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교육의 핵심인 ‘공감’을 8학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금요일 8교시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맹자의 ‘사단’ 중 ‘측은지심’, 기말고사 주관식 문제로 꼭 출제하는 ‘역지사지’, 교과서에 소개된 ‘도덕적 상상력’, 이렇게 중요한 개념들을 어떻게 하나로 꿰어 쉽게 가르칠까, 어떻게 아이들이 실천하도록 설득할까, ‘공감’을 인지적인 방법으로 가르칠 수나 있는 것일까. 나의 부담과 불안도 점점 커져만 간다.
1. 사랑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4)
이 유명한 구절의 비밀은, 이 구절 앞에 더 멋지고 더 중요한 구절이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고린도전서 13:1-3)
이 구절 덕분에 우리는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꽹과리 소리라는 것을 안다. 이 구절 덕분에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로 시작하는 선배의 충고를 흘려들을 수 있다. 이 구절 덕분에 우리는 S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사시, 행시, 외무고시를 모조리 패스했다는, 얼굴 번들번들한 정치인의 ‘서민 민생론’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안다. 그 속에 사랑, 즉 타인에 대한 진정한 공감과 연민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공감과 연민이란 무엇일까? 예수나 공자 같은 성인들만 실천할 수 있는 ‘위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2. 측은지심(惻隱之心)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얼른 달려가 구해주는 마음, 울면서 죽으러 가는 소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이다.
(이미지 출처: EBS 다큐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
제나라 선왕이 우연히 제사 지낼 소가 울면서 끌려가는 것을 본다.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왕은 그 소를 풀어주고 대신 양으로 바꾸어 제사를 지내라고 명령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백성들은 왕이 돈을 아끼려고 소를 양으로 바꾼 것이라며 비난했지만 맹자는 “왕께서는 눈앞에서 죽을 곳으로 끌려가는 동물을 불쌍히 여기신 것입니다. 그 마음을 넓혀 백성의 어려운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백성을 위한 어진 정치를 펼치십시오.”라고 했다.
이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네 가지 본성, 사단(四端) 중 하나인, 측은해하는 마음, 바로 측은지심이다. 또, 다른 생명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마음, 그게 나라면 어떨까, 얼마나 괴로울까, 도덕적 상상력을 발휘해 내가 그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이런 환위사고(换位思考),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는 능력, 바로 공감이다. 공자의 ‘내 마음이 너와 같다. 그러니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시켜서는 안 된다.’는 서(恕), 기독교의 사랑, 공감을 모든 생명에게로 확장한 불교의 자비(慈悲)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대부분의 종교와 철학에서 인간의 공감 능력을 이토록 강조하는 것은 이 공감 능력이 바로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이런 공감 능력을 발달시키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해왔고 인류의 문명 역시 공감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자연선택은 인간에게 자신의 친족과 동맹을 중시에 놓는 감정이입 능력을 부여했는데 차츰 그 대상의 폭이 넓어져서 가족에서 마을, 친족, 부족, 국가, 종 이윽고 감각 있는 모든 생명들까지 포함하게 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중
3. 사이코패스
한데 인간 진화의 일반적인 결과인 공감 능력이 유독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무량증(无良病),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정신분열증 환자가 전체 인구의 1%를 차지하는 데 비해 이들은 전체 인구의 4%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니 25명 중 1명, 적지 않은 숫자다. 이들에게 정신적 외상을 입고 정신병원을 찾아온 피해자들을 치료하며 사이코패스의 존재를 알게 된 마사 스타우트(Martha Stout), 그녀에 의하면 그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습관적인 사회 규칙 위반
-상습적인 거짓말, 직접적인 이득이 없어도 거짓말
-무계획적, 잦은 충동적 행동, 쉽게 화내고 공격적
-책임감, 죄책감 결여,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거나 핑계를 잘 댐
-자신 및 타인의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음, 들키거나 처벌받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음
이들은 선천적으로 뇌에 공감을 느끼는 부분이 적거나 없으며 자신을 늘 좋은 사람, 피해자라고 생각하므로 치료될 가능성이 낮다. 혹시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는가. 특히, 이들은 불쌍함과 억울함을 가장하여, 속이기 쉬운 사람, 조종하기 쉬운 사람을 알아보고 먼저 접근한다고 하니 이런 사람들을 내 인생에 끌어들이지 않도록 조심하자. 이미 끌어들였다면 최대한 멀리 도망가야 한다. 혹시 그들에게 당했더라도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냉혈한 독재자들의 말로가 그렇듯 이들의 말로 역시 좋지 않다.
人恶人怕天不怕
(사람은 악인을 두려워하지만, 하늘은 악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정상적인 공감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 대부분의 우리, 늘 감사하며 그 능력을 사회 속에서 맘껏 발휘해보자. 더 강조할 내용이 많지만, 이번 한 주, 40시간의 수업 노동을 견딘 학생들에게 측은지심을
발휘하여, 나머지 수업 내용은 과감히 생략하고, 아이들이 5분 일찍 행복한 주말을 맞게 해준다.
* 수업도움자료
- EBS 다큐프라임, 절망을 이기는 철학 제자백가, 2부 공자, 인간을 믿을 수 없을 때, 2017.
- 樊登读书, <当良知沉睡>, Martha Stout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사이언스북스, 2014.
-《중학교 도덕 1》, 천재교과서, 2020.
남혜진 연변한국국제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