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연변한국국제학교 교과연구회 선생님들은 디지털 기반 교수학습 자료 수집과 교과 연구 활동을 위해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였던 집안시를 다녀왔습니다.
연길에서 집안까지는 편도 7시간, 왕복 14시간이 걸립니다. 17인승 차량 1대를 렌트한 후 10여 명의 선생님들이 오후 4시 30분에 학교에 모여 출발했습니다. 백두산 주변과 압록강 주변 고속도로를 타고 오후 11시 집안시에 도착, 다음 날 광개토대왕비, 호태왕릉, 장군총, 환도산성, 압록강 주변을 탐사하고 오후 8시에 연길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빡빡한 일정 속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동북 3성 지역의 10월 저녁은 다른 지역보다 일찍 시작된다는 것, 10월의 백두산 주변은 이미 겨울이라는 것, 이로 인해 생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깜깜한 저녁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둠을 뚫고 2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백두산 주변 지역을 지나가고 있을 때 만난 오르막길에서 차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마치 타이어가 구멍난 것처럼 차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어두운 곳에서 차량 확인 차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려 상황을 보니, 아침에 내린 비에 고속도로 노면은 얼어 있었고, 갑작스런 기온 하강으로 눈보라까지 몰아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렌트한 차량의 타이어는 여름용이라, 더 이상의 진행은 어려워 보였습니다.
가까운 곳에 고속도로 출구가 보이면 그 쪽으로 빠져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날씨가 풀리면 다시 이동하기로 결정한 후, 조심조심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지나니 저 멀리 출구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생각보다 노면 상태가 좋아졌음을 알아챈 기사님께서 정상적으로 집안에 가길 권하셨고, 선생님들도 동의한 후 집안에 도착했습니다. 집안에 도착했을 때는 예상 도착시간 보다 3시간 늦은 새벽 2시였습니다. 그렇게 집안에서의 첫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국경 부근 압록강변에서 교과 연구회 선생님들과 함께
이튿날 아침 일찍부터 포근한 느낌의 압록강변에서 강 건너 갈 수 없는 곳을 바라보며 2일차 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았던 웅대한 광개토대왕비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었습니다. 광개토대왕릉으로 추정되는 계단식 무덤 양식의 호태왕릉, 장수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군총, 수도였던 국내성 터, 전쟁 시 사용되었던 환도산성과 주변의 무덤군 등을 보며, 동북 3성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생동감 넘치는 교수학습 자료를 수집하였습니다. 이렇게 교과연구회 활동을 굵고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광개토 대왕비
태왕릉(광개토대왕의 무덤으로 추청)
장군총(장수왕의 무덤으로 추청)
일정을 소화한 후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연길로 돌아가셨지만, 힘들게 온 만큼 집안의 유적지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뜻이 같았던 선생님 한 분과 둘이서 1박을 더하기로 결심하고 집안에 남게 되었습니다.
고구려의 상징 삼족오
집안시 시내 야경
국내성 터 안에서 고구려인이 남겨 놓은 유적지에 살고 있는 중국 현지인들을 보면서, 과거와 현재의 공존과는 결이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속지주의적 입장에서 고구려의 역사가 자신의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인식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균형 잡힌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2박 3일이었습니다.
집안 연길행 고속버스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소회를 느끼며 돌아오는 버스.
2일에 1번, 집안에서 연길로 오는 버스는 국도를 많이 이용하는 탓에 7시간이 아니라 9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집안에 다녀온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기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김동식 재외한국학교 글로내컬 교사 리포터 2기(연변한국국제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