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되기 전인 중3 겨울방학 때, 앞으로 선택할 진로와 고등학교의 생활에 대해서 매우 걱정이 많았다. 고등학교 생활은 중학교 생활과 다르고 공부 또한 어렵다고 해서 잘할 수 있다는 희망보단 두려움이 컸었다. 특히 나는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해 어떻게 공부를 할지,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몰랐다. 함께 고민해 주셨던 부모님께서 내가 잘할 수 있고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부분에서 진로를 찾아보라 하셨고, 부모님 말씀을 듣고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기 위해 인터넷과 책에서 다양한 직업군을 찾아보았다. 그중에서도 한의학에 관련된 기사와 책이 가장 흥미 있게 다가왔었다. 엄마를 따라 한의원 진료를 갔을 때 한의사 선생님의 진료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침을 맞고 한약을 먹고 증상이 호전되는 게 신기했었다. 무엇보다 중국어를 배운 영향인지 한자가 가득한 한의학 관련 책들이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고 술술 잘 익혔고 우리의 몸을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나와 맞는 진로를 찾은 것 같아 정말 기뻤다, 하지만 한의학이라는 진로에 대해 검색을 해 보니 나와 맞지 않는 부분도 정말 많았다. 한의학을 공부한다고 하면 대부분 성격이 차분하고,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사가 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소통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고, 무슨 일이든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돌발적인 일에는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남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두려워하기도 한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눈썰미가 좋고, 손이 빠른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보였다. 나의 고민을 엄마와 상의하던 중, 그런 걱정은 대학 합격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고, 지금은 한의학과에 합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게 먼저라는 엄마의 말씀에 동의했다. 그래도 나의 성격을 조금은 바꿔 보고 싶은 마음에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독서가 인내심과 조용한 사고를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한 시간은 독서를 하는 습관을 기르려 했다. 그러나 뜻까지 헤아리며 읽어야 하는 한국어로 된 책은 읽어내기가 만만하지 않았다. 또, 중학교 이후 인터넷 기사 등 짧은 글을 읽는 데 익숙했던 나는 처음 긴 글을 읽었을 때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한 시간은커녕 30분도 버티지 못했다. 나는 매 15분마다 집중력을 잃기 시작했고, 이 책을 다 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매일 했다. 학습에 필요한 책들이라 더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원동력이 되었다. 매일 독서를 반복한 것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30분, 45분으로 늘었고, 마침내 나는 한 시간 독서하기에 성공했다. 달라지는 내 모습이 뿌듯했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메모해서 지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메모해도 몇 개씩 빠트리는 경우가 많지만, 하루하루 나아지려고 노력 중이다.
10학년이 되자 내신 관리, 봉사, 비교과 활동, 세부특기사항, 교내·교외 활동, 어학성적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9학년 1학기까지 국제학교에 다니다 한국학교로 전학을 왔기에, 한국학교 공부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한의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최상위 성적이 필요한데 9학년 성적이 좋지 못해 남들보다 2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 수업 시간에 더욱 집중하고, 학교에서 배운 것은 그날그날 복습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10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최상위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9학년 때보다는 훨씬 좋은 점수를 받았다. 물론 공부했던 것보다는 조금 아쉬운 점수가 나왔지만, 기말고사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큰 좌절감은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가 나왔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작은 성취를 맛보고 축적돼야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작은 성취감에 머물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를 했다. 중간고사 때 실수했던 부분들을 스스로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더 많은 문제를 풀면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기말고사에서는 중간고사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고, 내 노력이 만든 결과물을 이렇게 보니 뛸 듯이 기뻤다. 이 힘겨운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보람이 있다’라는 말을 처음 느껴본 것 같다.
목표가 생기다 보니 이것저것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여름방학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학습 계획표를 짜고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꼭 지키자고 약속을 했다. 100%를 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더위와 게으름과 잠을 이겨내고 최선을 다했으니 70점은 주고 싶다. 여름방학 동안 과학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과학관 탐방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인체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한의학에서 필요한 지식이기도 하지만 인체관에서 알게 된 지식을 다시 찾아보고 공부해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방학 동안 8권의 책은 꼭 읽고 독후감을 써 보기로 다짐했는데 지키지 못해서 후회되고 아쉽다. 가고 싶은 대학의 권장 도서를 찾아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고르고, 없는 책은 한국에서 주문하기까지 했는데, 인문학과 과학 분야의 책은 너무 어렵고 졸렸다. 이 책을 고른 교수님들은 다 읽어 보고 추천해 주신 걸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3번 이상은 읽어봐야 이해가 될 것 같다. 한국처럼 많은 체험의 기회가 없어서 독서를 통한 간접 체험이 무척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뚫기 어려운 벽 같다. 책을 읽는 건 어렵지 않은데 뜻을 이해하는 게 어렵다. 중국어가 더 편한 나에게는 난관이다. 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나는 내가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해야 하니까, 남들이 하니까, 부모님이 시키니까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고 결정하다 보니 책임감과 잘하고 싶은 마음과 꼭 이루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잘하고 있는 부분보다 부족하고 채워야 할 부분들이 더 많이 보여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많다. 부모님은 지금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 도전하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최선을 다해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싶고, 오로지 자신의 노력에 의지해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 좋은 결과가 있을 때 맘껏 기뻐하고,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도 전혀 후회나 아쉬움 없이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싶다. 앞으로 시작될 10학년 2학기, 11학년과 12학년에서 더 열심히 노력해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매일매일 나는 내 꿈을 향해 직진하고, 나에게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김나윤, 화이팅!”
김나윤 소주한국학교 22년 글로내컬 학생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