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부터 차량으로 약 6시간 걸리는 씨엠립(Siemreap)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사원이다. 약 1천 년 전 크메르제국 시대에 건설된 불교 사원이며 그 웅장함과 대비되는 정교한 아름다움으로 잘 알려진 여행지이기도 하다.
프놈펜한국국제학교(교장 이상빈)의 5~6학년 어린이들은 2022년 10월 19일(수)부터 2박 3일의 일정으로 바로 그 앙코르와트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를 수학여행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캄보디아에 위치한 재외한국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5~6학년 학생 11명, 인솔 교직원 3명의 단촐한 구성이지만, 그렇기에 더 가족 같은 프놈펜 식구들은 기대와 설렘을 안고 씨엠립으로 떠났다. 조금 늦은 시각에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푼 아이들은 첫 번째 일정으로 ‘앙코르 그린 가든’을 찾았다. 앙코르 그린 가든은 우리나라의 한국민속촌과 유사한 성격의 테마파크이다. 전통 크메르 양식의 가옥과 의상 등을 체험해보고 캄보디아의 이름난 랜드마크의 미니어처들을 탐색해보며 아이들이 사는 캄보디아에 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어서 방문한 곳은 ‘파레 서커스’였다. 오래된 캄보디아의 전통 마을을 배경으로 고대 크메르인들의 삶의 모습을 서커스로 표현한 공연이었다. 캄보디아인의 삶을 서커스를 통해 감상함으로써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더 재미있게 알게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둘째 날은 이번 수학여행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일정으로 가득한 날이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따 프롬(Ta prohm) 사원이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 레이더’ 영화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이곳은 오랜 세월 방치된 사원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천 년 동안 자란 나무덩굴이 얽히고설킨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치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적지 이곳저곳을 누비며 탐험 놀이를 하였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바이욘(Bayon) 사원이었다. 바이욘 사원은 54개의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사람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사면상 탑으로 잘 알려진 유적지이다. 이곳에는 특히 크메르제국의 대외활동(교역이나 전쟁 등) 기록이 부조로 많이 남아있어 학생들이 캄보디아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이욘을 거쳐 드디어 학생들이 가장 큰 기대를 안고 있던 앙코르와트를 찾았다. 더위로 지쳐 걷기 귀찮아하던 아이들이 웅장하고도 정교한 건축물에 감동한 듯 눈빛과 태도가 진지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앙코르와트의 구석구석 모든 장소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학생들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이었다.
이번 수학여행의 주제는 역사 체험이지만 한창 놀기 좋아할 아이들이 오전 내내 역사 유적지만 돌아다니는 바람에 많이 지쳐 보였다. 그런 아이들에게 제공한 선물과도 같은 오후 첫 일정은 신나는 신체활동이었다. 높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건너는 ‘스카이 브리지’를 통과하여 울창한 정글과 앙코르 유적지 위를 날아다니는 ‘앙코르 집라인’ 활동이었다. 무서워서 하기 싫었던 학생들도 있었지만,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꾹 참고 다리를 건너고 집라인을 타니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넓은 호숫가에 자리 잡은 ‘쓰라 쓰랑’이라는 유적지를 방문한 다음 숙소로 돌아와 피로했던 둘째 날을 꿀잠과 함께 마무리하였다.
마지막 날 아침, ‘크메르 도자기 만들기’를 하였다. 캄보디아 도예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발로 물레를 돌리며 고대 앙코르 스타일의 도자기를 만들고 무늬를 넣어보기도 하였다. 이번 수학여행의 모든 공식적인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활동이었다.
이번 수학여행은 ‘한국과 캄보디아의 역사 알기’ 공동 프로젝트 학습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하는 앙코르제국 유적지를 탐방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체험을 포함하였다. 그리고 앙코르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체험중심 활동이 포함되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특히 학생들은 “캄보디아의 역사에 대해 잘 알 수 있었고 친구, 선후배, 선생님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며 이번 수학여행을 평가하였다. 지난 2년여간의 어려웠던 시기를 딛고 재외한국학교 교육과정 정상화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용혁 프놈펜한국국제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