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자음과 모음 그리고 문장을 가르칠 때 큰 도움을 얻고 있는 동요가 있으니 바로 송아지다. 나는 이 동요가 무척 사랑스럽다. 4/4박자라 현지 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따라 한다. 송아지, 얼룩, 엄마 소, 귀, 닮다 등의 반복되는 단어들이 교육에 유익하다. 얼룩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전에 송아지 그림을 보여주면 바로 이해하고, 얼룩송아지의 그림을 보면 <얼룩>이라며 알아맞히는 것도 제법 귀엽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밖에 없는 한국어 수업이 조금은 아쉽다. 다음 주에 찾아가 같이 공부를 하려면 금세 잊어버리고 “꼬모 에라?(뭐였더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니 맥이 풀리려 한다. 하지만 이때 송아지를 등장시킨다. 흥이 많은 파라과이 사람들은 기억을 잘 못하면서도 벌떡 일어서서 노래를 시작한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다시 밝은 얼굴로 교사를 바라보면서 ‘나 잘했지요?’하는 표정을 짓는다. 송아지 동요에 <가나다라> <마바사아> <자차카타> <파아아하> 끝 소절은 좀 맞지 않으니 일부러 길게 늘여 불러준 것도 잘 따라 한다. 그 다음은 <오> 발음이다. <고노도로> <모보소오> <조초코토> <포오오호>가 끝나면, 기니디리가 나올 줄 기다렸지만 짓궂은 아이들은 자체 개사도 서슴지 않는다. <히히히히> <히히히히> 하면서 웃는 소리를 낸다. 아이들의 입 모양이 제각각 자기가 하고 싶은 말에 따른 모음의 모양으로 변하며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교실을 가득하게 메운다.
송아지 동요는 끊임없이 진화하며 한국어교육에 열심히 일을 해 준다. 가르친 송아지 동요에 <가나다라>, <거너더러>, <기니디리>를 접목한 후 공책에 쓰게 하면 일사천리 줄줄 써 내려간다. 뿌듯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파라과이 교포로 살면서 한국어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주말 주파라과이한글학교 교사를 시작하면서다. 동포 자녀들이 말은 잘하는데도 한글 쓰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말 가운데 60% 이상 들어있는 한자를 가르치면서 가지치기의 방법으로 어휘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한국어 표현법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주파라과이한국교육원에서 일하고 싶은 욕심이 들끓었다.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우선 교육원에서 교사로서 원하는 자격을 살폈다. 한국어교원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한국어교육학과에 편입학하였고, 자격을 취득하고 나서 현지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스페인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침내 채용 시험에 응하여 일할 수 있게 됐고, 이제 병아리 교사로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한 번도 준비를 소홀히 한 적 없다. 매회 교재 외의 파워포인트 준비물을 챙기고 영화 한 장면, 유튜브 영상, 케이팝 등 이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라면 뭐든 다 준비하였다. 색깔을 가르칠 적에는 유행하는 모 가수의 신호등 영상을 편집하여서 색깔을 가르쳤고, <ㄹ래요?>를 가르칠 적에는 유행했던 영화 속 명대사 “라면 먹고 갈래요?”를 찾아 편집하여 가르쳤다. <처럼>이라는 단어 하나 가르치려고 음치 박치인 것도 개의치 않고 무조건 불러주었던 노래는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이라는 참으로 교사가 부르기 어색한, 그러나 한국어 강좌 성인반 학생들은 너무도 신나 하는 노래였기에 눈 질끈 감고 불렀다 그렇게 한 한기 마치고 시험을 치르는데 28명 정원 중 4명이 백 점을 따내는 쾌거를 보여주어 너무도 놀랐다. 교사가 열심히 가르친 결과인가 아니면 열심히 일해주는 송아지 덕분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아리송한 마음을 접고 나는 오늘도 열심히 교재를 놓고 다양한 자료를 덧붙이며 선배들의 조언도 마다하지 않고 수용한다.
파라과이는 참 많은 행사가 있다. 매 행사에 빠지지 않으려 했고 거의 참석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학생들과 조금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의 문화 속으로 힘껏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며칠 전 <폴크롤레>라는 파라과이의 민속의 날 행사에 한국의 태권무가 소개되는 것을 보며 속으로 다짐하였다. 올해는 비록 초임이라서 행사에 익숙지 않아 관람하는 자세로 서 있었지만, 내년에는 한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달하는 모습에 서서 한국과 친해지는 기회를 제공하리라고 말이다.
김혜란 주파라과이한국교육원 한국어 교사