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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교원이야기

   >  책과 가까워지는 독서 활동 두 가지

책과 가까워지는 독서 활동 두 가지

당나라의 걸출한 문인이었던 한유는 글을 공부하러 가는 아들에게 ‘네가 떠나는 때는 가을이니, 등잔불을 가까이하고 책을 읽어라’는 시를 지어 주었다고 한다. 가을은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이니 저녁에 등불을 밝혀 책 읽기에 힘쓰라는, 학자로서의, 또 아버지로서의 당부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되면 책 읽기에 관심이 커져 여러 기관에서 독서 관련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바람이 선선해지는 때가 되면 우리 반은 어떤 독서 활동을 해볼까 생각이 깊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책과 친해지고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독서 활동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활동은 점자 책갈피 만들기이다. 점자는 표면이 볼록 튀어나오게 점을 찍어 손가락 끝의 촉각으로 읽는 것으로, 6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갈피 만들기는 여느 독서 행사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하는 활동이지만, 장애이해교육과 접목하여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았다. 점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휴대용 점자 인쇄 키트가 필요하다. 키트는 볼로기와 점자핀이 들어 있는데, 플라스틱 재질이라 가볍고 한 세트에 3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점자를 잘 느낄 수 있도록 점자를 쓰는 종이는 카드를 만들 때 쓰는 정도의 두께가 좋은 것 같다.

점자표를 보고 자기 이름을 점자로 어떻게 나타내는지 설명해 주었다. 학생들은 눈이 아닌 손끝으로 읽을 수 있는 올록볼록한 글자를 보고 호기심을 보였다. 학습지에 연필로 먼저 점을 찍어 맞게 썼는지 확인하고, 책갈피에 점자핀으로 꾹꾹 눌러 점자를 새겼다. 글자를 새길 때는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글자를 새겨야 뒤집었을 때 볼록한 글자를 바른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점자로 이름을 새기고 나머지 부분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 자신만의 책갈피를 만들었다. 저학년이라도 1차시 동안 점자표 보고 이름 풀어쓰기, 연필로 점자 찍기, 점자핀으로 이름 새기기를 할 수 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시각 장애인이 손끝으로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워했다. 눈을 감고 만든 책갈피에 손을 올리고 자기 이름을 손끝으로 느끼며 신기해했다. 다음에는 긴 문장을 새겨보고 싶다고 하며, 많은 글을 점자로도 써서 시각 장애인들이 함께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활동은 도서관 추적 놀이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보면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서가 앞에서만 머물다 책을 골라 간다. 다른 서가도 살펴보면 의외로 관심이 가는 책도 고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 학생들이 많은 책을 둘러볼 수 있도록 기획해 보았다.

학습지에 ‘제목이 제일 긴 책은? 제목이 제일 짧은 책은? 제일 두꺼운 책은?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는 책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의 청구 기호는? 내가 좋아하는 책의 색띠 라벨 색은?’ 등의 질문을 써 놓았다. 도서관 책을 샅샅이 훑어보아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선생님 제목이 두 글자인 책이 제일 짧아요!” “난 더 짧은 것 봤어. 여기다! 한 글자로 된 책! 찾았다!” 학생들은 제목이 이렇게 짧은 책도 있는 줄 몰랐다며 서가에서 부지런히 찾은 책을 들고 와서 보여주었다. 1, 2학년의 경우에는 20분 정도의 시간 안에 5~7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서관은 분주하게 총총대며 책을 살펴보는 학생들의 소리로 채워졌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리고 읽는 것만 해 보았는데, 추적 놀이를 하니 무척 재미있어 했다. 놀이의 마지막은 자신이 둘러본 책 중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대출하기이다. 놀이를 마친 뒤 읽을 책을 옆구리에 끼고 도서관을 나서는 학생들의 얼굴에 신남과 뿌듯함이 가득했다.

박현주 연변한국국제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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