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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교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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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학급경영

1. 공주 동서남북
쉬는 시간, 우리 반 막내 공주 달이가 동서남북 종이접기를 가져와 내게 묻는다.
“선생님, 무슨 쪽에서 몇 번 할 거에요?”
“음, 나는 남씨니까 남쪽에서 세 번.”
“하나, 둘, 셋… 엉덩이!”
“헉! 그럼 북쪽에서 두 번.”
“하나, 둘… 끈끈이주먹(끈끈이주걱이 아니라)!”
“(어른답지 않게 스팀 나는 표정으로)으으…”
“(귓속말로) 서쪽에서 두 번을 추천해요.”
“좋아! 서쪽에서 두 번!”
“하나, 둘… 공주!”
“와! (덩실덩실)”

‘공주 동서남북’,
‘공주’가 나올 때까지 돌린다.

교실 곳곳의 ‘공주’그림들

여학생 5명, 남학생 1명인 1학년 우리 반. 그 중 이런저런 사정으로 조기 입학한 여학생이 3명으로, 학기 초에는 교육이 아닌 보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했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야 되돌아보니 교사로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웃고 보람을 느낀 한 해였다. 우리 공주먼(公主们)들과 너무도 즐거웠던 한 해를 소개한다.

2. 공주 한글공부
조기입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들의 인지적 발달단계가 초등 교육과정에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부진아로 고착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기 입학생들은 외할머니가 우리 엄마의 엄마고 친할머니가 우리 아빠의 엄마라는 것 혹은 3시 30분에 짧은 시계바늘이 숫자 3과 4 중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특히, 우리 반 2명의 조기입학생이 국어책의 글자는 물론이고 자신의 이름자도 잘 인식하지 못했는데, 2학기부터 지필평가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3월 초부터 이 막내 공주 두 명을 데리고 매일 아침 한글 보충 공부, 목요일 오후 한글 보충 공부를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 공부하기는 힘들어 하지만, 핑크색, 예쁘고 귀엽고 반짝이는 것, 공주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이 막내 공주들의 한글 공부 의욕을 돋우기 위해, ‘공주들만 쓰는’ 특별한 ‘공주 받아쓰기 공책’을 준비해 하루에 두세 번씩 받아쓰기를 반복했다.

2학기 들어, 한글을 어느 정도 해득하고 수준별 평정 그림책 6, 7단계(1학년 수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재미있는 공주 그림책을 여러 권 준비해 소리 내어 반복해 읽도록 했다. 『인어 공주』, 『엄지 공주』, 『종이봉지 공주』 등 공주가 나오는 여러 책을 함께 읽었다. 막내 공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단연 『코코 공주님의 비밀』이라는 책이었다. 이미 절판되어 시중에는 팔지도 않는 이 책을 우리 공주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날마다 서로 연기력을 경쟁하듯 실감 나게 읽고 또 읽었다. 특히, 이 대목,

코코 공주님은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동그란 얼굴은 해님처럼 눈부셨고 까만 머리카락에서는 반짝반짝 윤기가 흘렀지요. 그런데, 그런데…….
“썩 꺼지지 못해? 이 배추벌레 장구벌레 바퀴벌레들아!
옷은 너덜너덜, 얼굴은 꼬질꼬질. 그 꼴로 나를 만나겠다고?”
코코 공주님의 입에선 곱지 않은 말들이 튀어나왔어요.

공주들만 하는 ‘공주 받아쓰기’

우리 반 베스트셀러 『코코 공주님의 비밀』

3. 공주 AI 융합교육
『코코 공주님의 비밀』이라는 책의 인기에 힘입어, 국어 ‘고운말을 해요’ 단원에, 2학년 선생님이 알려주신 노벨 엔지니어링(novel engineering) 교수법을 적용해 1학년 수준에 맞는 쉽고 재미난 AI 교육도 실시했다. 바로 미운말을 하는 코코 공주님을 도와줄 장치를 생각해 슬픈(?) 뒷이야기를 바꾸어보는 것.

‘코코 공주님! 우리가 도와줄게요!’
미운말을 하는 코코 공주님을 도와줄 장치 생각해내기

코코 공주 이야기를 바꾸어 역할놀이하기

4. 공주 수학공부
어린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규칙 찾기 단원.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 팔찌와 공주 목걸이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같은 모양의 동그라미 구슬을 ‘빨강-노랑-연두-초록’색만 다르게 규칙적으로 꿰어 목걸이를 만든 공주가 있는가하면, ‘하트-별-별-장미’처럼 색은 랜덤이지만 모양 규칙만은 철저하게 지켜 목걸이를 야무지게 완성한 공주도 있었다. 저마다 정성스럽게 완성한 예쁜 목걸이를 주렁주렁 달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미모 뽐내기 댄스’를 추며 즐거운 수학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공주들 목걸이 자랑, 팔찌 자랑, 미모 자랑, 춤 자랑

‘나쁜 학생은 없다, 나쁜 교수법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본래 배움을 즐기지만, 자신의 발달단계나 특성, 흥미에 맞지 않을 때 배움은 괴로움이 된다. 미래를 향해, 즐거움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아이들. 스스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배움은 놀이가 되고 날개가 된다. 더불어, 삶이 이렇게 예쁘고 귀엽고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웃음과 춤과 노래가 이토록 즐겁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우리 반 공주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남혜진 연변한국국제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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