 동북 삼성에는 우리 민족과 관련된 장소들이 많다. 요녕성에는 안중근 의사 및 여러 독립운동가가 투옥하였던 대련의 여순 감옥, 병자호란 이후 소현세자가 잡혀 와 지냈던 심양의 심양고궁이 있다. 흑룡강성에는 하얼빈역 역사 바로 옆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는데, 여권만 있으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연길에서 기차를 타고 30분쯤 가면 돈화(敦化)라는 지역이 나온다. 청나라의 발원지를 기념하는 ‘청조사’와 거대한 불상인 ‘금정대불’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곳에도 숨겨진 우리 역사가 있다. 발해 정혜공주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관광단지 안에 안내표지도 없고, 셔틀버스를 타면 정차하지도 않고 지나가는 곳이다. 연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우리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방문해 보셨으면 한다.

동북 삼성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살았던 땅이기에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관리되지 않는 유적지, 한국인의 방문이 없다면 사라질 기념관 등이 많이 있다. 결코 중국 여행이 쉽지만은 않지만, 혹시나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과 앞으로 동북 삼성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릴, 우리 연변한국국제학교 학생들을 위해 이 글을 써 보았다.

김은혜 연변한국국제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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